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프로는 애플 특유의 하얀 박스에 담겨져 있다. 손잡이를 잡고 비닐을 뜯어내고, 슬그머니 미끄러져 내리는 아랫쪽 박스를 집어 올린다. 에어팟을 꺼내서 비닐을 다시 벗겨 포장을 푼다. 뚜껑을 연다. iOS기기에서는 새로운 에어팟을 연결할 것이냐고 묻는다. 연결을 하겠다고 한 후. 한 쪽 유닛을 귀에 꽂는다. 스으 하는 아주 미세한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그리고 나머지 다른 한쪽 유닛을 귀에 꽂는다. 그리고 이제 다 되었나 하는 타이밍과 함께,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일제히 한 점으로 소실해 버린다.
정말 처음 느껴보는 고요함의 평화가 찾아온다.
애플의 에어팟 프로를 설명하는 키워드를 조합하면 애플이 만든 노이즈캔슬링이 되는 새로운 블루투스 이어폰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그리고 그 키워드들에는 대단히 많은 논란이 일게 된다. 애플이 만들었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있다. 새로운? 블루투스 이어폰의 성능은? 이 안에는 애플 제품의 음질에 대한 평가부터, 베터리 시간, 가격 등 정말 거의 모든 요소 요소 하나가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수 많은 대안 제품들의 리스트가 이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에어팟 프로 사용자들은 그런 요소들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 기존 에어팟 사용자들과 새로운 에어팟 사용자들일 것이다. 새로운 에어팟에 30만원이 넘는 돈을 쓰는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 제품과 다른 경쟁 제품들을 비교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절반의 가격으로 제품의 가치를 임증한 아마존 에코 버즈(Amazon Echo Buds)가 아닌 다음에야 이 제품에 대항하는 제품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보스의 노이즈 캔슬링이 아마 비교대상으로 많이 언급될것이다. 하지만, 보스의 노이즈 캔슬링을 논하는 사람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TWS제품을 기다릴 것이고, 에어팟 프로와의 비교는 그 시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캔슬링은 그 동안 노이즈 캔슬링 기기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사용자들이 더 많을 것이다.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은 정말 뛰어나다는 생각박에 들지 않는다. 처음 에어팟을 착요하면서 부터 주변이 고요해지는 느낌이 든다. 물론, 전철이 미끄러지는 소리, 안내방송의 일부, 아주 큰 소음 등도 들려오긴 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정말 멀리서 아주 약하게 들리는 뱃고동 소리처럼 아련하게 들려온다. 그런 상황에서의 주변 소음들조차 그런 느낌으로 아주 은근하고 아련하게 다가오는 매력을 선사한다. 국내에서 가장 소음이 심한 지하철5호선에서 사용을 해본 결과, 조금만 뭔가에 몰입하다 보면, 내릴 역을 지나칠 정도로 효과가 뛰어나다.
에어팟 프로의 사운드는 기존 에어팟들이 매우 박력있게 때려주는 소리와는 조금 다르지만, 평소 에어팟 볼륨의 50-60% 로도 충분한 사운드가 나오는 에어팟 프로는 그 어떤때보다 균형잡히고 깨끗한 소리를 들려준다. 기존 에어팟에서 볼륨을 크게 올리고 귀를 울리는 수준으로 들어왔다면, 같은 곡도 매우 섬세하고 균형잡이게 들린다. 그렇다고 박진감이 사라진것도 아니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그 어떤 영역도 희생없이 존재감 있는 소리를 내 준다. 특히 노이즈캔슬링이 된 소리이지만, 그 이전 다른 이어폰들에서 느껴보지 못한 다양한 음역대의 디테일이 살아난 느낌은 정말 뛰어나다. 노이즈캔슬링이냐 커널형이냐, 블루투스의 느낌이냐 하는 그런 사운드 특성의 논란거리를 무색케 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뛰어난 소리를 들려준다.
애플은 자사 제품 전반적인 면에서 개인적인 경험(private)을 매우 중요시한다. 아이팟부터 가장 개인적인 '나'의 기기를 만들어왔고, 에어팟 프로는 이제 그런 노이즈에서의 해방으로 가장 개인적인 경험의 극치를 선보인다. 에어팟 프로를 선택하는 결정에서부터 기능을 즐기는 그 과정까지 모든 것이 바로 애플이 만든 가장 개인적인 원더랜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