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IMAX에서 경험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가장 최첨단의 스토리텔링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문학적 의미에서 중요성을 다시금 시작하기로 하여, 다양한 테마를 이용해 차근 차근 자신만의 이야기 구현 테크닉을 선사한 감독이다. 메멘토는 역행적 추적을 이용한 기법으로 주목을 받고, 기억이라는 것의 한계와 그 한계를 이용한 반전에 대한 새로운 형식의 스릴러를 보여주었고, 배트맨을 리부트하여, 선과악의 모호한 경계와 딜레마를 새로운 수퍼히어로 영화적 장치로 보여주었고, 프레스티지는 마술이라는 테마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굉장한 이야기와 그 이면에 충격적 진실을 통해 강력한 스토리텔링이란 어떤 것인가를 선보였다. 인셉션에서는 인간의 잠재된 의식의 여러 층위를 탐험하고, 인터스텔라는 시간이라는 상대성을 이용한 시공간을 넘나든 기법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덩케르크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이례적으로 역사적인 사건을 영화로 선보인다. 역사라는 것은 사실을 바탕으로 기록된 이야기이다. 감독은 그 역사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각기 다른 시간이 흐른 기간의 덩어리로 나누어 (일주일/하루/한 시간) 상대적인 시간들이 교차되게끔 하는 기법을 선보이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는 실제 역사 사건과 그에 걸맞는 개연성있는 허구를 적절히 차용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전쟁이라는 상황에 좀 더 별다른 편견 없이 몰입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전 영화들에서 보여주었던 다양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절히 활용하여, 각기 다른 길이의 시간들을 상대적으로 배치하였다. 이는 흡사 그 시간의 덩어리가 한시간이든, 하루이든, 일주일의 시간이든 관계없이, 너무나 공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인류애에 대한 생각과 인간의 나약함이 시도때도 없이 교차되며, 상황의 무게가 누구에게든 가혹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잘 표현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더라도, 눈 앞에 펼쳐진 전쟁이라는 아이러니의 무게가 아주 육중하게 다가오게끔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이 촬영된 아이맥스 기법은, 눈 앞 가득 채운 화면에서, 아주 담담하게 펼쳐진 전쟁의 참혹하고도 고요한 공포를 극대화된 상태로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 덩케르크 해변에서의 철수에서 각종 공격과 배의 침몰 등의 장면들은 정말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듯한 몰입감을 주며, 비행장면에서의 하늘과 바다가 잘 분간되지 않는 속도감과 비행의 고저 변화등도 매우 생생하게 다가온다. 매우 큰 화면에서 경험하는 이러한 압도적인 이미지는 매우 생생하게 전달되어, 아주 미세한 이야기의 변화에도 관객들이 집중적으로 몰입하게 하는 효과를 준다. 여러 시간의 덩어리와 각기 다른 상황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되지만, 그 전체를 아우르는 전쟁의 참상과 공포, 그러한 것을 이겨내기 위한 인간으로서의 투쟁 같은 정서의 흐름도 간결하고도 핵심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리고 아이맥스 상영 특유의 막대한 파워의 사운드로 감상하는 한스 짐머의 음악 또한, 그것이 창공을 가르는 폭격기의 매서움인지, 시시각각 목숨을 위협하는 적군에 대한 견제인지, 아니면 금방이라도 하찮은 인간의 목숨을 앗아갈 거대한 바다의 공포인지 알 수 없게 시시각각 긴장을 조여오며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음악적 멜로디가 아닌, 이야기의 핵심에 다가간 '소리'로서의 이야기파트로 영화속에 매우 복합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용산 아이맥스관에서의 덩케르크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의도한, 전쟁을 그 어느때보다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그리려한 의도를 잘 볼 수 있는 상영관이었다. 특히, 영화 말미에 패배감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패잔병들의 모습에 살아돌아온 것 만으로도 인류로서의 숭고한 투쟁을 하였다는 신문기사와 주민들의 환호를 오버랩 함으로서, 인터스텔라에서도 이야기한 '어떤 상황에서도 인류의 위대함을 믿고 나아갈 길을 찾을 것'임으로 전쟁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덩케르크의 전쟁 이야기에는 승리도 패배도 없다. 단지, 그러한 아니러니한 공포적 상황을 초래한 모두의 불행이 제시되고, 그 안에서도 인륜적 숭고함을 찾기 위한 노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덩케르크는 이러한 이야기를 위해 언어를 최소로 배제한 채, 시각과 청각을 매우 극대화한 영상을 선보임으로서, 관객들로 하여금 그것에 압도당하고, 그것이 주는 의미를 매우 원초적이게 받아들이도록 하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또 한번 정교하고 혁신적인 최첨단의 스토리텔링으로, 전쟁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또 한번 열었다. 그리고 영화 스토리텔링의 또 다른 장을 열었다.
* 브런치 무비패스 선정 기념으로 최근에 본 덩케르크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앞으로도 무비패스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새로운 시각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