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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FABIO Apr 04. 2017

'작은결혼식' 공익광고가 가진 총체적 문제점

내용상의 문제 형식상의 문제

공익광고에 엄청나게 혁신적이고 세련된걸 바라는 게 어리석은 일인걸 알지만, '작은결혼식' 공익광고는 정말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다. 아무도 뭐가 중요한 일인지 고려하지 않은 프로파간다 형식의 광고가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형식적으로 아름답지도 않아서 그렇게 오랫동안 회자될만한 가치가 있는것도 아니다.


메시지

어마어마한 비용의 허들을 넘어 힘겨운 결혼를 하는 이유가 사회적 시선, 본인들이나 가족들의 욕심과 몰이해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게 매우 손쉬운 판단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런게 없더라도 돈을 어마어마하게 들이는 사람들은 어차피 쓸것이고, 작은 결혼이라도 퀄리티가 좋은 결혼식은 돈이 들기 마련이다. (특히 광고의 마지막 결혼식은 아무리봐도 그냥 고급 야외결혼식같아 보인다)


사실 이런 광고 대신에, 결혼 이외의 다양한 가족구성원이 이루어져도 잘 살수 있는 사회적인 장치가 중요하다는 식의 생각은 바라지도 않지만, 해외의 경우는 부모와 자식같은 전통적인 개념과 다른 다양한 가족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형태의 연대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마 그럼 사회적인 장치가 있다면 굳이 거액의 결혼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도 넓어질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 광고를 이루고 있는 형식적인 문제이다. 이건 광고가 주는 메시지가 좋지 않은 것보다 더 나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이 광고는 라코스테의 거대한 도약(Big Leap) 광고를 아주 성의 없이 베꼈다.


https://youtu.be/_hnfonPCAdU

공익광고 : 작은 결혼식

https://youtu.be/OGo2S_MeImM

Lacoste 광고 The Big Leap


라코스테의 Big Leap 광고는, Disclosure의 음악을 배경으로, 첫 키스를 하려는 남녀를 보여주고 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키스를 하는 아주 잠깐 동안, 머릿속에서 매우 강렬하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질주를 하고 도약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덥/트랩 류로 믹스된 Disclousre의 음악은 그런 극적인 연출을 도와 '사랑'이라는 위대한 시작의 순간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영상미나 음악등이 매우 잘 쓰인 이 광고는 유튜브 등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광고이다.

(위) Lacoste 광고 / (아래) 작은 결혼 공익광고

작은 결혼은, 아주 손쉽게 라코스테의 도약 장면을 따다가 허들장면에 사용한다. 음악은 저작권료가 부담이 되었는데, 몇개의 음만 바꾼채 교묘하게 표절기준을 피해 사용하였다. 라코스테가 좀 허세가득한 면에 없지는 않지만, 그런 표현양식을 아주 거리낌없이 카피한 공익광고라는 점은 작은 결혼 광고가 메시지 전달뿐 아니라 형식적인 미학 면에서도 아주 질나쁘게 만들어졌다는 점을 잘 나타낸다.

(위) Lacoste 광고 / (아래) 공익광고

심지어, 라코스테의 Big Leap는 9-10년전 화제가 되었던 리바이스 엔지니어드 진 'Odyssey - Freedom to move'에 영향을 받아 만든 광고인게 보이는데, 한국의 공익광고가 아류의 아류를 아주 철없이 베낀 것이다.


https://youtu.be/VW_Ec4lY_Yk

모든것의  시작(?) / 리바이스 엔지니어드 진 : Freedom to move - Odyssey


공익광고에 대한 젊은 접근, 새로운 혁신에 대한 기대는 알겠지만, 요즘같이 전세계 어디 매체든 손쉽게 소셜미디어로 공유받는 세상에서 이런 접근은 너무나도 어설픈 접근이다. 특히나,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거나 발상을 전환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형식이 많은 공익광고가, 제작단계에서는 별다른 고민없이 해외 유명광고를 대충 베껴만들었으면서, 해당 이슈의 문제는 각 개인이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죄책감을 유발시키는 형식은 해당 이슈를 정면으롤 볼 생각은 하지 않는, 그러니까 '둘만 낳아 잘기르자'는 식의 프로파간다에서 한치도 발전하지 않은 인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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