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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을 파는 사람 Feb 26. 2022

평범한 마케터의 책 출간 ②제목을 바꿔, 출판사를 찾다

어느 신인 작가의 책 출판 성공 이야기, 2화

1화에 이어서,,

https://brunch.co.kr/@sung1313kor/60


전개 - 쉽게 봤다, 큰 코 다치다

유명 출판사 편집자가 내부 설득을 위해 일부 내용이라도 원고를 써서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지옥의 원고 작업은 시작되었다. 책을 쓰겠다고 바로 1p부터 써내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영화를 만들 때도 전체 컨셉부터 구상하듯이, 나 역시도 책의 컨셉과 목차부터 작성해보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유명 출판사 편집자와 만나 책에 대한 전반적인 컨셉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던 건,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사실 나는 브랜드 저널리즘에 대한 내용이 주인공인 마케팅 서적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편집자는 브랜드 저널리즘은 전문 마케팅 개념이라 일반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어려울 것이며, MZ세대 트렌드를 많이 보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편집자가 나에게 처음 연락한 이유도 '밀레니얼 마케터의 MZ 마케팅 책'이라는 컨셉이 흥미로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기성세대 입장에서 '보이는 것' 위주의 피상적인 접근의 책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당사자성을 기반으로 MZ세대를 깊이 있게 해석한다면 충분히 차별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MZ세대 분석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그 뒤에 구독경제나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살이 붙어준다면 꽤 탄탄한 책이 될 것이라고 얘기해주었다. 


초반에 작성한 목차가 그대로 출간까지 이어졌다


편집자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책의 컨셉과 목차부터 작성해보았다. "MZ 마케터가 말해주는 MZ세대 마케팅 접근법"이 초반에 잡은 컨셉이었고 이 컨셉 하에 내가 담고자했던 MZ세대, 구독경제,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세가지의 굵직한 주제를 중심으로 세부 내용들을 배치했다. 앞서 1화에서 언급했었지만 세가지는 '관계'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는 것은 이미 강의를 하면서 정리해놓았던 내용이었고, 이 세가지를 '관계'로 더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한권의 책이 확실한 주장점이 있길 바랬고, 내 책의 모든 내용들이 관계라는 키워드로 연결되길 바랬기 때문이다. 


처음에 원고를 써보라고 했을 때, 솔직히 쉽게 봤다. 이미 컬럼으로 작성했던 글들과 강의 자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원고로 옮기는 작업은 사뭇 쉬울 거라 본 것이다. 그러나 컬럼을 쓰는 것과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은 많이 달랐다. 호흡부터 달랐다. 컬럼은 하나의 주제로 2~3p 정도의 짦은 글을 쓰는 것이지만, 책은 전체 300p 이상을 하나의 주제로 연결시켜야 한다. 즉, 하나의 큰 맥락 위에 짦은 글들을 배치하여 전체가 잘 어우러지게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다. 말이 연결이지, 기존에 써왔떤 글들은 요점도 다르고 문체도 달라서, 모든 글들을 거의 다시 쓰다시피 했다. 그리고 연결이 어색하면 과감히 내용을 사용하지 않았고, 그 동안 바뀐 트렌드를 업데이트 해야 했다. 또한 전체 큰 맥락을 잡으면, 빠진 내용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내용들을 새롭게 자료를 찾고 나만의 관점을 녹이는 것에 굉장한 공을 들여야 했다. 쉽게 봤다 큰 코 다친 것이다.


무엇보다 MZ세대 트렌드를 보강하는 작업이 가장 힘겨웠다. 이미 MZ세대를 집중하여 다룬 책들이 꽤 생겨나던 찰나여서, 그 책들과는 한단계 더 들어간 인사이트를 찾고 싶었다. 특히 MZ세대 당사자로서 더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MZ세대 관련된 글, 그리고 주변 MZ세대들에게 인터뷰를 많이 했다. (이 때 인터뷰해준 분들께는 책을 출간하고 직접 책을 선물로 드리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위기 - 책을 내줄 출판사가 사라지다

그렇게 전체 목차 중에서 3분의 1정도인 90~100p 분량의 프롤로그와 챕터1을 정리하는데만 3개월 정도가 소요됐다. 3개월 만에 책을 제안한 편집자에게 원고를 전달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편집자가 내부 설득을 실패했다는 소식을 알려온 것이다. 3개월 동안, 코로나가 발발하여 출판업계 전체가 어려워졌고 내부에 마케팅 관련 다른 서적과 계약해서 내 책에 대한 니즈가 줄었다고 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이다. 써놓은 게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던 출판기획쪽 프리랜서 지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책을 다 써오면 최대한 출판사를 연결해주겠다고 했다. 물론 100%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름 유명 출판사가 먼저 제안을 했던 터라 내 책을 알아봐줄 출판사는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원고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또 3개월이 지났고, 350p 분량의 1차 원고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1차 원고까지 6개월이 걸렸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6개월이면 짧은 편이고 1년 넘게 걸리는 원고가 태반이라고 했다. 꾸준히 기록하여 나만의 콘텐츠를 축적해왔다고 해도, 책을 출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이번에 출간하면서 많이 느꼈다. 책을 쓴 모든 작가분들이 대단하다. 


완성된 원고를 가지고 프리랜서 지인에게 출판사 연결을 부탁했고 지인은 본인이 알고 지내던 몇몇 출판사들에게 원고를 돌려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좋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아예 피드백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원고가 출판사에 보내지는데, 평범한 직장인이 쓴 책에 관심을 가질 만한 출판사가 있을리 만무했다. 일전에 유명 출판사 편집자에게 연락이 왔던 건, 정말 희귀한 케이스였던 것이다. 



절정 - 제목만 바꿨을 뿐인데

그렇게 좌절해서.. 이왕 쓴거 독립출판이라도 해야하나라고 생각했던 찰나에 프리랜서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본인이 아는 지인에게 원고를 보여주니 제목을 바꿔보라는 조언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사실 최초의 제목은 '우리는 관계를 삽니다'였다.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관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목을 '마케팅은 구독이다'로 바꿔보라고 조언했다. 좀 더 호기심이 생기는 제목이었다. 그렇게 제목을 바꾸고, 프리랜서 지인이 한번 더 출판사들에게 원고를 돌려보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알고 지내던 몇몇 출판사가 아닌, 국내에 괜찮은 출판사에게 다 보내보겠다고 했다.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신기하게도 제목을 바꾸고 나서,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10군데 넘게 왔다. (나도 참 신기했다) 그 중에는 인지도가 높은 유명 출판사도 있었고, 중소 출판사도 있었다. 웬만한 출판사 기획자들은 제목만 봐도 이 책이 성공할 지 가늠한다고 하니, 책에서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 지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4군데를 선정해서 미팅을 했다. 역시 유명 출판사는 요구하는 것이 많았다. 내용도 3분의 2정도는 본인들의 입맛에 맞춰 수정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중소 출판사는 배급이나 마케팅 파워는 적지만, 최대한 내가 쓴 내용을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나는 '새로운 제안'이라는 출판사를 선택했다. 내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싶다고 책을 쓴 것도 아니고, 마케팅보다는 내가 쓴 내용을 최대한 열심히 살려준다는 말이 더 나를 움직였다. 또한 기획자가 나랑 비슷한 나이대 인것도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 아무래도 젊은 기획자이다보니 더 트렌디하게 책을 마케팅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사실, 새로 또 내용을 다시 쓸 힘도 없었다) 그렇게 새로운제안과 계약했고, 이제 출판이 목전에 다가왔다고 생각했다. 


출판사 계약 이후 출판까지 5개월이 걸렸다. 우선 내 스스로가 원고를 좀 더 고치고 싶었고 출판사를 찾는 과정에서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러, 3개월 동안 변한 트렌드를 반영하고 싶었다. 그렇게 2개월 정도 시간동안 원고를 수정했고, 출판기획자가 원고를 읽고 피드백해준 내용도 최대한 반영했다. 이후에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다.

1. 최종 원고를 보내주면, 편집자가 파일 교정을 본다. (오탈자/문맥)
2. 내지(본문) 디자인 시안을 잡는다.
3. 1차 교정지를 보내주는데, 편집자의 질문 등이 적혀있고 이를 나는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편집자가 교정한 내용에 대해 이의가 있다면 제기한다.
4. 1차 수정을 반영한 2차 교정지를 보내준다. 지면 교정은 2차가 끝이다.
5. 표지 시안이 나온다. 몇 가지 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6. 책이 나온다.
표지의 색을 찾는 과정이다


우선 전문 편집자가 교정을 봐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작업인지 새삼 느꼈다. 내가 기존에 썼던 내용과 편집자가 교정한 내용을 비교해보니, 정말 이해하기 쉽게 바뀌어 있었다. 교정지를 보는데도 2주 넘게 걸렸다. 다 한번씩 다시 읽어보는 데 왜이리 내용을 더 만지고 싶던지.. 두 차례의 교정 과정에서 편집자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내용도 내가 스스로 수정한 내용이 꽤 많았다. 내용을 줄이는 작업도 많이 했다. 내가 좀 설명충이라.. 책 내용을 좀 줄여서 컴팩트하게 하는 데도 신경을 많이 썼다. 디자인은 참 마음에 들었다. 특히 표지는 디자이너분이 일러스트 형식으로 요즘 트렌디한 포인트를 잘 잡아주었다. 



결말 : 책을 출간하다

2021년 9월 17일, 드디어 책이 출간되었다. 1차 원고를 작성하는 데 6개월, 그리고 출판사를 선정하고 출간하기까지 5개월 등 근 1년을 책 출간을 위해 썼다. 그래서일까? 교보문고 매대에 내 책이 놓여진 그 날의 감동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막연한 기쁨보다는 그 동안의 노력이 스치듯 떠오르는 오묘한 기분이었다. 책 판매는 예상보다는? 나름 잘 판매되었고, 신기하게 출강 제안이나 북토크 제안도 여럿 받았다. 무엇보다 평범한 직장인도 좋은 출판사와 함께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는 것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 


무엇이든 집요하게 파고 든다면, 콘텐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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