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모음, 짐승의 소리
코스모스가 핀 늦여름, 홍천 「알파카월드」.
넓은 뜰을 여유롭게 거닐고 있는 녀석들.
처음엔 우리를 경계하는 듯싶더니
톱밥을 뭉쳐놓은 듯한 펠렛을 건네자 다가온다.
삐뚤빼뚤한 이빨을 드러내 살짝 긴장했지만
의외로 혀는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서늘한 안데스가 고향인 녀석들,
한국의 덥고 습한 여름은 견디기 버거울까.
그나마 털을 밀어 까까머리가 된 친구들은 시원해 보인다.
하이라이트는 만 원 남짓한 요금으로
알파카 한 마리와 십여 분간 하는 산책.
동물과 교감할 때 나오는 옥시토신은
동물이 클수록 더 많이 분비된다고 한다.
하지만 끌어안으면 도망가는 너희들.
https://www.alpacaworld.co.kr/
삿포로에서 학회 일정을 마치고
旭川(아사히카와)를 찾기 위해 하루를 뺐다.
목적지는 두 곳이었다.
미우라 아야코 문학관과
연일 뉴스를 달구고 있던 아사히야마 동물원.
9월이지만 이미 바람이 차다.
폐원 직전의 작은 동물원이
동물을 가두어 보여주는 대신
살아 움직이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다.
'행동전시'라 불린 이 발상이
북방의 작은 동물원을 일본 전국의 화제로 만들었다.
동물원의 상징은 투명한 터널.
그 안을 흰 점박이물범이 유영한다.
부드럽고 느린 그 움직임을 바라보면
일본인들의 표현을 빌려, 癒される(이야사레루).
가둔 건 인간이지만 치유받은 건 나였다.
https://www.city.asahikawa.hokkaido.jp/asahiyamazoo/
집에 동물을 들이는 일은
생명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아무리 며칠을 아이가 졸라도 말이다.
다섯 마리, 다른 종의 게를 사왔다.
세스랑게, 방게 등 두 달을 못 견디고 하나둘 죽어갔다.
마지막 남은 참게마저 점점 껍데기가 옅어져갔다.
죽어가는 줄만 알고 넓은 수조로 옮겨놨다.
다음 날 보니 게는 두 마리가 되어 있었다.
하나는 딱딱한 어제,
하나는 새로워진 오늘.
우리가 맛있게 먹는 대게는
10여 년에 걸쳐 열 번 정도 탈피를 견딘다.
밤새 안간힘을 쏟았을 녀석.
꽉 끼는 옷을 벗고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비 온 뒤 죽순이 돋듯 하룻밤새 자란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