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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FABIO Jun 29. 2017

옥자 - 새로운 비폭력 SF 액션영화

봉준호 감독의 첫 넷플릭스 전세계 동시 개봉영화 

넷플릭스는 매우 특이한 서비스이다. 그 안에는 왕좌의 게임도 없고, 모던패밀리도 없다. 시리즈 영화들도 저작권 문제로 중간이 비는 경우도 있고, 어제 봐야지 했던 영화들이 저작권 만료로 갑자기 사라지는 날도 있다. 그 누구도 전세계의 모든 컨텐츠를 모아둔 VOD같은 걸 만들긴 힘들 것이다. 넷플릭스는 어쩔 수 없이 나의 취향에 맞는 제네릭(generic)한 컨텐츠를 찾아보는 걸 감내하는 이용자들이 논을 내고 경험하는 대안적인 TV이다. 기존 TV나 영화들을 다시보기도 중요하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나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같이 새로운 '매혹적인 오리지널 컨텐츠'가 전세계 동시에 전시즌이 공개되는 다음 세대의 TV로서의 넷플릭스에 더욱 더 주목해야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넷플릭스를 위한 영화

한국내에서 튼튼한 각복과 디테일로 주목받던 한국인 영화감독이 설국열차 프로젝트 성공 이후로,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컨텐츠 기업의 투자를 받아 틸다 스윈튼과 릴리 콜린스, 제이크 질렌할 등이 출연하는 한국과 미국을 배경으로 한, 산골소녀 미자와 돼지 옥자와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로, 전세계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 개봉하게 된다는 프로젝트는 넷플릭스가 아니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아마 기존의 영화 감독과 기존의 영화 스튜디오의 방식으로는 누구도 이 영화를 제대로 만들고 공개할 수 있을까? 언뜻보면, 영화주간지에서 이벤트성으로 '눈치보지 않고 만들고 싶은 특이한 영화 아이디어'같은 식으로 공모를 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기획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6월 29일 각 나라별 0시에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된다. (한국은 예외적으로 극장개봉도 진행. ) 보통 영화들이 나라별 공개일자가 제각각 다르고, 상영관의 접그성이나 스케쥴에 맞춰야 하는 것을 생각할때, 개봉일 이후 클릭만 하는 것으로 감상이 가능한 방식은 새로운 영화를 별다른 홍보나 이벤트 없이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 이용자 누구나에게 공개되는 매우 특이한 방식이다. 옥자의 스토리라인은 10년간 기른 수퍼돼지를 거대자본의 힘에서 구해온다는 식으로 압축적으로 전달했을 때는 감흥이 그다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다른 영화들처럼 방대한 레퍼런스의 패러디와 유머의 디테일 등을 생각한다면, 사전 정보없이 짠 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접근하는 방식이 훨씬 더 어울린다. 


봉준호의 디테일과 유머가 매우 정교한 영화적 기술과 만난 결과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봉준호 감독의 모든 영화들의 특징이 매우 잘 인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상대적으로 흥행을 하지 못한 플란다스의 개가 많이 떠오르고, 그의 영화들에서 잘 드러나는 뭔가 한 고삐 풀린거 같은 사람들의 어설픈 액션들이 전체적인 이야기의 상징성과 잘 어우러진다. 특히, 괴물에서 보여준 모순적인 상황들이 다시금 빛을 발하고, 괴물에서 괴물 크리쳐마저도 뛰다가 넘어지는 동작을 보이기도 했던 점 등이 옥자에서도 매우 잘 표현되었다. 영화의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그의 모든 영화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풍자나 유머의 기법들이 옥자에서 매우 자유롭게 적지적소에서 표현이 된다. 

설국열차에서 남궁민수와 다른 등장인물과의 대화에서 차가운 여성 목소리의 통역기가 등장해, 욕설이나 특유의 말투를 건조하게 통역하던 장면이 나왔었다. 이런 욕설과 외국어, 통역 같은 요소들은 옥자에서도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사용이 되는 요소이다. 틀에 박힌 기업 홍보 연설을 하던 루시 미란도가 '*나 맛있어야 될거야' 같은 식으로 갑자기 욕설을 한다던가 하는 장면부터, 이 영화의 어른들은 비공식적이라 표현되는 모든 장면에서 f워드 없이는 말을 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리고 통역과 외국어의 문제느 ㄴ한국의 산골소녀 미자와 여러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의 대화같이 다른 문화권 사람들 사이의 대화에서 통역의 한계나 중요성 등이 노골적으로 패러디된다. 특히, 미션의 성공여부 때문에 통역을 왜고한 케이를 폭행하는 제이가 '통역은 신성한 것'이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감독이 언어의 한계성을 노골적으로 가지고 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법으로 이용하는 데 정점을 찍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미자가 옥자에게, 옥자가 미자에게 관객에게 들리지 않는 귓속말을 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서 다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유전자 조작 돼지와 소녀와의 사랑의 가치를 표현함으로서 영화의 주제를 더욱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용된다.


매우 뛰어난 화질을 기록하는 것으로 홍보의 포인트가 된 알렉사 65로 촬영한 장면들은 매우 아름답게 표현이 되었는데, 특히, 산골의 자연풍광이나, 야간의 서울 도심이나 차가운 공장과 실험실, 후반부의 뉴욕 퍼레이드 장면들이 매우 균일하고 아름답게 표현이 되었다. 넷플릭스는 4K 고화질 스트리밍을 하기 때문에, 더욱 더 영화에 몰입을 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가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매우 충실한 어떤 의미에서는 넷플릭스의 4K 환경에서 더 만족을 받을 수 있는 기술적으로 완성된 작품으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전반적으로 보여지는 거대 기업이 통제하는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이야기 진행을 위해 가상으로 만든 미란도(Mirando)회사와 대안적 단체인 '동물 해방 전선 ALF (Animal Liberation Front)'같은 패러디는 인터넷에서 먼저 등장한 미란도사의 가상 이미지 광고 등을 통해 실제할 법한 개연성을 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틸다 스윈튼이나 제이크 질렌할의 캐릭터 연기는 과장된 가상의 캐릭터 연기이긴 하지만, 그런 점에서 실제 있을버한 다국적 기업과 이를 견제하는 과격단체의 구도를 상상하고 보기에 매우 도움을 준다. 어쩔때는 그런 디테일의 창조를 과시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 영화를 어떤 가상 세계의 한 단면으로 가정했을때, 그 세계가 가진 세계관이 매우 짜임새가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배경을 매우 정교하게 조성했다는 느낌을 준다. 

봉준호로서는 괴물 이후 또 선보이는 CGI 크리쳐물로 괴물은 위협의 대상이 되는만큼, 이야기의 시점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옥자에서는 주인공과 계속해서 같이 등장을 하고, 등장인물들과의 접촉이 자주 일어나는데, 그래픽의 처리가 매우 사실적이라서 이야기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거의 코끼리에 가까운 완전히 다른 상상속의 거대 돼지라는 캐릭터가 주는 사실성이 뛰어난 점이 인상깊었다. 


넷플릭스 vs 개봉관

넷플릭스 4K UHD 스트리밍 : 윈도 10 - 넷플릭스 App

개봉관 : 씨네큐브 광화문 1관 (4K 상영)


일단 둘 다, 영화가 가진 정보량은 100% 동일하다. 넷플릭스에서 특유의 두둥둥둥 하면서 나오는 넷플릭스 로고가 상영관에서도 동일하게 나와서, 마지막 쿠키영상까지 동일하게 나온다. 심의나 제작 스케쥴 문제 등인지 모르지만, 일부 욕설 표현 자막의 경우 아주 약간 다른 점이 보이긴 하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특히, 제작진의 의도대로 다양한 장면에서 디테일이 살아있도록 노력을 기울인 촬영답게 이를 보는 입장에서도 고품질의 화면은 이야기를 더욱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두 상영방식의 차이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건 어디까지나 관객의 기호에 맞는 선택이 가능하다. 특히, 상영관을 찾든 넷플릭스 앱을 통해 어떤 장소에서 보든지 차별이 없다는 점이 매우 인상깊었다.


미래의 영화

한국에서는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로 대표되는 대기업 멀티플렉스이 자체 배급사를 가지고 어떤 영화를 어떤 시기에 개봉하느냐에 따라 흥행이 결정된다고 한다. 흥행영화는 흥행영화대로, 아니면 각 배급사의 제작영화들은 인하우스 메리트대로, 압도적 스크린 점유를 초반부터 가지게 되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그 스케쥴에 맟줘 영화를 보게된다. 어느 순간부터는 영화의 완성도보다는 이런 스크린 점유율에 따라 흥행 순위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넷플릭스는 그런 논란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지점에서 옥자르 공개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원래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영화를 일부러 극장에 배급하는 별도의 계약까지 맺었다. 넷플릭스 앱을 통해서 0시부터 공개되는 영화를 아무때나 시작해서, 스마트폰이든 거실의 TV든 볼 수 있다. 그리고 극장에서도 볼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관객이 배급사의 결정과 관계없이 100% 자율적인 의견으로 결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특히, 메이저 배급사의 보이콧으로 옥자의 경우는 각 지방의 중소 영화관들이 다시금 재조명 받기도 하고 있다. CGV같은 영화관이 지키지 않는 마스킹이나 영화 상영시작 시간 이후 광고 등이 없는 극장들을 다시 방문하게 되는 관객들도 늘고 있다. 오늘 시네큐브의 경우, 10분전부터 정시상영을 별도로 고지하고, 상영 후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찾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어제 밤 0시 공개 직후 윈도 랩탑을 통해 4K로 영화를 보고, 바로 14시간 정도 후에 디지털 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동일한 경험으로 보게 되었다. 아마 이렇게 영화를 보는 경험은 처음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 둘 사이의 경험은 제각각의 장단점이 있었고, 어떤 장면에서는 윈도 랩탐의 화면처리가 더 깨끗한 경험도 했고, 극장에서는 랩탐에서 경험하지 못한 영상과 사운드가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는 몰입도 경험했다. 평일 낮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앞자리까지 빼곡히 채운, 시네큐브의 상영관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평소 같으면 아트하우스 영화같은 것들이 주로 상영해 매우 한산한 곳인데 말이다. 


옥자는 거대 기업의 자본의 논리에 맞서는 인류애에 대한 영화이다. 본의 아니게, 옥자는 그 동안 자본을 내세워 관객의 선택권을 박탈한 영화 산업계에 맞서는 작품이 되었다. 이 영화는 처음 기획부터 국내에서 공개할 때까지 '새로운' 아니면 '전통적이지 않은' 이런 수식어로 여러 장벽의 관계자들이 고개를 내저은 영화이다. '이런 환경에서 제아무리 봉준호라도 말야'하면서, 앞을 비관한 여러 가지 형태의 장벽들을 넘어야 했던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누가 찾아와도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는 미란도 코리아의 유리벽을 몸으로 부딪혀 깨부시는 미자는 그 동안 수동적으로 수용을 해야했던, 관객이든, 한국 출신의 영화감독이든,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규제와 부딛혀야 하는 넷플릭스든 여러 대척의 관계에서 약자의 편에 섰다. 그리고, 그 장벽이 무엇이든, 결국 중요한 건 이 영화가 보여지는 것이다. 영화 옥자는 그 어떤 경로와 그 어떤 방식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미자가 옥자의 귀에 속삭이는, 보편적 인류애인 것이고, 그 동안 기술적인 한계와 관료주의로 억압받던 영화의 미래라는 것이 드디어 등장했다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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