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할 수 없는 진리야
올해, 반일 이슈로 인해 잡혀있던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팩트 : 일본은 최고의 맛집 여행지라는 점이다. 고백친구들이 일본에 도착한 시기는 8월 초, 무더위도 이런 무더위가 없다. 무려 42도. 한국보다 더 뜨거웠던 일본의 열기에 소영이의 슬리퍼는 녹고야 말았다.
"언니.. 나 슬리퍼 녹았어. 이거봐."
이 정도의 더위라면 숙소 안에서 에어컨을 키고 방콕하고 있어야 맞겠지만 프로 유튜버 정신은 나를 맛집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하루에 4끼 씩 여기 저기 맛집 탐방을 다녔다. 가도 가도 갈 곳은 많고 시간은 없고. 무더위를 뚫고 일본에서 찾은 최고의 맛집들을 담아보았다.
미국에서 1년 프랑스에서 1년, 이 정도면 부모님도 딸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익숙해졌을 수 있겠지만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그리움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고백아시아를 떠나면서 9개월 간 못본다는 사실이 많이 서운하셨던 것 같다. 딸이 보고 싶다던 우리 엄마. 사실 중간에 딱 한 번 한국을 들리긴 하지만 제주도에 방문하는 일정과 부모님의 스케쥴은 엇갈려서 만날 수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과 가장 가까운 여행지인 일본 도쿄로 계획을 세웠다. 도쿄에 머무는 날짜는 단 2일. 엄마와 잠깐 본 후 나고야로 떠나야한다.
엄마보다 고백친구들이 도쿄에 먼저 도착했다. 일본에 갈 생각을 한 나는 굉장히 설렜다. 왜냐하면 내 인생 최고의 맛집을 다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도쿄에는 일전에 친구와 한 번 여행왔었다. 맛집만 골라서 투어를 다녔는데 그 때 처음 '텐동(튀김덮밥)'이라는 음식을 먹게 되었다. 한국에 있는 일본 음식점에 가도 가츠동이나 사케동을 먹지 뭐하러 살찌는 튀김덮밥을.. 이라는 생각에 텐동은 주문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맛집이라고 해서 갔던 카네코한노스케에서 맛의 신세계를 경험하였다. 3년 전에 방문했을 때, 오픈 시간에 맞춰갔는데도 문 앞에 길게 늘어진 웨이팅 줄을 보며 믿을 수가 없었다. 오로지 이 음식점을 오기 위해 이 장소에 왔기 때문에 물러날 수는 없었다. 그냥 포기한 채로 한 시간을 기다렸다.
"맛없기만 해봐.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한 시간을 기다려서 들어간 그 곳은 두 시간을 기다려서 먹어도 아깝지 않은 인생 맛집이었다. 텐동에 장어 한마리가 똬악 올려져있고 새우, 오징어 등 다양한 해산물 튀김이 푸짐하게 올려져 있는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카네코한노스케 맛의 비법은 참기름 향이 나는 튀김에 있었다. 처음에 줄 서있을 때는 '이게 무슨 냄새지?' 했다. 그냥 조금 독특한 기름냄새가 나는 음식점이라는 생각에 궁금해졌는데, 한 입을 딱 넣자마자 깨달았다. '참기름이구나!'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참기름에 튀겼나 싶을 정도로 고소한 향이 입에 맴돌았다.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참기름 향의 조화가 텐동의 진정한 맛을 깨우쳐주었다. 한국에 와서 그 맛을 떠올리며 여러 텐동집을 찾았지만 카네코한노스케만 못했다. 그리고 맛있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러나 카네코한노스케는 내가 다닌 음식점 중에 가장 맛있는 No.1 음식점이었다. 그래서 또 가고 싶었다. 또 그 맛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도쿄 여행이 그리운 첫사랑 만나러 가는 느낌 마냥 설렜다.
고백 친구들에게 인생 최고의 맛집이라고 여긴 꼭 가야한다고 2일의 일정 중에 여기는 넣어달라고 주장해서 겨우 데려갔다. '누나 맛없으면 어쩔거야, 책임져' 라는 치우의 압박에 솔직히 좀 쫄렸다. 왜냐하면 기본 웨이팅 1시간일테고 나는 기다려서라도 맛집에 가는 성격이지만 다른 고백친구들은 맛있는 음식에 대한 열망이 나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달 회계담당자의 권력을 이용하여 카네코한노스케로 아이들을 데려갔다. 오랜 기다림이 끝나고 입장해서 주문했는데 아이들의 평가가 어떨지 내 마음이 콩닥였다.
솔직히 고백친구들은 내가 표현한 것처럼 맛있긴 한데 내가 느낀 정도로 감격스러운 맛은 아니라고 했다. 원래 사람도 다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짝을 만나 결혼해서 사는 것처럼, 입맛도 각자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인정한다. 아무튼 나에게는 이 맛집은 첫 맛에서 반했을만큼 충격적으로 맛있었던 첫사랑의 맛이었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고 한국에서 도착할 엄마를 마중나가러 우메다역으로 향해야했다. 나는 이 맛을 엄마에게도 맛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텐동 하나를 포장해서 나갔다.
뭔가 환영의 표시를 하고 싶어서 꽃도 한송이 샀다. 우메다역 저 뒷편에서 걸어나오는 엄마! 엄마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기승전 텐동. "엄마줄려고 텐동샀어" 역시 사랑의 표시는 맛있는 음식이지. 따로 먹을 곳이 없어서 호텔로 돌아와서 저녁 먹으라고 텐동 벤또를 열었다. 약간 식어서 현장에서 바삭하게 먹는 것보다야 맛이 덜했지만 엄마도 맛있다면서 감탄했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저녁을 먹었다는 엄마는 옆에서 몇 입 더 먹던 나에게, 다 먹어도 좋다는 허락을 했다... 그렇게 벤또에 있는 텐동도 내 입 속으로 순삭해버렸다. 하아.. 역시 첫눈에 반하는 남자가 위험하듯 첫맛에 반한 음식도 중독이 너무 심해! 도쿄에 다시가도 이곳은 꼭 방문할 것 같다.
아 참, 카네코한노스케에서 웨이팅하고 있을 때 재밌는 일이 있었다. 어떤 분이 식사를 하고 나오시는데, 한국어를 하시길래 아이들에게 이곳이 맛있다는 확신을 전달하기 위해 "여기 맛있어요?"라고 물었다. 그 분은 "아, 네네 맛있어요"라고 하시더니 "혹시 딩고 트래블 나오시는 분 아니예요? 그 꿈의 여행 뽑히신 분들?!" 이라고 물으셨다. 와우! 처음으로 우리를 알아봐주신 분이었는데 알아봐주신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영상 너무나 재밌게 보고 계시다면서 사진찍자고 하셔서 넷이 다 함께 사진찍었다. 처음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었기에 기억에도 많이 남고 참으로 감사한 순간이었다.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원래는 2일 동안 인줄 알았는데 도쿄에서 나고야로 향하는 심야버스 일정으로 인해 도쿄에서 숙박하는 기간이 하루로 줄어들었다. 엄마와의 만남도 24시간으로 줄어들었지만, 짧았기에 더욱 애틋한 시간으로 남았다.
도쿄에서 나고야는 한 번 푹자고 일어나면 도착하는 심야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의외로 도시에서 도시로 옮겨가는 교통수단이 굉장히 잘 되어있었다. 심야버스에서 각 자리마다 유모차 덮개 덮는 것처럼 어두운 곳에서 잘 자라고 덮개가 설치되어 있는 점도 굉장히 신박했다.
나고야에서 도장 깰 음식점은 야바톤, 카메다커피, 멘야하나비 그리고 아쓰다 호라이켄까지 총 4곳이었다. 아! 그리고 오스시장에 있는 타코야끼 맛집까지 더하면 총 5곳이었다. 이 곳을 2일 안에 가려니 스케쥴이 빡빡했다. 도착한 당일에 나고야성-야바톤-오스시장을 방문하고 다음날 카메다커피-멘야하나비-아쓰다 호라이켄을 도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그 다음날 또 바로 이동이다. 나고야의 날씨는 도쿄보다 더 더웠다. 그러나 더위 따위가 나를 굴복시키지 못하리. 처음오는 일본 도시인 만큼 이곳 저곳을 둘러볼 나의 열정은 가득했다. 나고야성을 한바퀴 휙 둘러본 후, 야바톤 본점에 갔다. 미소소스를 뿌려주는 철판돈까스로 유명한 맛집인데 대핵존맛까지는 아니었지만 독특해서 입에서 계속 생각나는 맛 정도였다. 비계가 많아서 돼지고기 등심인데도 불구하고 입에서 녹는 식감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오스시장에 갔다. 타코야끼를 먹었는데 맛있긴했지만 인생 타코야끼 수준은 아니었다. 내일의 맛집에 기대를 걸어봐야겠다.
다음날 아침 일찍 혼자 카메다 커피로 향했다. 카메다 커피는 11시 전에 가서 커피를 시키면 토스트를 무료로 주기 때문에 유명한 맛집이다. 그런데 이 커피숍 뿐 만 아니라 나고야 전체적으로 이러한 문화가 있는 커피숍이 많은 것 같다. 토스트와 함께 발라먹을 수 있는 토핑을 한가지 고를 수 있는데 으깬 계란과 팥이 유명하다. 토스트나 커피 맛은 평범하지만 한 번 가볼만 한 정도의 맛집이었는데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숙소와 가까운 곳으로 검색해서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커피숍 내부에서 흡연이 가능한지라 담배 냄새가 나서 불편했다. 금연석 흡연석이 나눠져 있긴하지만 구역이 분리되어 있을 뿐 공기는 다 흩어지니까 어디에 있든 가게 안에서 담배 냄새는 피할 수 없었다.
유튜브를 촬영함에 있어서 일본에서는 초상권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신경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동남아시아를 촬영할 때는 오히려 가게 주인 분이 오셔서 유튜브 주소 알려달라고 하시고, 잘 찍어서 홍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때가 많았다. 호주나 미국도 호의적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물론 나도 영상을 촬영할 때 초상권에 대해 항상 고려하곤 한다. 찍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화면에 일부러 인사해주시는 손님이나 행인 분들도 많이 계시고 이런 경우 굳이 모자이크로 지우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가게 배경을 찍는 부분에도 다른 사람의 얼굴이 나오는 사안에 있어서 엄격하게 통제했다. 그래서 일부러 일본 콘텐츠에서는 주인이 찍는 모습을 보고 허락하지 않는 이상 지나가는 행인이라도 무조건 모자이크 처리했다. 카메다 커피에서도 내가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녹화하지 말라고 했다. "아니... 쇼파석에 앉아서 뒤에 배경에도 다른 손님이 안 잡히고 저만 나오는 데도 촬영이 안되는 건가요... 음식과 제 얼굴만 나오는데요?" 그것도 처음에는 안된다고 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화면에 내 얼굴만 나온다고 확인시켜주고 나서, 다시 한 번 직원을 설득하고 나서야 음식 평가 리뷰를 찍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 가장 기대했던 음식점 중에 하나인 멘야하나비. 바로 마제소바를 파는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분점이 있는데, 수요미식회에서도 나온 맛집이다. 그런데 이 멘야하나비의 본점이 나고야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은 꼭 방문하리라 결심을 했다. 한국과 얼마나 맛이 다를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제소바를 처음 먹었을 때도 세상에 이런 맛이 존재할 수 있구나라는 텐동을 먹었을 때와 비슷한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곳을 방문하고자 하는 나의 결심은 굳건했다. 다만 나고야의 아주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소요시간이 왕복 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하아.. 머나먼 길이군.' 다행히 웨이팅은 없었다. 카메다 커피에서 이미 토스트를 먹고 와서 배부르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콘텐츠를 찍어야하고 맛을 봐야한다. 일본 음식이 기본적으로 좀 더 짠 편이어서 그런지 한국멘야하나비의 마제소바 보다 좀 더 짰다. 그러나 그 감칠맛이나 기본적인 베이스 맛은 아주 동일했다. 결론이 났다. 한국에서 먹어도 된다. 아니, 한국에서 먹으면 더 맛있다...하하...
이제 아쓰다 호라이켄 본점으로 향해서 떠났다. 장어덮밥 맛집인데 한 그릇에 3,600엔(한화 36,000원 상당)을 호가할 정도로 비싸지만 그만큼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다. 나고야에 매장이 딱 2개 있는데, 그 어느 곳이든 웨이팅이 문제일 뿐 맛은 천상의 맛이라고 한다. 기왕 먹을 꺼 본점으로 가즈아-! 를 외치며 도착한 본점 앞. 물론 기나긴 웨이팅 줄과 더불어 두끼를 연속해서 먹어버려 내 배는 약간의 휴식이 필요했다. '곧 있으면 브레이크 타임인데 어쩌지?' 지금 먹지 않으면 디너 입장 시작인 오후 4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결국 나는 기다리기로 했다. 디너 대기표를 받은 후 근처 시로토리 정원으로 향했다. 지나가다가 붕어에 밥도 주고 여기저기 나그네 처럼 구경을 하다가, 맛집을 향한 불타는 열정으로 잊고 있던 폭염이 느껴졌다. '아, 여기서 계속 돌아다니다가는 더위 먹을 수 있겠다' 라는 공포감에 휩싸여 시로토리 정원 안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미얀마에서 더위 먹은 이후 더위 먹으면 얼마나 몸이 고통스러운지 체감을 했기 때문에 내 몸은 딱 더위 먹기 직전까지만 혹사시키기로 했다. 커피숍에서 빙수를 시켜먹으며.. (또 먹어...배부르다면서) 내 몸의 열기를 추스렸다. 물론 디저트 배는 타로 있으니까. 여기 저기 옮겨가며 영상을 찍는데, 직원이 오더니 옆의 자리가 좋다며 추천해주셨다. 아 일본에서도 이렇게 촬영에 도움받을 때가 있다니 감동. 그렇게 디저트로 내 배를 꾹꾹 누른다음 오후 4시에 맞춰서 아츠다 호라이켄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아츠다 호라이켄의 장어덮밥은 총 3가지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세가지 방법으로 먹을 때 맛이 다 다르다. 정말 맛이 다 다르다. 너무나 놀랍다. 첫번째는 나온 그대로 먹는다. 두번째는 주어진 양념 토핑을 넣어서 비벼먹는다. 세번째는 국물을 넣어서 말아 먹는다. 같은 음식인데 음식 맛이 확 확 변해서 많이 놀랐다. 뭘 많이 다르게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세가지 방법 중에 김, 파, 와사비를 넣은 두번째 방법이 가장 맛있었다. 미각에 뻥치는 맛이랄까...?
40도 무더위에 맛집 도장깨기를 하고 온 나에게 숙소에 있던 고백친구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 무더위에 혼자... 역시... 난 Born to be 유튜버인 것인가. 더위를 정신력으로 버텼다. 그리고 일본 맛집 도장깨기는 삿포로에서도 이어졌다.
삿포로 공항을 나오는 순간 느꼈다. 이곳이 천국인가. 고백아시아 여행을 다니면서 하얗던 내 피부가 여행 끝날 무렵에는 건강한 태닝미를 뽐내게 된 이유는 다녔던 모든 도시가 여름이었기 때문일테다. 100개 도시 중 가장 시원했던 곳이 삿포로였다. 똑같이 8월 초중순이었는데 나고야가 40도일 때 삿포로는 22도. 서늘한 가을 날씨이다. 심지어 살짝 춥기까지 하다. 건조하고 서늘한 이 기후 도대체 얼마만에 느껴보는 것인지! 여름에는 무조건 피서지 추천으로 삿포로를 외치리라. 날씨에서 부터 삿포로는 오겡끼데쓰-였다.
사실 북해도(삿포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설경이 눈앞에 펼쳐진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특히 90년대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 여주인공이 약혼자를 부르며 "오겡끼데스까"를 외쳤던 그 장면을 떠올린다. 그러나 눈의 왕국 삿포로, 겨울 왕국 삿포로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삿포로의 여름이 열 손가락 안에 꼽는 아름다운 여행지였다. 여름이 온 삿포로에서 반드시 누려야 할 3가지는 비에이투어의 아름다움, 삿포로 맥주축제, 삿포로대표 음식 스프커리, 징기스칸이다.
비에이투어에서는 팜도미타, 청의 호수, 닝구르테라스, 흰수염 폭포, 패치워크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전경이 삭막한 겨울과는 다르게 너무나 아름답다. 팜도미타의 라벤더 꽃밭은 7월 중하순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만끽할 수 있는데, 우리가 갔던 8월 초중순에도 살짝 지긴 했지만 그래도 인증샷 찍을 만큼의 아름다움은 간직하고 있었다. 라벤더 꽃밭만 생각해서 7월로 여행일정을 잡는다면 8월에 열리는 삿포로 맥주축제를 놓칠 수 있으니 개최 시기와 개화 시기를 잘 고려해서 여행 일정을 잡으면 좋다. 라벤더 꽃밭 너머로 멜론 직판장이 있는데, 원래 같은 농장이었다가 형과 동생이 싸우면서 나뉘어졌다고 한다. 점잖을 것만 같은 일본인들도 이렇게 싸우다니. 드라마에서만 보던 돈있는 형제 간의 다툼이 이곳 팜도미타에서도 일어났던 것 같아서 헛웃음이 나온다.
청의 호수는 솔직히 (속된 말로) 처음 본 순간 미치는 줄 알았다. 너무 예뻐서. 마음이 떨려서. 눈에 담고 또 담아도 이렇게 청량하고 신비로운 색감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계속 보고 있다가는 끌려 들어갈 것 같았다. 청의 호수는 매일 매일 색이 달라진다고 하니 내가 본 색감이 여름이라고 똑같이 볼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른 날에 더 아름답고 신비한 색감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들게한다. 청의 호수를 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데 올 때와는 다르게 도로가 차들로 꽉 막혀 있었다. 가이드피셜로는 우리가 방문한 날에 날씨도 좋고 청의 호수 색이 예쁘다는 소문이 쫙 퍼져서 인근 거주하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닝구르테라스는 숲 속 요정의 집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팜도미타나 청의 호수만큼의 감흥은 없었다. 연유 우유 위에 살짝 토치해서 파는데 그렇게 맛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그러나 푸르른 숲 속에서 사진 하나는 기막히게 잘 나오니 인충이인 나에게는 꼭 들려야할 여행지였다.
흰수염폭포는 겨울에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경험한 비에이투어에서는 팜도미타와 청의 호수가 메인이고 흰수염폭포는 그저 다리 위에서 멀리 바라보는 작은 폭포 한 줄기였기 때문이다. 확대해서 찍으니까 예쁘게 나오긴 하는데 전에 본 것들이 워낙 예뻐서 사실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겨울의 삿포로에서는 팜도미타에 꽃도 없고 청의호수도 눈에 쌓여 삭막함이 가득하니 흰수염폭포가 더 눈에 들어오는 여행지일 수 밖에 없을 듯하다.
패치워크는 일본 유명 CF의 배경으로 나왔던 장소여서 유명하다. 커다란 나무들이 일자로 서있고 넓게 뚫린 도로 위에서 모델처럼 포즈를 잡을 때면, 이럴 때 금손 남친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든다. 연애가 하고 싶은 요즘.. 자꾸 이상한 말을 쓰게 되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사실 치앙라이에서 맥주를 입에 댄 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신 것은 아니고 마셨다가 끊었다가를 반복했다. '이미 마신거 한 번 더 마셔도 되겠지?'와 '다시금 결심하면 되는 거 잖아. 이제 다시 금주 하자.' 중에 갈팡질팡했던 9개월이었다. 삿포로 맥주 축제에서는 안 마셨던 것 같긴 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잊고 싶었던 것일 수도) 분위기 자체가 즐거워서 들떴다. 아, 참고로 맥주는 맛있지만 안주는 영 맛이 없었다. 즉석해서 지글지글 구운 고기는 맛있을 것 같긴 한데, 우리가 시킨 타코야끼와 만두는 냉동을 전자렌지에 돌린 느낌이여서 영 별로였다. 축제를 위해 맛있게 보이는 안주를 주의 깊게 고르는 솜씨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하면 떠오르는 보편적인 음식 스시, 와규, 타코야끼, 일본 라멘과는 다르게 삿포로는 삿포로 만의 지역적 특수성을 담은 대표음식이 있다. 바로 스프커리와 징기스칸이다. 스프커리는 삿포로의 추운 겨울날 몸을 녹여주기에 안성맞춤인 국물 요리이고 징기스칸은 2차 대전 말기의 식량난에서 양을 많이 사육하던 훗카이도에서 식량난 해소를 위해 먹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른 요리이다. 몽골 제국의 군주 칭기즈 칸의 일본어식 발음에서 유래하긴 했으나 직접적 연관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굳이 연관성을 찾자면 화로의 모양이 징기스칸 투구와 닮아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다.
스프커리로 가장 유명한 맛집 Chaos Heaven Soup Curry. 추천 메뉴는 밀크베이스의 치킨커리수프. 간이나 맛이 약하지는 않지만 수프라 그런지 묽다는 느낌이 들었고 좀 더 크리미하게 만들었다면 맛있었을 것 같다는 주관적인 의견. 일본 커리보다는 인도 커리에 가까운 마살라 향신료 향이 나고, 닭고기와 야채 등을 푸짐하게 넣어 양이 정말 많다. 남자들도 한 그릇 비우기 힘든 음식점이였달까.
삿포로 징기스칸 맛집을 검색하면 나오는 다루마가 있으나 광고로 과대 포장된 맛집인 것 같은 냄새가 나서 다른 곳을 찾고 싶었다. 물론 가면 맛은 있겠지. 그리고 웨이팅도 기본 2시간이라고 하니 맛집은 맞겠으나 새로운 맛집을 뚫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구글 맵 검색을 시작했다. 'Sapporo Genghis Khan 삿포로 징기스칸'이라는 이름의 음식점이었다. 메뉴명과 동일한 가게의 이름이 투박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원래 맛집은 다 그렇다. 구글 평점 4.2점에 리뷰가 440개 그리고 일본인 리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구글에도 이름이 한글로 안나온다. 초반에 들어가지 않으면 1시간 이상 웨이팅이 기본이라는 리뷰에 오픈시간 한 시간 전에 가서 문 앞에서 기다렸다. 제일 앞에 서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떤 중국인 부부도 내 뒤에 줄을 섰다. 그 뒤로 사람들이 꼬리를 물어 금방 긴 줄이 되어버렸다. '역시 일찍오길 잘했어.' 어짜피 삿포로에 온 이상 징기스칸 한 번 못 먹어보고 간다면 끝 내 아쉬워서 삿포로에 다시 와야할 터. 왠만하게 이름 날린 징기스칸 맛집들의 웨이팅 사정은 여기나 거기나 별 차이 없고 오픈 전이나 후나 기본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하니 선수치는게 시간을 아끼는 길이다. 물론 징기스칸은 혼밥이었다. 나는 양고기 매니아에 다가 맛집이라면 웨이팅 물 불 가리지 않지만, 고백친구들은 나와 같은 여행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솔직히 고백아시아를 떠나기 전에 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맛집에 큰 비중을 두고 여행을 다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우리의 여행 스타일은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액티비티의 경우 우리 모두 좋아하고 숙소비도 아껴서 액티비티를 더 하자는 측면에서는 동일했지만, '여긴 꼭 먹어야 돼' 이런 맛집에 대한 의지는 달랐다. 외식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식기업에 다니다 보니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비슷한 성향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그럴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산업 다른 분야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보니 그렇지 않았다. 내가 특별했던 것일 수 있고 아무튼 취향 존중~ 혼밥이어도 나는 반드시 먹어야겠다.
줄을 서있는데 뒤에 있던 중국인 부부가 말을 걸어왔다. 중국어로;;; 하하하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한국인이라고 말했더니 영어로 물으신다. "여기가 징기스칸 맛집 맞아요? 굉장히 일찍 오셨네요." 우리는 한 시간의 기다리는 시간 동안 도란 도란 말친구가 되었다. 한국 여행객들에게 그렇게 유명한 맛집은 아닌데 구글 맵보고 찾아왔다고 말하니까 그 분들은 중국 웹사이트에는 여기가 징기스칸 원조 맛집으로 적혀져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만해도 한국인 1팀, 중국인 1팀 나머지는 다 일본인이었다. 진정한 현지인 맛집을 찾은 것같은 이 뿌듯한 느낌에 먹지도 않았는데 성취감에 배부른 느낌이다. 지금은 내가 다녀간 지 1년 쯤 지났으니까 이미 일본인보다는 한국인이나 중국인에게도 널리 알려졌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오픈하자마자 제일 먼저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맛집답게 메뉴도 딱 하나 단일 메뉴. 그리고 아주머니가 양갈비를 손질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화로에 징기스칸을 구워먹을 수 있다. 공간은 좁고 프랜차이즈와는 다르게 모던한 인테리어도 없지만, 일본 드라마의 노포나 드라마 심야식당의 분위기여서 여행의 생생함까지 먹는 기분이 들었다. 징기스칸은 개인 화로 위에 주물 철판에 양갈비를 구워먹는 요리이다. 철판 꼭대기에 양 기름 한 조각을 올리고, 아래로 고기와 양파 그리고 채소를 구워 먹는 요리이다. 양 기름이 녹으며 고기를 휘감고 그 기름이 다시 한 번 나와 채소를 휘감는다. 이렇게나 오래 기다렸는데 한 접시만 먹고 끝내기에는 너무나 아쉬워 혼자 세 그릇을 없앴다. 입에서 살살 녹는 양고기의 맛은 기가 막히다. 가츠오 부시를 얹은 밥+ 징기스칸 한점 + 소스 + 김치 + 양파의 조합은 이루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삿포로 최고의 맛이였다.
삿포로에서 빼먹을 수 없는 마지막 추천 맛집은 '잇핀'이다. 물론 일본에서 보편적으로 유명한 음식 부타동을 파는 맛집인데 숯불에서 굽워낸 고기의 맛이 식어도 잊을 수 없는 맛의 수준이었다. 사실 삿포로 도착하기 전 부터 잇핀 부타동 노래를 부르며 아이들에게 가자고 조르고 조르고 또 졸랐는데, 비에이투어 끝나고 가보니 웨이팅이 1시간 30분. 테이크 아웃도 웨이팅이 1시간 걸린다고 해서 이걸 먹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정말 고민을 많이했다. 한 시간 기다렸다가 맛없으면 아이들에게 엄청 혼날텐데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그래도 나는 직진했다. 가게에서 따뜻할 때 먹었으면 더 맛있을 것 같지만, 테이크 아웃해서 숙소로 돌아가서 먹었는데도 그 맛있음은 변치 않았다. 그리고 다행히 고백친구들도 맛있다는 평을 해주어서 내 목숨도 부지할 수 있었다.
오사카에 오면 제일 하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에 방문해서 해리포터 존에 가보는 것 이었다. 어마무시한 해리포터 팬이었던 나에게 그만큼의 로망과 설레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솔직히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머글인줄 몰랐다. 벽이 열리고 해그리드가 나타나서 날 마법사의 세계로 인도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안오는 것을 보면 머글인 것이 분명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한 번은 해리포터 시리즈 4편 불의 잔이 영화화 된다며 초챙이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루머가 해리포터 인터넷 카페에서는 많이 돌았다. 오디션이 진행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해리포터 영화의 유일한 아시아 배역인 초챙이 되고 싶었다. (물론 난 머글이지만) 그래서 어린 마음에 동네 피노키오 사진관에 가서 프로필 사진을 찍어서 영국 워너브라더스 본사로 EMS 소포를 보냈다. 운명이라면 연락이 오겠지. 물론 어언 15년 째 연락이 없는 것을 봐서는 떨어진 것이 분명하지만 그냥 어렸을 때 멋모르는 초등학생 아이의 추억으로 간직하기에도 재밌는 추억이니까 그걸로 됐다.
호그와트에 들어가기 위해 유니버설 스튜디오 스페셜 엔트리 티켓을 끊었다. BIG5 이런 티켓은 기본 입장권 외에도 10만원 정도 추가해야 살 수 있지만 스페셜 엔트리 티켓은 2만원 정도만 더 추가하면 원래 입장시간보다 15분 먼저 입장할 수 있다. 스페셜 엔트리 문이 별도로 있고 남들보다 먼저 주요 어트랙션을 타면 BIG5 만큼의 효과를 뽑아낼 수 있다. 다만, 젖먹던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는 것. 문이 열리자마자 해리포터 존을 향해 미친듯이 뛰는데 나만 뛰는게 아니라 함께 줄서 있던 모두가 그곳을 향해 뛰는 그 모습이 굉장히 재밌었다. 나를 포함해 다 큰 어른들이지만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운동회 때 100m 달리기 하는 초등학생처럼 뛰면서 경쟁하는 모습에서 몸은 커도 동심은 남아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도 나도 심장이 멈출 것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전력질주했다. 가다가 핸드폰 떨어뜨리고, 짐벌 떨어드리고 뛰다가 나중에 발견해서 되돌아가서 주워서 다시 뛰고. 결국 유명한 5가지 놀이기구 중 오후 1시까지 4개를 휩쓸었다. 놀이기구를 다 타고 나서는 해리포터 존에서 쇼핑을 하며 '호구'와트를 인증했다. 난 호구였다. 모든 아이템이 비싸지만 해리포터 마법의 카드를 갖기 위해 개구리 초콜릿을 샀고 소설에서만 상상하던 님부스 2000도 타봤다. 지팡이도 살까 고민했지만 우리가 9개월 내내 여행한다는 점을 자각한 후 살포시 원 위치로 내려놓았다. 20kg 의 짐에 장난감 지팡이를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버터비어는 하도 맛없다는 평이 많아서 더 궁금했는데, 역시나 맛이 없었다. 어쩜이렇게 맛없게 만들 수 있는지.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을 맛없게 만드는 것도 재주인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아침에 가서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왔을텐데 이제는 힘들어서 야간 퍼레이드고 뭐고 다 버리고 오후 3시 밖에 안되었는데 숙소로 쉬러 돌아갔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확확 느낀다. 아 청춘이여.
해리포터의 부엉이를 보고 생각났는데, 일본에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부엉이가 참 많았다.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도 많은 것 같고 부엉이 카페도 곳곳에 존재하는 것 같다. 도쿄에서도 부엉이 카페에 갔었고 후쿠오카에서도 부엉이를 구경할 수 있는 곳에 갔었다. 내가 만지면 스트레스를 받긴 하겠지만, 부엉이라는 뭔가 굉장히 낯선 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점이 신기했다. 진짜 눈을 꿈뻑 꿈뻑하는데 영화 속에서만 봤던 그 새가 내 눈 앞에 있는 신기하고도 놀라운 느낌이랄까. 일본에 간다면 특별한 경험 삼아 한 번쯤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부엉이 뿐만 아니라 플라맹고도 있고 이상한 동물도 자꾸 뛰어다니면서 나를 피하는데 그 모습조차 귀여웠다.
오사카도 두번째 방문인데 이번 여행에서 호그와트 말고도 꼭 하고 싶은 것이 2가지 더 있었다. 하나는 마리오카트. 해리포터 뽕에 맞고 나이가 들수록 주책아닌 주책으로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 같다. 마리오카트는 마리오 커스튬을 입고 마리오카트를 타고 오사카 시내의 주요 관광지를 실제 도로를 운전하며 2시간 동안 관광하는 액티비티인데, 국제 운전 면허를 소지한 사람만 탈 수 있다. 물론 혹시 몰라서 신분증 대용으로 국제 운전 면허를 만들어 오긴했지만, 대학교 2학년 때 면허를 딴 이후 약 7년 간 단 한 번도 실제 운전을 해본 적이 없는 장롱 면허였기에 걱정이 하늘을 찔렀다. 블로그를 찾아보면 운전 초보도 할 수 있다고 나와서 그 말에 용기를 얻어서 신청하긴 했지만, 솔직히 면허를 딴 이래로 첫 도로주행이기 때문에 걱정되는 마음은 이루 표현하기 어려웠다. 첫 도로주행을 마리오카트로... 그것도 일본에서... 정말 나 다웠다.
도로주행은 초반에는 떨렸지만 30분 쯤 긴장하면서 운전하고 나니 그 이후로는 조금 편해졌다. 운전도 재밌었고 속도 조절도 이내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모르던 재능이 운전에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다른 여타의 주행환경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앞 차만 잘 따라다니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마리오카트가 다른 차보다 낮기 때문에 차들이 내뿜는 매연을 필터없이 다 마시게 된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부작용은 이 때 운전 자신감 뽐뿌가 와서 오사카의 바로 다음 도시인 하와이에서 오토바이를 빌리는 사고를 쳤다는 점이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빌린거야? 하와이 뺑소니 사건은 하와이 편에서.. 하아...
마지막으로는 가고 싶었던 음식점이 있었다. 바로 내 사랑 '위너'와 '워너원'이 방문했던 타코야끼 집 '타코노테츠'였다. 그냥 음식점이 아니라 직접 타코야끼를 만들어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 나라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긴 꼭 가야되'라고 3년 간 마음 속에 저장해놓았던 곳이었다. 누군가 만들어주는 타코야끼가 아니라 직접 만들 수 있다니 이색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이색적인 로망은 로망으로 남았을 때 아름다운 법.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예쁜 동그라미로 모양내서 만드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상상도 못했다. 보준이가 제일 잘 만들었고 치우랑 소영이도 곧잘 하는데 내 앞에 있는 타코야끼들만 죽쑨 것처럼 거의 먹을 수 없는 모양이었달까. 옆에 직원 아주머니가 가엾게 보시더니 오셔서 만드는 것을 도와주셨다. 나처럼 손님이 죽 쑤더라도 도와주시기도 하시니 문화 체험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 가서 먹어보길 추천한다. 즉석으로 만들어 먹으니 타코야끼는 따끈따끈 맛있었다. 그러나 야끼우동은 소스 맛 밖에 안나고 짜고 겉돌고 들어가는 내용물도 별로 없었으며, 돈베야끼는 가격 대비 나쁘지는 않았지만 추천하고 싶은 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그저 이곳에서는 타코야끼만 먹고 나오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