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약점이 싫다. 쉽사리 침침해지는 눈, 깊은 감정을 표현하기엔 작은 눈, 던질수록 안 들어가는 슛, 중요한 순간에 흔들리는 목소리,... 티브이를 켠다. 인생 강자들이 수두룩이다. 그래, 저래야 해. 노력해야겠어, 더. 근데 저게 될까? 비타민을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자기 계발서 참고하고, 관련 영상 찾아보고,... 자기완성을 목표로 삼고 오늘부터 하나 둘, 하나 둘,...
흔히 우린 약점에 집중한다. 사람은 본능상 얻은 것보다 잃은 것에 신경을 더 쓴다. 10을 얻는 기쁨보다 10을 잃은 슬픔이 크다. 유명 테니스 선수는 지는 것이 싫어서 이긴다고 했다. 승리의 환희보다 패배의 아픔이 큰 것이리라.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 자기 약점에 집중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그것이 노력의 원천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근데 몇 해 전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고자 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이든, 어렸을 때부터 익혀온 것이든 말이다. 없는 것을 생각할수록 우울하지만, 가진 것을 되돌아보면 감사하다. 약점을 생각하면 일단 그것을 감출 생각을 한다. 강점을 바라보면 그것을 사용할 생각을 한다. 다만 주의 사항이 있다. 자랑은 금물이다. 모든 것을 갖추었다면 모를까, 내가 알지 않은가. 나의 약함을.
누군가 말한 것을 어렴풋이 기억에 담아 두었다. '강점으로 승부하라.' 없는 것을 보완한다고 그것이 내 강점이 되긴 힘들다. 없는 것을 인정하고 강점을 가다듬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밥벌이도 하고 사회에 도움을 주고... 그것이 우리 인생 아닌가? 키 작고 허약 체질인 내가 농구 선수를 꿈꾸기보다, 그러한 이들이 하는 플레이들을 보며 박수를 친다. 그 대신 난 다른 일을 하며 내 몫을 하고자 한다.
물론 내가 원하는 그것이 내 강점이 아닌 게 힘들다. 투명인간을 희망했는데 현실은 플래시맨이랄까? 세상은 슈퍼맨에 열광하는데 난 스파이더맨이다. 어떡하겠는가? 내게 없는 그것을 평생 갈구하며 인상을 쓸까? 내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늘이 내게 준 것을 감사히 받기로 했다. 곁눈질로 옆 사람 것 그만 보고 말이다.
기의 강점을 모두 열심히 나눈다면 그것이 가족을, 사회를, 나라를 풍성하게 하지 않을까? 그것을 존중하고 장려하면 좋겠다. 만능 인간을 꿈꾸지 말고, 전인 교육의 목표를 내려놓고, 모든 경쟁에서 이기는 걸 포기하고,... 내 약점은 이웃의 강점으로 메우고, 내 강점은 이웃의 필요를 채우는 사회를 꿈꾼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우리들의 해방구를 기대한다. 한 철학자의 말대로 스스로를 착취하는 시대를 살아가서는 안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