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승자 조건

Microsoft CEO 사티아 나델라 다보스 포럼 인터뷰

by 성대리

들어가며

Windows와 Office를 만드는 회사의 수장이 올해 다보스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는 무대에 올라 약 40분간 대화를 나눴는데, 그 핵심은 ” AI가 기업과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이였습니다.





토큰이 전기처럼 흐르는 시대

나델라가 던진 첫 번째 메시지는 '토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AI 모델이 텍스트를 처리할 때 사용하는 기본 단위를 토큰이라고 하는데, 나델라는 이 토큰을 마치 전기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과거에 전력망이 깔리면서 공장이 돌아가고 경제가 성장했듯이, 이제는 토큰이 흐르는 인프라가 경제 성장을 결정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가 제시한 공식이 있습니다.

"달러당, 와트당 토큰 생산량"

각 국가와 기업이 얼마나 저렴하게 토큰을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가 곧 경쟁력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토큰 가격은 3개월마다 절반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하락 곡선을 타고 빠르게 활용하는 쪽이 추가 가치(surplus)를 창출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여기서 '추가 가치(surplus)'라는 단어가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뜻인가? 나델라는 80년대 PC 도입 사례를 들어 답합니다. 당시 누군가 "앞으로 40억 명이 매일 직접 타이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타자 쳐주는 비서들이 있는데 왜?"라고 했겠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고, '지식 노동'이라는 새로운 일의 범주가 생겨났습니다.





조직 안에서 정보가 흐르는 방식의 역전

나델라가 자신의 경험을 꺼낸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이번 다보스에 오면서 50여 개의 회의를 준비해야 했는데, 예전 방식이라면 현장 팀이 노트를 만들고, 본사에서 다듬고, 위로 올라가는 과정을 거쳤을 겁니다. 1992년 입사 이후 몇 년 전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았던 방식이었죠.


지금은 다릅니다. 코파일럿에 가서 "래리를 만나는데 브리핑 좀 해줘"라고 하면 답변이 돌아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AI가 360도로 파악한다는 점입니다. BlackRock이 Microsoft의 고객으로서 하는 일, Microsoft가 BlackRock의 고객으로서 하는 일, 그 사이의 모든 투자 현황까지 종합해서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로 모든 부서의 동료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전통적인 조직에서 정보는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흘러갑니다. 부서가 있고, 전문 분야가 있고, 계층이 있죠. 그런데 AI가 정보 흐름을 평평하게 만들어버립니다. 한 사람이 조직 전체의 맥락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게 되면, 기존의 구조가 의미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건 양날의 검입니다. 정보 접근이 쉬워진다고 해서 판단력까지 따라오는 건 아니니까요.




마인드셋, 스킬셋, 데이터셋

나델라가 제시한 AI 시대의 공식은 세 단어로 요약됩니다.


먼저 마인드셋입니다. 리더들이 기술을 통해 업무와 업무 흐름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추상적으로 AI를 이야기하는 것과 실제로 조직을 바꾸겠다는 결심은 다른 문제입니다.


다음은 스킬셋입니다. 직접 사용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신뢰할 수 있고,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도 알게 됩니다. 단순히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AI는 확산될 것이고, 그 확산 속에서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마지막은 데이터셋, 정확히는 '맥락(context)'입니다. AI는 당신이 제공하는 맥락만큼만 똑똑해집니다. 기업 안에서 오랜 시간 쌓인 암묵적 지식, 사람들이 종이와 정보를 이동시키며 얻었던 노하우를 어떻게 AI에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 세 가지가 갖춰지지 않으면 "왜 생산성에서 즉각적인 결과가 안 보이지?"라는 질문에 부딪히게 됩니다. 힘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누가 유리한가

래리 핑크가 던진 질문도 흥미로웠습니다. AI 활용이 대기업 중심인지, 아니면 중소기업까지 퍼지고 있는지.

나델라의 답은 '바벨 형태'였습니다. 양극단이 유리하다는 겁니다.


새로 시작하는 작은 회사들은 처음부터 이 도구들을 알고 조직을 구성합니다. AI 기반으로 100% 세팅하고 출발하죠. 반면 대기업들은 관계가 있고, 데이터가 있고, 오랜 노하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대기업의 변화 속도입니다. 만약 변화 속도가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작은 회사가 AI 도구를 활용해 빠르게 규모를 달성하고 추월할 수 있습니다. 나델라는 "추월당하게 될 것(get schooled)"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결국 대기업에게는 변화 관리가, 소기업에게는 규모 확장이 각자의 숙제가 됩니다. 어느 쪽도 편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경쟁적인 세상이 됐습니다.




진짜 주권이란 무엇인가

대담 후반부에서 나온 '주권(sovereignty)'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유럽에서는 데이터 주권, AI 주권에 대한 논의가 많습니다. 데이터 센터가 어디에 있느냐, 데이터가 국경을 넘느냐 같은 문제들이죠. 나델라는 이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가 말하는 진짜 주권은 '기업의 주권'입니다.

한 기업이 가진 암묵적 지식, 오랜 시간 쌓아온 노하우를 자신이 통제하는 모델의 가중치 속에 내재화하지 못한다면, 정의상 그 기업은 주권이 없습니다. 가치가 어딘가에 있는 모델 회사로 유출되고 있는 셈이니까요.

데이터 센터가 어디서 돌아가느냐는 사실 덜 중요한 문제입니다. 빛의 속도 때문에 데이터 센터는 전 세계에 퍼질 수밖에 없고, 데이터 암호화도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하지만 당신 기업만의 독창적인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보존되느냐, 그것이 진짜 주권입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하단 기재)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국가에도 기업에도 비교우위가 있고, AI 시대에도 그것은 보존되어야 합니다.




마치며

나델라와 핑크의 대화를 정리하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내가 모든 모델을 가져와서, 조율하고, 나의 맥락을 입력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결과의 궤적을 바꿀 수 있는가?"

폐쇄형이든 오픈소스든 다양한 모델을 활용하고, 자사만의 데이터와 맥락을 입력해서, 자신만의 추론 흔적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AI 시대에 기업이 가질 수 있는 진짜 경쟁력이자 주권이라는 겁니다.

솔직히 이게 모든 기업에게 쉬운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인드셋을 바꾸고, 스킬을 익히고, 데이터를 정비하는 건 말처럼 간단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우리 회사는 좀 다르겠지"라는 생각은 이제 위험한 가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출처

이 글은 2025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 Larry Fink and Satya Nadella on Redefining Business in the Age of AI를 보고 작성되었습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 Theory)

: 한 국가가 모든 상품을 다른 국가보다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더라도, 기회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낮은 상품(비교우위 상품). 이는 단순히 생산비용이 싼 절대우위(Absolute Advantage)상대적 생산 효율성에 기반한 국제적 분업을 통해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여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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