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을 파는 사람 Mar 14. 2022

우리는 왜 펭수에 열광했을까? 콘텐츠전략의 산물, 펭수

펭수에게 유튜브 콘텐츠 마케팅을 배우다

#불과 2년 전, 우리는 펭수에 미쳐있었다

펭수는 ‘EBS’에서 제작한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이자 마스코트 캐릭터이며, 펭수가 출연하는 ‘자이언트 펭TV’는 구독자 200만명을 넘어섰다. 취업 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올해의 인물(방송 연예 부문)로 가수 ‘BTS(방탄소년단)’와 ‘송가인’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펭수’의 인기는 대단했다. 펭수를 부르는 인사말 ‘펭하!(‘펭수 하이!’의 줄임말)’는 2019년을 대표하는 유행어 중 하나였으며 40대 부장님이 단체 카톡방에서 ‘펭하!’라고 인사하는 것만 봐도 그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다.

출처 : 자이언트펭TV

제작사인 ‘EBS’도 펭수가 이 정도로 대박 날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세상에 없던 캐릭터였으며 펭수가 출연하는 ‘자이언트 펭TV’는 신인 채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없이 탄생하는 캐릭터의 범람 속에서 새로운 캐릭터로 새로운 세계관을 소비자에게 어필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펭수가 해냈다.


이제 와서 펭수를 꺼내는 감이 있지만,, 좋은 콘텐츠는 시대가 변해도 언제나 옳듯이, 펭수의 성공을 살펴보는 건 분명 유튜브 콘텐츠 마케팅을 전개하는 데 있어 귀중한 팁을 선물할 것이다. 펭수의 성공은 다양한 요소들이 맞물려 발생한 현상이겠지만, 이 글에서는 콘텐츠적 관점에서 펭수의 성공을 해석해보겠다.



    1) 매력적인 세계관

펭수는 가상의 캐릭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반대로 스토리텔링의 자유를 선사하며 ‘EBS’는 그 스토리를 굉장히 매력적으로 구성했다. 세계관은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그 질의 차이가 난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어벤져스’ 등의 콘텐츠가 전세계인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교한 세계관 덕분이다. 정교한 세계관은 그 세계에 우리를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세계관이 정교하면, 세계관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펭수의 세계관도 나름 정교하다. 나이와 이름, 몸무게, 별명, 꿈, 존경하는 인물 등 웬만한 사람의 정보처럼 펭수의 정보는 다 설정과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개연성이 있어서 세계관 몰입을 돕는다. 펭수의 꿈은 EBS 연습생으로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라는 설정 하에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펭수 콘텐츠의 주요한 내용이다. 그래서 영화 배우 오디션을 보러 가고 음원을 출시하는 등의 콘텐츠가 나올 수 있었다.


펭수의 열애설

꿈을 이루기 위해 남극에서 한국까지 헤엄쳐 왔다고 하는데 남극 출신이라는 점도 잘 활용하여 콘텐츠 확장을 했다. 남극 여권이나 남극 유치원 동창이 ‘둘리’라는 설정, 남극 동물의 한국식 여름 휴가를 ‘브이로그’ 형식으로 보여주는 등 자신의 세계관 안에서 자유롭게 노는 모습이다. 창작자가 세계관을 설정해 놓으면, 그 세계관에 매력을 느끼는 청자가 알아서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예를 들어 펭수가 치킨을 싫어하는 모습이 나오면, 청자들은 같은 조류라서 먹지 않는 것 같다는 해석을 더하거나 남극 유치원 동창회 촬영 사진을 보고 열애설을 만들어내는 등 세계관 확장의 주역은 청자다.


세계관이란 결국 인격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 인격이 있어야 청자들이 공감하고 참여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래서 브랜드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때도 우리 채널의 컨셉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청자와의 소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 공감되는 콘텐츠 코드

펭수 콘텐츠를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통쾌하다. 선배 캐릭터 ‘뚝딱이’가 “나 때는 말이야”라며 충고를 하면 “잔소리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응수한다거나 대놓고 자사(EBS)의 사장님 이름을 호명한다 거나 EBS에서 잘리면 KBS에 가겠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거나.. 일상 생활에서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었을 당당함을 펭수가 보여준다.

한국 특유의 존대 문화, 순응 문화에 대한 통쾌함을 주는 사이다 코드가 펭수 콘텐츠 안에 담겨 있다. 자기의 주관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MZ세대가 열광할 만한 코드다. ‘자이언트 펭TV’의 담당 PD도 “직장 생활에 지친 20대, 30대 사회 초년생들이 펭수의 돌직구 발언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한다면, 펭수처럼 청자가 공감할 만한 콘텐츠 코드를 콘텐츠 안에 담아야 한다.



    3) 전략적 유연성

‘자이언트 펭TV’의 초기 타겟은 ‘초등학교 고학년생’이었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꿈이 크리에이터라는 점을 반영하였고 초등학생 눈높이에서 이들의 고민을 공감하는 것이 본래 기획 의도였다. 그래서 ‘자이언트 펭TV’의 첫 에피소드는 초등학교 방문이다. 그러나 채널을 개설한 지 6개월까지는 별 반응이 없었고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즈음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던 건, 예상과 달리 높은 20~30 대의 시청 비율이었다. 실제로 펭수가 초등학교를 찾아간 영상에는 ‘우리 회사에도 와 달라’는 댓글이 빗발쳤다.

아육대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그래서 어린이를 넘어 성인 시청자까지 잡을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렇게 탄생한 게 바로 ‘이육대(EBS육상대회)’다. ‘이육대’ 에피소드에서는 펭수뿐만 아니라 1994년 입사해 부장급으로 짬이 차 소위 "틀딱이"가 되어버린 ‘뚝딱이’, 그리고 그런 ‘뚝딱이’의 비위를 맞춰주느라 여념이 없는 ‘방귀대장 뿡뿡이’ 등 캐릭터의 특징을 극대화 시켰고 앞서 소개한 펭수의 사이드 코드가 화제가 된 것도 이쯤이었다. 이후 관련 장면들이 종종 알려지고 카카오톡에 펭수짤이 인기를 끌면서 펭수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육대 콘텐츠 이후 초등학생들이 볼 수 있는 전체관람가 수준으로 제작하면서도 야유회를 떠나거나 장관이 되어보는 등의 성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나 유행어, 유머 코드를 담아 성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브랜드가 배워야 할 건 전략적 유연함이다. 6개월 동안 구독자수의 큰 변동이 없던 상황에서 최초 기획을 변경했던 유연함이 마케터에게도 필요하다. 처음 설정했던 채널의 컨셉이 무조건 소비자의 반응을 이끌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매일 같이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소비자 니즈에 맞춰 콘텐츠 전략을 유연하게 펼쳐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얻어걸리는 콘텐츠는 없다

얻어걸리는 콘텐츠는 없으며, 노력한 만큼 디테일은 갖추어 지기 마련이다. 우주대스타 ‘펭수’에게 마케터가 배워야 할 건 매력적인 세계관, 공감되는 콘텐츠 코드, 전략적 유연성이며, 이를 얼마나 디테일하게 신경써서 전개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채널 운영의 성공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평범한 마케터의 책 출간 ②제목을 바꿔, 출판사를 찾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