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당 2만원 정도하는 모히또. 몰디브에 왔으니 한 잔해야지. 그러나 감히 몰디브의 바다를 모히또에 비교할 수 없었다. 비행기 위에서 바라본 몰디브. 그 몰디브의 수채화 색감에 내 눈은 이미 평생 잊지 못할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버렸다. 바다 색을 보고 이렇게 탄성을 질렀던 여행지가 있었던가? 바다를 봐도 모든 바다의 색감이 다 다르고, 산을 보아도 모든 산의 향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여행은 질릴 걱정이 없다. 그 중에서도 이 곳, 몰디브의 바다는 정말 하늘색 투명빛 그 자체였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이것이 과연 내가 지금까지 알던 바다가 맞는지 계속 내 눈을 의심하고 또 의심할 정도로 아름다운 색상이었다. 죠스바 색과 청량한 하늘색이 어우러진 인도양의 물색은 언어로 다 담아낼 수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꾀꼬리(?)처럼 소리를 꽥꽥 질러 댔다.
성은) "아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매니저님) "????????????? 그렇게 좋아??????"
성은) "물 색감 미치지 않았어요? 이런 하늘색 투명한 물빛 처음봐요"
딩고 촬영지였기에 한국에서 오신 매니저님이 몰디브 공항에 마중 나와주셨다. 그러나 남자인 매니저님의 반응은 살짝 시크했다.
매니저님) "바다는 그저 바다일 뿐"
역시 몰디브는 남자보다는 여자 감성 취저 여행지임이 분명하다. 여자 PD님들과 은과장님은 몰디브의 바다색을 나만큼이나 좋아하셨다. 물론 출장으로 왔다는 점 빼고... 사랑하는 사람과 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우리의 의견 통일.
몰디브는 인도보다 스리랑카보다 더 밑에 있는 인도양에 위치한 섬나라이다. 산호섬 1,190개로 구성되었는데, 이 중에 사람이 사는 곳은 200여개고 그 중 절반 정도에 리조트가 지어져있다. 몰디브라는 국가의 수도는 가장 큰 섬에 있는 말레(Male)인데, 이 곳은 숙박이 저렴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휴양지 몰디브는 이 본섬이 아니다. 우리가 갔을 때만 해도, 말레에 내란이 일어났다며 치안주의 문자가 외교부에서 쉴틈없이 날라왔다. 우리가 상상하는 휴양지는 리조트가 지어져있는 별개의 섬들인데, 수도인 말레와는 거의 별개라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에 내란이든 분쟁이든 문자가 날라오더라도 그대로 리조트로 직진해도 무방하다. 또한 한 섬이 통째로 리조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갔던 쉐라톤도 그 섬이 통째로 쉐라톤 리조트였다.
그렇다면 몰디브 여행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날씨'이다. 우리가 고려한다고 해서 맑은 날, 비오는 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심한 우기 때 걸리면 신혼여행을 폭풍우 속에서 보내는 형국이 펼쳐질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몰디브 여행 전에는 날씨 감안을 해야한다. 솔직히 우리가 촬영한 날짜에는 하루도 비가 안오고 4박 5일동안 해가 쨍쨍해서 원래 몰디브가 이런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우리가 보기 드문 행운아였었다. 단짝 친구도 신혼여행을 몰디브로 왔었는데 하루 빼고 다 비가와서 리조트에 갇혀있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 하루는 날씨가 좋아서 그날 인증샷을 모조리 찍었다고 했다. 4월부터 12월까지 계속 우기이지만, 6월 중하순 쯤 갔는데도 날씨가 좋았으니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월 별 강수량에 따라 날씨가 달라지는듯 하다.
우리의 촬영 콘셉트는 저렴하게 몰디브를 여행하는 것이었다. '몰디브'하면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리조트 내부 물가가 비싸긴 비싸다. 기본적으로 섬이기 때문에 식자재를 나르려면 경비행기나 보트로 리조트까지 수송해야하고, 이 수송비를 감안해보면 전체적인 물가가 비싼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숙박에 포함된 조식을 브런치로 먹고 저녁을 좀 늦게 먹는 컨셉으로 2끼만 먹었다. 리조트 내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스노쿨링 장비 대여, 패들보트, 바나나보트 등의 액티비티를 하는 컷들 위주로 촬영했다. 이렇게 아껴서 가는 여행일지라도 몰디브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서라면 충분히 가볼만 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에. 하루 종일 바다만 바라봐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지금 가격을 찾아보니 우리가 묵었던 쉐라톤 리조트 가격이 2인실 1박에 30만원 정도 하고(11월 평일 기준) 항공편도 경유이긴 하지만 비수기에는 왕복 70만원 선으로 검색된다. 여행 일자에 따라 가격차이는 많이 날 것 같지만, 신혼여행 때만 가야하는 범접할 수 없는 여행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신혼여행 때는 프라이빗하게 한 섬에 세 커플 정도만 묵거나 한 섬을 한 커플이 통째로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훨씬 높아진다고 들었다.
공항에 내려서 리조트까지 미리 예약해둔 보트를 타고 들어갔다. 보트가 리조트에 도착하는데 저 멀리서 직원분들이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반겨주셨다. 내리자마자 하와이 느낌의 보라색 꽃을 단 시원한 코코넛 쥬스를 주시는데, 이 모든 호강이 마치 꿈 같아서 동동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섬 전체가 리조트이다보니 숙소까지 전동차를 타고 이동해야했다. 제일 먼저 화장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약간 샤워기가 노천에(?) 있어서 밖에서 샤워하는 느낌. 신선한 느낌이군... 숙소 뒷문도 바로 바닷가로 연결되어 있어서 언제든 스노쿨링 장비를 가지고 바다에 뛰어들 수 있었다. 우리가 워터 방갈로에 묵진 않았지만, 촬영 때문에 워터 방갈로에 들어갔었는데 워터 방갈로에서 스노쿨링 장비끼고 들어가서 본 바다는 판타스틱 그 자체였다. 영롱한 은색 빛의 꽁치느낌 물고기 떼가 투명한 하늘색 물 사이로 지나다니고, 가오리나 문어도 육안으로 볼 수 있고, 미니 상어들도 앞을 지나다닌다. 스노쿨링도 이 정도인데, 스킨스쿠버를 했다면 인도양의 바닷 속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