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코딩 배우지 마세요"

우리가 배워야 할 건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언어' 입니다.

by 성대리

이 글은 2026년 다보스포럼의 젠슨황 대담을 보고 작성되었습니다.




들어가며


202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 블랙록 CEO 래리 핑크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 대담에서 젠슨 황은 AI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인프라 구축의 시대를 열고 있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던진 한 마디가 있습니다. "더 이상 코딩을 배우지 마세요."

이 말은 무슨 뜻일까요? 정말 코딩이 필요 없어진 걸까요?




1. AI는 '5층짜리 건물'입니다

젠슨 황은 AI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 구조를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설명한 AI의 구조는 5개 층으로 이루어진 건물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4층(AI 모델)만 보고 AI를 이해하려 합니다. 하지만 젠슨 황의 관점은 다릅니다.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1층부터 5층까지 모든 층이 튼튼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는 이 건물을 짓느라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We're now a few hundred billion dollars into it... There are trillions of dollars of infrastructure that needs to be built out."


이미 수천억 달러가 투입됐고, 앞으로 수조 달러가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TSMC는 칩 공장 20개를 새로 짓고, 폭스콘은 30개의 컴퓨터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마이크론은 미국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합니다.

이건 버블이 아니라 필연적인 인프라 구축이라는 것이 젠슨 황의 주장입니다.




2. AI가 일자리를 없앤다? 방사선과 의사 이야기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젠슨 황은 흥미로운 사례를 들려줍니다.

10년 전, 모두가 방사선과 의사(radiologist)가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이라고 예측했습니다. AI가 CT, MRI 스캔을 읽는 능력에서 인간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방사선과 의사의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왜일까요?


젠슨 황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방사선과 의사의 '업무(task)'는 스캔을 읽는 것이지만, '목적(purpose)'은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는 것입니다. AI가 스캔 읽는 속도를 무한히 빠르게 만들어주자, 의사들은 더 많은 시간을 환자와 대화하고, 다른 의료진과 협력하는 데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병원은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게 됐고, 매출이 늘어나자 더 많은 의사를 고용했습니다.


간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현재 500만 명의 간호사가 부족합니다. 간호사들은 업무 시간의 절반을 차트 기록에 씁니다. AI가 이 기록 작업을 대신해주자, 간호사들은 환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게 되니, 병원은 더 많은 간호사를 고용합니다.

젠슨 황이 던지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당신 직업의 '업무'는 무엇이고, '목적'은 무엇인가요?

"My job, if you just put a camera on the two of us, you would probably think we are typists. But obviously that's not our purpose."




3. "코딩 배우지 마세요"의 진짜 의미


그렇다면 젠슨 황이 "코딩을 배우지 말라"고 한 말은 무슨 뜻일까요?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과거에는 컴퓨터를 다루려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인간의 언어'입니다.

"In the past, we had to learn how to program a computer. Now, you program a computer by saying to the computer, 'How do I program you?'"


이제 컴퓨터에게 "어떻게 프로그래밍하면 돼?"라고 물어보면 됩니다.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다면 AI에게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돼?"라고 물으면, AI가 질문을 던지고, 코드를 작성해줍니다.

코딩이라는 기술적 장벽은 AI가 허물어뜨렸습니다.


그래서 젠슨 황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 도메인 전문성을 키우세요. 생물학, 제조, 농업, 교육 등 자신이 해결하고 싶은 실제 분야의 전문가가 되세요

- AI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세요. AI에게 정확한 지시를 내리고, 결과를 평가하고, 가드레일을 설정하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 AI를 '관리'하세요. 사람을 관리하듯, AI도 관리해야 합니다. 디지털 인력이 팀의 일원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4. 개발도상국과 유럽에게 던진 메시지

래리 핑크가 물었습니다. "AI가 선진국에만 유리한 것 아닌가요?"

젠슨 황의 대답은 의외로 낙관적이었습니다. AI는 역사상 가장 사용하기 쉬운 소프트웨어입니다. 2~3년 만에 거의 10억 명이 사용하게 됐습니다. 컴퓨터 과학 학위가 없어도 누구나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모든 국가가 자국의 AI 인프라를 구축하라고 권합니다. 각 나라의 언어와 문화는 고유한 자원입니다. 오픈 모델을 활용해 자국에 맞는 AI를 개발하고, 국가 차원의 지능을 생태계의 일부로 만들라는 것입니다.

"AI is likely to close the technology divide, because it is so easy to use and so abundant and so accessible."


AI가 기술 격차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용하기 쉽고, 풍부하고, 접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에 대해서는 다른 조언을 했습니다. 유럽은 소프트웨어 시대에서 미국에 뒤처졌지만, AI 시대에는 다릅니다. 유럽의 강점은 강력한 산업 기반과 숙련된 노동력입니다. AI는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것"입니다. 유럽은 제조업 역량에 AI를 융합해 로보틱스 분야에서 도약할 기회가 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에너지 공급을 늘려야 합니다. AI 인프라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5. AI 버블인가요?

래리 핑크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AI 버블 아닌가요?"

젠슨 황의 대답은 명쾌했습니다. 엔비디아 GPU는 모든 클라우드에 수백만 개가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GPU를 빌리려면 정말 어렵습니다. 최신 모델뿐 아니라 2세대 전 GPU의 렌탈 가격도 오르고 있습니다.

AI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기존 기업들도 R&D 예산을 AI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릴리(Eli Lilly)는 3년 전까지 R&D 예산 전부를 실험실에 썼지만, 이제는 AI 슈퍼컴퓨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2025년은 VC 역사상 가장 큰 투자가 이뤄진 해였고, 대부분이 AI 네이티브 기업에 갔습니다.

"This is the single largest infrastructure buildout in human history. Get involved."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프라 구축입니다. 참여하라는 것이 젠슨 황의 메시지입니다.




마치며

젠슨 황의 "코딩 배우지 마세요"는 도발적인 문장입니다. 하지만 그가 진짜 말하려는 것은 단순합니다.

코딩이라는 '방법'에 매몰되지 말고, '무엇을 만들지'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AI가 코딩을 대신해주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도메인 전문성, AI와 소통하는 능력, 그리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판단력입니다.

우리 각자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당신의 직업에서 '업무'는 무엇이고, '목적'은 무엇인가요? AI가 업무를 대신하게 됐을 때, 당신의 목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출처

세계경제포럼 (다보스포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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