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된 이후에야 알게 된 사랑의 방향

기대하지 않는 사랑을 배우는 중

by JH


혼자가 된 뒤, 나는 더 오래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혼자가 되면 마음이 좁아질 줄 알았다.

하루를 혼자 견디다 보면

사람도, 관계도, 세상도

조금씩 귀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혼자가 된 이후의 나는

예전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게 되자

기대가 사라졌고,

기대가 사라지자

실망도 줄어들었다.





그 자리에 남은 건

조금 느린 호흡과

조금 넓어진 마음이었다.


혼자가 되면서

나는 나를 더 자주 관찰하게 되었다.


오늘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

무엇에 예민해졌는지,

어디에서 힘을 소모했는지.


이전에는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서

그 감정들이 섞여버렸다.


괜찮다고 말하며 넘어가고,

바쁘다는 이유로 미뤘다.

하지만 혼자가 되고 나니

피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를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다.





그 과정을 지나면서

조금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나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요구하지 않는 존재들에게

마음이 더 많이 가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내 상태를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관계.


기대하지 않고,

조건을 붙이지 않는 연결.


그렇게 나는

반려동물이라는 존재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다.





반려동물은

내가 잘 해주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항상 좋은 하루를 살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내가 지쳐 있어도,

조용해도,

말이 없어도

그 존재는 옆에 있다.


혼자가 되어

나를 돌보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면

이런 관계는

아마 버거웠을지도 모른다.


사람에게 하듯

기대하고,

실망하고,

스스로를 탓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사랑은

항상 잘 해내는 상태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걸.





반려동물이 가끔 실수를 해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나에게도

조금은 관대해졌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는

실수 없는 관계를 원했다.


그래서 늘 긴장했고,

늘 애썼다.


지금의 나는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도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조금 늦게 배웠다.





물론

이별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반려동물의 생은

나보다 짧고,

그 사실을 모른 척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미래를

지금의 사랑을 줄이는 이유로 삼지는 않는다.


언젠가 다시 혼자가 되는 날이 와도

그 시간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둘이 되었다가

다시 혼자가 되는 과정 속에서도

나는 혼자가 되지 않는다.


그 기억과 감정이

내 안에 남아 있으니까.





혼자가 된 삶은

쓸쓸함이 아니라

연습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를 이해하는 연습,

기대를 줄이는 연습,

사랑을 오래 쓰는 연습.


그래서 지금의 나는

혼자라는 상태를

결핍으로 느끼지 않는다.


이 상태는

내 삶을 밀어주는 힘에 가깝다.

나를 지탱하고,

다음을 선택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혼자가 되었기 때문에

나는 더 깊게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되었으며,

더 천천히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 삶이

영원히 이럴 거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지금은

이 상태가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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