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분야에 미친듯이 몰입하는 브랜드가 매력있다

사이클링 덕후들의 브랜드, 라파의 이야기

요즘 ‘덕후가 성공한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한 분야에 열성적으로 몰입하고 이를 즐기는 사람은 자연스레 해당 분야에 지식이 쌓이게 되고 전문가 수준으로 올라서서 결국 비즈니스적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과거 ‘덕후’가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면, 이제는 어떤 한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지식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얼마 전 모 대 기업에서는 상품을 기획할 바이어를 선정할 때 ‘덕후’가 아닌 사람은 기획 업무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어떤 분야를 사랑하고 아껴본 경험이 있어야 사랑받는 브랜드를 기획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특정 분야에 미친듯이 몰입하는 덕후의 기질이 브랜드에게 중요한 자질로 떠오르고 있다. 미친듯이 몰입하는 브랜드에 대중들이 몰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클링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라파라는 브랜드다. 라파는 전세계 사이클링 의류 No.1 브랜드인데 사이클링이라는 한 분야에 미친듯이 몰입하고 있는 브랜드다. 심지어 라파의 미션은 “로드 사이클링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가 사이클링의 대중화, 세계화일 정도로 사이클링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2004년 창립한 라파는 길게는 백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이탈리아 사이클링 의류 브랜드들에 비하면, 영국의 작은 비주류 브랜드였다. 이런 라파가 수많은 라이더들의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라파가 사이클링에 어느 브랜드보다 진심이라는 것을 잘 전달해왔기 때문이다. 라파는 단순 의류판매를 넘어 사이클링 문화 전반을 확장하고자 노력하고 이를 대중에게 잘 마케팅해왔다.

라파의 온드 미디어(자사 채널)에어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특이한 건, 영상에서 라파 브랜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건 사이클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이클을 즐기고 있는 모습 그 자체다. 그래서 사이클링에 관심 없는 사람도 라파의 콘텐츠를 보면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라파는 라파 사이클링 클럽(RCC)이라는 커뮤니티도 운영하는데 사이클링을 좋아하는 라이더들이 함께 모여 커뮤니티(동호회)를 형성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라이딩을 즐긴다는 것에 착안하여 라이더들이 만나 친교를 맺을 수 있는 공간(라파 클럽하우스)을 제공하고 사이클링에 관한 다양한 라이딩 이벤트를 진행하여 라파 브랜드 안에서 라이더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연간 회비가 22만이 넘는 고가인데도(서울 기준) 전세계 유료회원만 1만5천여명일 정도다. 회원이 받을 수 있는 혜택(매일 1회 커피 무료 제공, 최상급 자전거 대여, 매주 열리는 라이딩 이벤트 참여 가능, 신규 상품 등에 대한 우선 이용권)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라파라는 브랜드와 함께 사이클링 문화를 즐기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라이더들의 덕후 기질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사이클링에 누구보다 진심인 라파는 어느새 사이클링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였고 연간 매출은 약 1억 달러로 추정될 정도로 성장했다.

브랜드가 특정 분야에 집착하고 몰입하면, 그 분야에 관심있던 사람들은 해당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고 선망하게 된다.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몰입하고 진심인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호감은 생길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해당 분야에 관심이 없더라도 특정 분야에 몰입하는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이 좋아서 팬이 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라파처럼 특정 분야에 몰입하여 해당 분야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가 된다면, 어느 브랜드보다 탄탄한 팬층을 형성할 수 있고 그들의 입을 통해 브랜드를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 사람들의 취향이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는 요즘, 우리 브랜드가 몰입하고 있는 분야, 취향 하나쯤은 필수인 시대가 되고 있으며 우리 브랜드는 어떤 분야나 취향에 몰입하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