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 : 푸꾸옥 여행

1부 자음, 사람의 소리

by 박성봉


푸쿠옥 여행 첫날


코로나로 미루고 미뤄왔던 하윤이와의 첫 해외 여행.

푸꾸옥의 따스한 바람과

흐드러진 플루메리아 꽃향기는

아내와 1년을 살았던 호놀룰루를 떠올리게 했다.

물에서 나올 줄 모르는 아이와

수영장 구석구석을 누비다

고운 모래를 밟으며 해변으로 나갔다.

황토색 바다는 탁한 게 아니라

투명한 물속에서 고운 모래알들이

파도와 함께 일렁이는 것이었다.

종일 물놀이로 노곤해진 몸을 마사지에 맡겼다.

세 가족이 10만 원 남짓으로 누리는 기분 좋은 호사.

아이는 그만 잠이 들고,

저녁엔 엉동 야시장 성찬까지 즐기며 문득 깨달았다.

다음은 또 없을 수도 기회 될 때 떠나자.


* 2024년 2월에 떠난 여행, 숙소는 푸꾸옥 쉐라톤 롱비치 리조트.













푸쿠옥 여행 둘째 날


7.9km 세계 최장 케이블카.

몇 년 전 여수 케이블카를 떠올리며 긴장이 됐다.

그래도 이번엔 아내가 옆에 있어 다행이다.

발아래 옥색 바다 위에 낮은 지붕의 건물들과

어선들이 장난감처럼 떠 있다.

도착한 혼똔섬의 선월드.

대기 없이 여러 슬라이드를 탔다.

성수기 한국 워터파크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우리처럼 모자에 래시가드를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 내 피부는 소중하니까.

석양빛 물든 선셋타운은 낭만적이었다.

아내와 단둘이 있었어도 좋겠지만

딸까지 있으니 더 좋다.

두 명의 애인과 함께 데이트하는 것 같다.

가족은 폴리아모리 합법적인 양다리.


* 폴리아모리(polyamory): 정직, 신뢰, 상호 동의를 기반으로 한 명 이상의 사람과 동시에 낭만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비독점적 다자연애'












푸쿠옥 여행 셋째 날


동물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

빈펄 사파리는 못 참지.

풀밭에 풀어놓은 동물들을 쓰다듬어 볼 수도,

코끼리에게 바나나를 먹여볼 수도 있다.

그중 최고의 경험은 기린과 함께한 점심 식사.

가까이서 본 기린은 정말 컸다.

작게 잘린 당근을 내밀자 긴 혀를 내민다.

짙은 보라색 혀는 의외였다.

속눈썹이 유난히 긴 큰 눈과 하윤이의 눈이 마주친다.

아이의 높은 탄성이 터진다.

하윤이가 알았으면 좋겠다.

동물들도 우리와 함께 숨 쉬는 존재라는 것.

우리가 그들이고 그들도 우리라는 것을.

마지막 밤, 각자 찍었던 사진을 공유해본다.

다르게 봤지만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AI가 정확한 지도의 위치를 표시 못해주네요. 왼쪽 그림은 참고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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