ㅓ : 어딘가에

2부 모음, 짐승의 소리

by 박성봉


엄마의 한숨


오월의 아파트 단지 작은 물가,
소리없이 내리는 부슬비.
하윤이 손바닥 위, 손톱만한 청개구리 한 마리.
며칠째 애지중지 키웠지만 오늘은 돌려보내기로.
엄마 말을 반대로만 하던 청개구리가
돌아가신 엄마의 유언마저 거슬러
냇가에 무덤을 쓰고,
비 올 때마다 떠내려갈까 개굴개굴 운다는 이야기.
그날도 개구리들의 합창소리가 컸다.
"잘 가~"
두 손을 펼쳐 풀숲 언저리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두드러진 사춘기를 겪지 않은 나지만
하윤이처럼 대문니 빠졌을 나이에는 고집이 꽤 셌던 것 같다.
개구리 생각: '풀어줘서 고마워.
늦은 뒤 개굴대지마, 지금 옆에 잘해줘.'












어김없이 돌아오다


굽이치는 홍천강이 5월의 햇살을 받아 은비늘처럼 부서진다.

산자락은 짙어진 연둣빛으로 강물을 감싸 안는다.

부모님댁 가는 길에 들른 화양강휴게소.

벽돌 처마 밑, 투박한 진흙집 속에

어느새 제법 자란 새끼들이 노란 부리를 주욱 내밀고

낯선 이의 시선을 조심스레 경계한다.

그들의 부모는 작년엔 이곳에서 태어나서

올해도 어김없이 수천 킬로를 날아와 돌아온 걸까.

나 또한 저들처럼 부모님 계신 곳으로 향한다.

회귀는 본능이 아니라 끊어낼 수 없는 사랑의 인력(引力).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 기다리는 이가 있다는 것.

제비야 올해도 부디 박씨 하나 물어줘.













어부바


티미의 친구, 도마뱀붙이(gecko) 방울이가 우리 집에 왔다.

전엔 게코와 도마뱀을 구분하지 못했다.

게코는 눈꺼풀이 없다.

이물질이 끼면 혀로 눈을 핥는다.

피부는 축축하지 않고 보드랍다.

경계심이 적어 외출할 때 함께 다닐 수 있다.

발바닥엔 흡착패드가 있어 어디든 척척 붙는다.

어쩌면 뭐든 척척해내는 건 도마뱀이 아니라 게코일지도.

티미 등가마에 올라탄 방울이.

연못을 건네준 뒤 전갈은 거북이 등 위에서 쏘았다.

왜, 라고 물었더니 본성이라 했다.

어쩌면 찌르는 것만 본성이 아니다.

기대는 것도 본성이다.

어부바, 네가 힘들 때 내가 등이 돼줄게.


* 미국에 살 때 즐겨 보던 GEICO(가이코) 보험 광고.

초록 게코가 또렷한 영국식 영어로 나레이션을 했다.

GEICO와 gecko, 발음이 닮아 붙인 설정이었다.

그 광고 덕에 게코가 낯설지 않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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