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더 창의적인 시대, 인간에게 남은 것

카네기멜론 대학교 수학과 교수 Po-shen Loh 인터뷰 요약

by 성대리

들어가며

카네기멜론 대학교 수학과 교수이자 미국 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팀 코치였던 Po-Shen Loh.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최근 강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 아이들 셋이 전부 대학에 가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습니다.

수학 교수가 대학 교육의 가치를 의심한다는 건,

그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AI가 수학올림피아드 6문제 중 4문제를 풀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의 문제는 6개입니다.

출제 전에 각국 코치들이 모여서, 세상 어디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출제된 적 없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처음 보는 문제"를 만듭니다.


그런데 작년, 구글의 AI가 그 6문제 중 4문제를 풀었습니다.

Po-Shen Loh 본인이 풀 수 있는 문제보다 많이 푼 겁니다.

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 코치보다 AI가 더 잘 푸는 시대. 그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인간에게 창의력은 고유하다고 생각했지만, 인공지능의 창의력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것입니다.




숙제를 "하는 법"이 아니라 "채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학교에서 AI로 글쓰기 숙제를 대신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Po-Shen Loh는 이걸 이렇게 비유합니다.

AI로 글쓰기 숙제를 하는 건, 운동하러 1마일을 뛰는 대신 차를 타고 1마일을 가는 것과 같습니다.
운동량은 제로입니다.


이미 사회에 나와서 업무 효율을 위해 AI를 쓰는 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AI를 쓰면, 정작 길러야 할 사고력이 자라지 않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핵심 전환은 이것입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숙제를 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숙제를 채점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이 맞는지,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빠진 건 없는지를 판단하는 능력. 그게 이 시대에 필요한 역량입니다.


Po-Shen Loh가 고등학생을 면접할 때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질문을 계속 던집니다. 학생의 몸짓 언어에서 "이건 처음 보는 문제다"라는 게 확실해질 때까지.

그 순간부터가 진짜 면접입니다. 힌트를 하나씩 주면서, 그 힌트들을 얼마나 빨리 조합해서 자기만의 풀이를 만들어내는지를 봅니다.

정답을 맞히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생각하는 과정을 보는 것입니다.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는 AI를 적극적으로 씁니다. 하지만 방식이 다릅니다.

내슈빌의 바에서 재능 있는 가수를 봤을 때, AI에게 "브로드웨이 공연 자리를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물었습니다. 리포트를 대신 쓰게 한 게 아니라, 그 업계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AI를 도구로 썼습니다.

AI에게 리포트를 쓰게 한 게 아닙니다. AI를 써서 제 머릿속에 그 분야의 논리 구조를 만든 겁니다.

이걸 그는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제품을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전략을 쓰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머릿속에서 돌려보는 능력. 이것이 성공적인 창업가를 만드는 초능력이라고 말합니다.




편향을 이기는 방법: 일부러 반대편을 본다

AI 도구에는 편향이 있습니다. CNN만 보는 것도, Fox News만 보는 것도 위험합니다.

그의 방법은 이렇습니다. X(트위터)는 의도적으로 우파 성향 콘텐츠를 추적하고, 페이스북은 좌파 성향 콘텐츠를 추적하도록 세팅합니다. 매일 양쪽을 봅니다.

"여러분은 편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편향되어 있습니다. 제 일은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양쪽이 어디서 의견이 갈라지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AI가 설득력 있고 완전해 보이는 답변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정말 그게 전체 이야기인가?"라고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결국 남는 건

Po-Shen Loh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AI가 모든 답을 내놓는 시대에, 인간의 가치는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에 있다.

문제를 푸는 건 AI가 더 잘합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가 풀 가치가 있는지를 발견하는 것,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처음 보는 상황에서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 이건 여전히 인간의 영역입니다.


적어도, 아직은.



출처: Po-Shen Loh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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