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쁘면 안 될 이유가 없다.
태양의 후예가 한참 유행이어서, 유학생 집순이 학교순이 신분인 나도 따라서 함 봤다. 가 아주 큰코다쳐서 지금 진구랑 송중기를 사이에 놓고 삼각관계 선택에 기로에 서있는 상황. 시작한 내가 바보지 아이고 하면서 서상사가 윤명주를 안는 순간을 돌려보고 돌려보고 또 돌려보고, 세상에 가장 완벽한 포옹이 존재한다면 바로 저게 아닐까 생각도 해보고.
아무튼 다같이 송혜교의 자연스럽고 절대 붙인것 같지 않지만 붙인 속눈썹 이야기라던가, 김지원의 외계인미가 틸다 과 라며 찬양하는 이야기라던가, 한참을 떠들다가 친구가 장난으로 던진말이 있었다.
사람들 많은곳에서
성빈~ 네가 송혜교보다 예쁜거 알지? 라고 부러 큰소리로 말하면 모든 사람의 따가운 눈초리를 돌팔매질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픽 웃음이 나왔다가 쏙 들어갔다. 선비님처럼 농담을 다큐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농담이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었고, 또 재밌자고 한 농담에 괜히 정색하면서 대답하면 친구가 머쓱할 것 같았다. 그런데 친구가 나를 창피주려고 한 말이 아니어서, 울컥했다. 그런 농담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또 인식에 울컥했다.
‘나는 왜 쟤처럼 ~가 안될까?’가 덜했으면 좋겠다. 나는 하나고, 남은 나를 뺀 이 세상 전부인데, 내가 가지지 않은 것들을 하나하나 남들에게서 다 찾아서 쫓아가려고 하면 인생은 너무 짧고, 그렇게 덜 발견되어진 나의 조각들은 너무나 속상하다.
송혜교는 나와 비교해서 얼굴이 작고, 코가 높고, 눈이 깊을지는 몰라도. 나는 내가 예쁘다. 이 세상에서 나만큼은 내 자신이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남이 나의 기준이 될 필요 없듯이, 내가 남의 기준이 될 필요도 없다. 나만큼은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남의 관계처럼 나와의 관계도 중요하게 여겨줬으면 좋겠다. 남에게 하지 않을 말들은 나에게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송혜교는 예쁘다. 송혜교가 예쁜건 축하해줄 일이지 나를 비하할 이유가 되거나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도 안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송혜교가 미모로 나의 남자친구를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뺏었다면 다시 생각해본다.) (하지만 그럴일이 없다.) (난 남자친구가 없으니까..)
또 반대로,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하고 예뻐하는 일에는, 남들을 비하하는 일이 개입되어선 안된다.
어느 날, ‘예쁘면 다 돼. 다 잘돼.’ 라는 말이 멍청하게 여겨지지 않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나를 예뻐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잘되어도 이상할게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