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과거로 돌아가 스스로에게 "넌 10년 후 책을 출간해"라고 얘기했다면, 나는 콧방귀를 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책이라는 건, 학업적 완성도가 높은 사람이나 대중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셀럽이나 아니면 정말 글을 잘 쓰는 직업 자체가 작가인 사람이나 쓰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작년 9월, 나는 책을 출간했고 교보문고에는 내 책이 매대에서 독자들을 반겼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내가 말이다.
살면서 한번 쯤은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만 막연하게 했었는데, 실제 출간까지 하게 되니 스스로도 어떤 힘이 작용했을지 정리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나처럼 평범하지만, 책 출간에 관심이 있는(특히 브런치를 쓰시는 분들) 분들에게 혹시나 영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리해보겠다.
발단 : 한 우물만 파다
내가 출간한 책은 [마케팅은 구독이다]라는 책이다. 책을 요약하자면, MZ세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관계를 형성해야 하며, 관계 형성 마케팅으로 브랜드 저널리즘을 소개하는 책이다. 키워드는 '관계'이며, 이미 MZ세대와 구독이라는 관계를 맺고 있는 구독 서비스들에게서 관계 형성의 팁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마케팅 전문서적이라기 보다는 MZ세대와 구독경제 트렌드를 조명하는게 주요한 내용이며, 이를 마케팅 솔루션까지 연결지었다는 점에서 일반 트렌드 서적과는 다르다.
책을 쓰게 된 출발점은 광고기획자로 일하며, 어느 브랜드의 워크샵을 준비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때 마케팅 관련 트렌드를 주제로 워크샵의 발표를 맡게 되었고 나는 '브랜드 저널리즘'을 선택했다. 당시 코카콜라나 레드불, 현대카드 등의 유명 브랜드들이 브랜드 저널리즘을 전개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스터디해보고 싶은 마음에 준비하게 되었다. 그렇게 브랜드 저널리즘의 A to Z를 꼼꼼하게 스터디하고, 워크샵 때 발표를 했다. 중요한 건, 그 이후에 계속 브랜드 저널리즘을 주제로 내용을 디벨롭해갔다는 점이다.
직장인 발표 스터디에서 브랜드 저널리즘을 주제로 발표를 했고, 그 스터디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마다 내용을 업데이트하기 시작했다. 발표할 때마다 항상 업데이트를 했고, 플래텀에 컬럼을 기고하게 되면서 브랜드 저널리즘을 주제로 꾸준히 글을 기고했다. 브런치에도 꾸준히 글을 올렸다. 그렇게 점점 브랜드 저널리즘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어 갔다. 또한 브랜드 저널리즘이 왜 중요한지를 고민하면서 MZ세대 트렌드를 접목하고 구독경제를 접목하게 되면서, 점점 내용의 살이 붙었다.
플래텀에 매년 브랜드 저널리즘을 주제로 글 하나씩을 썼다
사실, 처음에는 구독경제나 MZ세대 트렌드와 브랜드 저널리즘이 연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점점 깊이있게 고민하면서, 브랜드 저널리즘과 MZ세대, 구독경제가 '관계'라는 키워드로 묶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어, MZ세대를 탐구하면서 왜 이들이 90년대 노래나 LP, 시골 감성 같은 아날로그적 아이템에 열광하는 지가 궁금해서 계속 파고 들어 보았더니, MZ세대도 디지털 시대에 태어났지만 아날로그적인, 인간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세대였다는 점을 인사이트로 도출할 수 있었다. 또한 구독경제는 구독자의 구독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대표적인 관계의 비즈니스다. 즉, 관계라는 키워드로 MZ세대, 구독경제, 브랜드 저널리즘이 연결되는 것이다.
아마, 브랜드 워크샵 이후에 브랜드 저널리즘을 주제로 발표를 하거나 글을 쓰는 등의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책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계속 하나의 주제로 기록하고 기록하니, 어느 순간 축적이 되어 탄탄한 나만의 콘텐츠가 된 것이다. 또한 나도 모르게 계속 글을 쓰고 쓰면서, 나름은.. 글쓰기 실력도 향상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반복하면 전문성은 생기기 마련이니까..
사실 음식이나 뷰티, 시사, IT 등 대중들의 관심과는 다소 먼, 마케팅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온지라 구독자도 빠르게 늘지 않았고 글에 대한 반응도 느렸다. 그래도 꾸역꾸역 한 우물만 팠다. 지금 생각해보면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주제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서, 나만 파고 들어서.. 전문가 아닌 전문가가 되었던 것도 책 출간의 긍정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경쟁이 뜸한 주제에 집중하는 것도 시장 경쟁 관점에서는 좋은 전략이다.
그렇게 한 우물만 파던 어느 날, 유명 출판사 편집자 분에게 연락이 왔다. 브런치와 컬럼 글을 보고 연락했고, 출간에 관심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브런치에 브랜드 저널리즘과 구독경제, MZ세대 트렌드와 관련된 글을 축적해왔었는데, 어떤 알고리즘인지 몰라도, 편집자에게 내 글이 노출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연락이 왔다고 해서 바로 책을 출간하게 되는 건 아니었다. 일부 내용이라도 원고를 써서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본인도 내부에 설득을 해야하니까 말이다. (유명 셀럽 정도 아니면, 원고도 없이 계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 챕터라도 원고를 보여줘야 출판사와 계약을 할 수 있다) 그렇게 지옥의 원고 작업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