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들어가는 것은 먼저 주판알을 튕겨보자
내년에는 연말정산을 좀 챙겨볼까..?
회사원들은 인삿말이 시즌 별로 달라진다
연초에는 주로 올해 휴일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올해 설은 수목금이야", "4월 말에서 5월 초에 휴가를 이틀 쓰면 7일을 쉬어" 하는 것들이다. 물론 올해 초에도 이런 이야기가 돌았고 나는 황금연휴에 맞춰 재빨리 휴가를 신청하는 것 까지는 성공했지만 전염병이 세계로 번지는 것은 막지 못하여 올해는 휴가계획이 없다.
연말에는 연말정산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는데, 뭐 13월의 월급이네 보너스네 말은 하지만 내 연말정산 환급액은 터무니없다. 그러다가 아직 학자금을 갚고 있는 친구나, 월급을 들어오는 족족 모조리 써버리는 동료가 받는 연말정산 환급액을 보면 슬쩍 이런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나도 연말정산을 좀 챙겨볼까?'
보통 연말정산을 준비하다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연금저축 및 IRP이다.
개요는 내가 퇴직 이후(만 55세 이상)에 받을 연금을 지금부터 저금하면 저축액의 일정 비율을 세액공제해주겠다는 것이다. 세액공제는 내 소득이나 소비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지는 소득공제와 달리 전 국민이 똑같이 아주 정직하게 계산할 수 있다.
정리하면 연 400만원을 저금하면 연말정산 환급액에서 66만원을 꽂아주겠다는 이야기이다.(총 급여 5500만원 이하 기준)
내가 내돈을 저금하는데 돈을 환급해준다고? 이 각박한 세상에서? 조선시대에 출시됐나? 싶기도 하지만 사실 만만한 상품이 아니다. 정부에서 개인의 노후대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상품이니만큼 만 55세 이상부터 수령이 가능하고 심지어 수령할 때 수령액의 일정 비율만큼 '연금소득세'를 떼어간다.
한번 더 정리하면 환급액을 꽂아주는 대신 저축액을 55세 이상에 찾으면서 연금소득세를 내라는 것이다.
내가 저금한 돈을 찾아가는데 세금을 낸다고? 이런 각박한 세상이? 세상이 망해가나? 싶기도 하지만 세상은 give & take로 돌아가는 것. 그러니 우리는 환급액을 받는 것과 연금소득세를 내는 것을 비교하여 이게 이득인지 아닌지나 계산해보도록 하자.
인터넷에는 연금저축에 대해 소개한 아주 많은 자료가 있다. 하지만 계산기를 직접 때려본 자료는 잘 없더라.
상품 가입에 따른 손익을 계산해보기 위해 여러가지 가정을 해보고 조건을 살펴보았다.
연말정산을 준비하는 연금상품에는 운용 주체에 따라 크게 2종류가 있다. IRP와 연금저축.
몇가지 차이점이 있지만 내가 보기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차이점은 아래와 같다.
최대한도 - 연금저축 연 400만(월 33만) / IRP 연 700만(월 58만)
중도인출 - 연금저축 가능 / IRP 불가
연금저축은 중도인출제도가 있다. IRP는 절차가 까다로워서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이걸 중간에 해지하면 연말정산으로 받은 금액을 다시 뱉어내야 한다. 우린 아직 젊고 인생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이왕이면 중도인출이 되는게 좀 더 맘이 편하지 않을까?
IRP의 장점은 한도가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 700 한도를 채우기에는 월 58만원 수준의 고액을 부담해야 한다. 기왕이면 중도인출이 가능한 연금저축으로 월 400만원 저축을 가정해보자.
연금저축은 운용주체에 따라 보험사 / 증권사 /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다.
이 중 보험사에서 가입하면 연금보험, 은행에서 가입하면 적금 등의 상품에 가입하여 관리하게 되는데, 그럼 난 할게 없다. 돈만 내면 땡인 것으로 이걸 선호한다면 이쪽으로 가면 되겠다.
증권사에서 가입한다면 저축액으로 펀드, 채권, ETF, 증권사에 따라 리츠까지 직접 투자자산 구매가 가능하다. 난 내 포트폴리오에서 인덱스펀드로 운용할 생각이라 증권사에서 개설하려 한다.
계산 한번 하기 복잡하다. 납입과 수령에 굉장히 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이래서 사람들이 안했나보다...계산을 위해 아래 조건을 적용하였다.
가입시기 - 만 30세에 가입
소득금액 - 만 35세에 연봉 5500만원 돌파
수령시기 - 만 55세에 칼같이 수령 시작
연 수령액 - 종합소득세를 안내는 연 1200만원 이하
그리고 연금운용수익은 연 2.5%로 정했다. 대충 코스피에 투자해서 1.5% 배당 받고 1% 오른다는 가정이다.
그럼 아래와 같은 형태로 돈이 오간다. 파란색은 현금유입이고 빨간색은 현금유출이다
몰아치는 숫자의 향연이다.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총 납입액 1억 400만원
총 수령액 1억 6289만원
▶ 더 받은 돈 약 5800만원
당연히 받는 금액이 높다.
이걸 연금수익률로 가정한 2.5%를 할인율로 적용해서 현재가치로 계산해보면 아래와 같다.
총 납입액 현재가치 7769만원
총 수령액 현재가치 8460만원
▶ 더 받은 돈 현재가치 약 690만원
아무래도 장기적인 상품이다보니 연금수익률과 할인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테이블로 정리해본 [더 받은 돈 현재가치]는 아래와 같다.
연금기대수익률과 할인율을 동일하게 설정했을때,
낮게 설정할수록 현재의 기대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연금저축을 가입해야하는거야 말라는거야?
열심히 돌려본 결과 (당연한 말이지만)연금기대수익률과 할인율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많이 갈린다.
결국 자기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것은 크게 변함이 없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다 보니 무엇을 고려해서 생각해야 하는지는 알 것 같다.
1. 예상 연금수익률 및 할인율
현재가치를 계산하기 위한 할인율은 보통 기준금리나 평균물가상승률을 반영할 수 있다.
혹은 개인을 기업의 관점에서 보자면 가중평균조달비용(WACC)를 상정하여,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대출금리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내가 미래 확정 수익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감안해야 하는 판단의 영역이다.
다만 일반적인 투자자일수록(초과수익을 내기 어려운 투자자일수록) 연금저축은 이득이 된다.
2. 연말정산 환급액 재투자
위 시뮬레이션은 환급액 재투자를 상정하지 않았다.
만약 환급액을 재투자하는 것으로 가정해서 복리효과까지 고려하면 시중의 그 어떤 적립식 상품보다 효율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렇다면 연말정산을 대비한다는 목적이 없어지는 셈이고, 연말에 돈 나갈데도 많은데 막상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재투자를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연말정산시 환급액이 다른 정산건과 상쇄되어 오히려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재투자금액은 고스란히 내 쌩돈(?)을 빼다가 박아야 하는 것이다.
3. 미래 정책 방향
시뮬레이션을 돌리다보니 신경써야 하는 조건이 엄청 많다. 미리 해 둔 가정 덕분에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던 조건도 있을 만큼 상황에 따라 치명적일수도, 아닐수도 있는 조건이 많다. 연금저축도 계속 정책이 개정되어왔다. 가입조건, 수령조건, 세율 등등이 우리가 연금을 모두 수령하는 그 날까지 계속 바뀌어갈 것이다.
그럼 과연 이 상품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애초 목적이 정부가 서민의 노후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중 하나로 나온 것인데, 앞으로 이것이 강화되어갈까, 약화되어갈까? 판단은 본인이 해야 한다.
이렇게 길게 썼지만 결국 니가 선택해라 라는 전형적인 단순정보글이 나오게 되었다.
다만 사견을 덧붙이자면 어짜피 적금도 가입하는데... 단순히 미리 돈을 빼놓아서 안쓰게 만드는 용도로만 생각해도 가입하는게 좋아보인다. 사실 나도 아직 안만들었지만 가입해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