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자음, 사람의 소리
박사 때부터 실리콘 포토닉스 한 우물만 팠다.
실리콘과 빛은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형용모순.
하지만 둘이 만나면 광통신 비용은 대폭 낮아진다.
2019년 3월, OFC 학회에 발표차 샌디에고에 갔다.
당시 CSP향 데이터센터 광통신이 1파(波)였다면
GPU 수천 장이 마치 하나처럼 동작해야 하는 지금,
이 기술이 다시한번 주목을 받는다.
착륙 전 도시는 눈부시게 흰 구름 바다에 잠겨 있었지만
봄바람 부는 지상은 온통 먹구름이 덮고 있었다.
먹구름은 원래 회색이 아니다.
자신이 빛을 가려 어두워진 것뿐.
빛 한 줄, 모순을 뚫고 길이 되어 흐른다.
* Silicon Photonics: 빛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반도체 기술
* CSP: Cloud Service Provider —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해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업자.
AWS(Amazon), Azure(Microsoft), Google Cloud, 등.
* OFC: Optical Fiber Communication Conference — 광섬유 통신 분야 세계 최대 학회.
나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조선시대 역참(驛站) 사이의 거리는 보통 25리에서 30리 내외.
한참은 지금으로 치면 10km 남짓이다.
언제부터인가 한참은 거리의 단위가 아닌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한참을 발로 잰다.
파릇한 새싹이 움트던 2025년 4월,
경복궁과 청계천을 따라 한참(10km)을 달렸고,
5월엔 상암 하늘공원에서 한강을 따라 두참(하프)을 달렸다.
기록은 1시간 48분.
이참에 천천히 준비해서 풀코스, 네참을 뛰어볼 참이다.
빠르지 않아도 좋다.
"적어도 최후까지 걷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땀방울 뚝뚝 흘리며 쉬지 말고 달리자.
* 2025 서울 YMCA 마라톤, 2025년 4월 13일(일)
* 제30회 바다의 날 마라톤대회, 2025년 5월 24일(토)
* 무라카미 하루키,『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20년 여름 속초,
마스크를 꼭 써야 했던 시절,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모래알과
까르르 웃음소리가 파도의 포말처럼 번져간다.
21년 가을 협재,
에메랄드빛 바다와 흰 모래가
이국의 해변처럼 눈부시게 펼쳐지고
아이의 그림자는 한 뼘 더 자라나 있다.
23년 봄 을왕리,
썰물 뒤 모래 속 바지락들이 숨어있고
마스크 없는 맨얼굴로 호미를 들고 있는
아이의 눈이 반짝인다.
태고부터 바다는 파도로 말을 걸어왔다.
다 자란 나와 아내는 주름만 짙어지지만
아이는 파도의 박동을 먹고 쉼 없이 자라난다.
바다는 흐르지 않으나 시간은 흐르고,
추억은 윤슬이 되어 아름답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