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ileen Jan 27. 2016

아빠

나는 그의 술주정과 술냄새가 그득한 볼 비비기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술주정에 언뜻 비치는 원초적인 마음을 보는것은 비밀스럽게 좋아한다. 원체 늘 웃고 장난치며 진실되게 사는 사람이지만, 가장으로서의 무게•세상의 예쁘지 않은 부분들은 딸들에게 나눠주지 않으려는 여느 아빠와도 같은 사람이라, 그런 모습을 볼때 뭉클하기도 하고 어딘가 저릿저릿하기도 하고..

어제의 비가 오늘을 잔뜩 적셔놨다. 일어나자마자 받은 전화에는 알콜에 반, 잠에 반 잠긴 아빠의 목소리로 이런저런 얘기가 담겨있었고, 나는 세상에 이런 목소리로 나를 보고싶어하는 사람은 당신이 유일할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이 눈물에 잠겨버려 끝끝내 못하고 말았다.

아빠의 목소리. 아빠의 젖은 목소리. 또 열심히 살 계기..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가장 고상한 고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