메세지로 우리 브랜드의 '빠'를 만들어라
용감한 형제의 실패작으로 남을 것 같았던 '브브걸(브레이브걸스)'이 역주행할 수 있었던 건, 위문공연으로 두텁게 형성되었던 소위 브브걸 '빠'라고 불리는 군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브브걸은 대중적으로 성공한 그룹은 아니었지만, 군부대 내에서는 최장기 집권 군통령이라 불릴 만큼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그룹이었고 '브브걸의 노래는 선임이 후임에게 인수인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군인 사이에서는 인기였다. 그들만의 스타로 남는가 싶었지만, 유튜브에서 추천 알고리즘으로 대중에게 서서히 노출되고 전역한 군인들이 커뮤니티에서 밀어주면서, 브브걸은 모든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고 공중파 음악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이처럼 브브걸을 대중적 인기 걸그룹으로 올려놓은건 그들을 좋아하는 소수의 '빠' 덕분이었다.
브랜드 마케터가 가장 부러워하는 브랜드는 애플이나 스타벅스 등 브랜드 '빠'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다. '빠'는 시키지 않아도 주변 지인에게 브랜드를 추천하고 반복 구매, 대량 구매 등으로 매출을 높여주는 고마운 존재다. 사실 브랜드에게 '빠'가 중요한 건, 너무나도 익숙한 이야기다. 다만, 이번 글에서는 GDPR 시행 4년차를 맞이하여, 디지털 마케팅의 규제 변화 관점에서 '빠'의 중요성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디지털 마케팅의 장점은 정교한 매체 타겟팅이다. 디지털에서 수집한 '개인정보(인터넷 상 개인의 활동 정보)'를 활용하여 타겟팅(광고를 노출할 대상의 정교화)을 진행할 수 있었고, 타겟팅 광고의 성과도 즉각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다. 쉽게 기업이 원하는 특정 대상에게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치약 하나를 검색하면 검색 이후 SNS부터 뉴스 페이지 등 곳곳에 치약과 관련된 광고가 여기저기에서 노출되었던 것도 나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기업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인터넷에서 체류하고 있는 플랫폼에 내가 관심있어 할 광고를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이걸 잘 팠던 게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본인들이 수집한 개인 정보를 활용하여 광고주에게 비용을 받고 타겟팅 광고를 집행해주었고 성과 데이터도 전달했다. 디지털 광고는 고객의 개인 정보를 활용하여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높은 성과의 광고 집행이 가능케 해주었고 이는 디지털 광고가 광고업을 지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로 대표되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제 강화는 디지털 광고의 장점인 정교한 타겟팅을 가로막고 있다. GDPR은 유럽에서 시행된 일반개인정보보호법으로 EU 국민의 인터넷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고 기업에게 정보보호 시스템 운영 의무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다. 쉽게 개인의 정보 권리를 강화하고, 기업의 고객 정보 활용에 대한 책임을 강화시킨 규정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모든 기업이 고객의 개인 정보를 활용할 때는 명확한 사용 목적을 고객에게 고지하고 동의를 받고 있다. 이를 어길 시, 전세계 매출액 기준 4% 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애플이 조만간 배포될 새로운 운영체제 iOS 14.5에 앱이 광고 등을 목적으로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경우, 이용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기능을 도입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이용자의 80~90%가 앱 추적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핵심 상품이 타겟팅 광고인 페이스북이 애플을 맹비난하는 이유가 있다.
이처럼 GDPR은 전세계가 개인정보를 보호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마케터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제 강화로 고객의 개인 정보를 활용하여 정교한 타겟팅 광고를 실행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애플의 80~90% 유저에게는 페이스북 타겟팅 광고를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마케터는 특정 대상(소수의 타겟)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 현실에 놓였다.
그래서 더욱 귀해지는 건 브랜드의 충성고객, 소위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는 '빠'다.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고 신뢰하여 자신의 개인 정보를 선뜻 맡길 수 있는 고객이 브랜드에게 굉장히 중요하며, 브랜드의 '빠'를 확보하는 것이 향후 디지털 마케팅의 중요한 화두다. 그리고 이 화두에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메시지 타겟팅이다. 수많은 대중들 중에서도 우리 브랜드의 팬이 되어줄 소수를 설득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정교화된 매체 타겟팅으로 PUSH하는 마케팅은 점점 사양될 것이며,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고객이 PULL하게 만드는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마케터가 집중해야 하는 건 메시지, 즉 브랜드의 본질이자 핵심 가치다. 다행히 디지털 광고는 소액으로 여러 소재의 광고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니면 우리가 팬으로 확보하길 원하는 집단은 어떤 메시지로 반응하는지, 아니면 어떤 성향의 집단이 우리 메시지에 반응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서 최적의 타겟팅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
우리 브랜드의 타겟 오디언스, 팬이 될 퍼블릭을 찾아가는,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바로 디지털 마케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