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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FABIO Apr 01. 2017

삼성이 강력히 희망하는 장미빛 미래

갤럭시 S8 / S8+ 모범생들이 다시 한 1등

오늘부터 삼성 서초사옥 딜라이트에서 전시를 시작한 갤럭시 S8과 S8+는 아마 그 어떤 스마트폰 런칭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든 사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강남대로의 사무실에서 점심시간 즈음하여 매장에 들른 주변 회사원들은 매우 점잖으면서도 고압적인 자세로 서로 밀치며 기기를 만져보고 있었다.


미래에서 온 스마트폰

최근 스마트폰의 런칭때는 이미 모든 스펙과 보도사진들이 유출이 된 상태라 그렇게 새로운 정보가 전달되거나 하는 일은 없다. 어제 언팩(unpacked 2017)행사만 하더라도 그간의 루머를 확인시키는 자리에 불과할 정도였으니까. 노트7이 역대 패블릿 최고의 마감과 디자인을 보여주었지만 안타깝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후 S8시리즈는 누가 봐도 스마트폰 최고의 기계가 나올거라고(아니 그렇게 되어야 된다고 강요되었을지도) 예상되었다.


갤럭시 S8과 S8+에 대한 정보는 이미 익히 들어서 스펙을 줄줄 외울 정도로 하고 현장에 나왔는데, 실제 기기를 만져본 순간 그 정보들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좌우 베젤을 없애고, 위아래 베젤을 줄이고, 둥글게 가공한 디스플레이 화면이 커브드 엣지 유리와 만나서, 일체형에 가까운 메탈프레임안에 녹아든다. 흡사 유리를 불어서 세공한 일체형 제품같은 느낌이 든다.


머릿속에서는 이런 정보가 이미 구성되어 있었는데, 실제 기계가 그렇게 표현된 걸 보는 순간의 감흥은 사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미 알고 있을것 같은 기계인데, 흡사 어젯밤에 SF영화에서나 봐서 몇년에서 수십년은 걸려야 실제로 볼 수 있을거 같은 검은 보석의  원석같은 물건이 오늘 아침에 내 손에 쥐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 물건은 아주 미묘한 진동과 신비한 소리를 내면서 전면이 밝게 빛나고 정보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어떤 스마트폰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공급망관리(SCM)의 흐름과 각 메이저 부품 업체들의 실적 전망 포트폴리오를 따라가다 보면, 작년말부터 샤오미의 미믹스나 LG G6나 삼성의 S8같이 전면 화면의 크기는 극대화하되, 기계 자체를 슬림하게 손에 잘 쥘수 있도록 하는 여러 시도들이 나올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너무 극단적으로 디자인적 시도를 과시하려는 컨셉 디자이너들의 렌더링만 피한다면 실제와 유사한 이미지유출도 종종 이루어진다.


하지만, 갤럭시 S8과  S8+는 그런 정보를 이미 접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기적인 완성도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노트7이후 더 이상 혁신이나 발전이 없어보이던 스마트폰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 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S8 시리즈에 쓰인 커브곡면의 엣지 디스플레이는 당분간 삼성이 아니면 쓰지 못하기 때문에, 디자인적 완성도로서 삼성은 적어도 한두세대 정도의 우위를 확실히 점유한 셈이다.


모범생들이 1등을 한 것같이, 새로울 건 없으나 여전히 놀라운 사건

이 제품에 대해 스펙이나 여러 부가기능을 읊어가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이다. 거의 모든 스마트폰 경험에서는 최상의 것을 제공할 것이고, 그다지 실용성이 없어보이는 데스크탑 환경 DeX마저 매끈하게 구현해내었다. 특히, 무엇보다 삼성의 재벌파워를 적극 투입하여 만들어낸,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에 비해 화면이 가장 큰 매끈한 디자인은 아마 당분간 어떤 스마트폰 회사도 따라오기 힘들것이다. 홈버튼이 없어지는 아이폰의  차기 아이폰 모델도 S8+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형태로 나올 전망이 나올 정도이다.


성급하고 경직된 발표행사

제품에 비해 언팩 발표행사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일단, 노트7에 선보인 혁신을 다시 재활용하는데 그쳐 정작 중요한 S8시리즈만의 특징은 대충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정보들이 언급조차 되지 않은데 비해 노트7시대에 보여준 혁신은 중복에 가까울 정도로 되풀이 되었다.


그리고, 이전 갤럭시 세대들 발표에서도 지적된 문제 중 하나인, '스토리텔링'에 대한 강박관념이 또 망령처럼 되살아났다. 제품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야기전달을 위해 다양한 영상과 메타포를 드는 건 좋은데, 그런 스토리텔링 기법들이 이미 이전 갤럭시 세대 발표에서 매력을 잃어간 방식을 답습하는 듯 했다. 특히, 고동진 사장의 영어 스피치는 이전보다 훨씬 경직되고 때에 따라서는 고압적인 형태로 전달되었다. 이전에는 가벼운 비즈니스 업데이트 정도의 톤이었다면, 이번에는 연극적일 정도로 경직되었는데, 정작 중요한 내용보다는 휴먼이니 컨셉이니 스마트폰 경험이니 하는 실체가 없는 표현에 치중된 점이 아쉬웠다.


예전처럼 뮤지컬을 통한 스토리텔링 이런 무리수를 두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지만, 결국, 장엄하고 대단한 피날레에 대한 압박감으로 객석 사이사이마다 흰 옷을 입은 진행요원들이 일제히 S8을 들고 미소를 띈 약간은 공포스러운 피날레를 장식하기도 하였다.


모든 것이 잘 될것이라는 장미빛 미래에 대한 강렬한 희망


노트7의 폭발사고나 최근의 일련의 정치스캔들도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그 모범생의 앞날은 그렇게 어두워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런 모습을 담담하게 넘어가는 듯한 태도를 보이려하는지도 모르겠다. S8과 S8+는 올해 최고의 스마트폰이 될것이다. 차기 노트가 나오기 전까지 그 선두를 유지할 것이다. 애석하게도, 다른 스마트폰 브랜드들은 혁신면에서 이미 몇세대를 뒤진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이런데도 삼성이 선두를 유지할까 싶은 순간에도 삼성은 선두를 달리게 되었다.

발표행사나 광고, 보도자료 같은데서는 모범생이 보여주는 강박관념 같은게 좀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품이 최고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이번 갤럭시 모델들이 올해 나올 아이폰의 다음 컨셉을 어느 정도 보여줄 정도로 미래를 예측한 것이 되었으니까.


갤럭시 S6때부터, 어느샌가 삼성은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삼성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에서 교육을 잘 받고 자란 유복한 가정의 모범생같은 길을 걸어왔다. 매번 성적 발표때마다 새로울 건 없지만 놀라운 모범생의 1등 소식같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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