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있었지만 넘기고 싶었던 것들
어두워진 저녁,
집 근처 공원에 불이 하나둘 켜질 즈음
나는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구름이 있었는지, 별이 보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고개를 들고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감각만 남아 있었다.
그네에 앉아 천천히 몸을 밀었다.
앞으로 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그 짧은 움직임이
이상하게 지금의 마음과 닮아 있었다.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멈춰 있는 것도 아닌 상태.
여유로운 듯 보이지만
속은 조금 비어 있는,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떠 있는 마음이었다.
오늘은 유난히 사람들 속에 오래 있었다.
말을 많이 했고,
웃을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고,
상대의 표정에 맞춰 나를 조정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는데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은 건
성취감이 아니라 묘한 피로였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 있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더 이상 누군가의 근황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휴대전화를 꺼내 들면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
바쁘다는 근황,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라는 말들.
그 모든 이야기들이
지금의 나를 자극할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비교하게 될 것 같았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내 마음이
더 어지러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 저녁만큼은,
알 수 있지만 알지 않기로 했다.
일부러 외면한다기보다,
오늘의 나를 먼저 보고 싶었다.
서른을 지나
마흔을 향해 가는 시간 속에서
마음은 종종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 된다.
분명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앞으로가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많이 걸어온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제자리에 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쯤이면
안정되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여전히 흔들리는 마음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
타인의 근황을 통해
나의 위치를 확인하려 든다.
나만 뒤처진 건 아닌지,
나만 멈춘 건 아닌지.
그날 저녁,
그네를 타며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걸까.
하루를 버티는 데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오늘의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는 묻지 않았다는 사실.
피곤했는지, 조금 다쳤는지,
아니면 이미 회복이
시작되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또 다른 이야기들로
마음을 채우려 했던 건 아닐까.
바람이 살짝 불어
그네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더 커지지도 않았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지금의 공허함도 그대로 있었지만
그 모든 감정이
잠시 말을 멈춘 느낌이었다.
무엇을 결정해야 할 필요도,
당장 답을 내릴 필요도 없는 시간.
그저 지금 이 순간,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만이 분명했다.
누군가의 근황을
알고 싶지 않았던 저녁은
관계를 밀어낸 시간이 아니었다.
세상과 등을 진 순간도 아니었다.
내 마음이 어디쯤 와 있는지
가늠해보던 시간에 가까웠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과,
잠시 멈춰도 괜찮다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하던 그 애매한 지점.
여유로운 듯 공허하고,
고요하지만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던 저녁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오늘은 타인의 이야기를
더 얹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는 것.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로도,
그 사실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저녁이 있었다는 것.
그 생각을 안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