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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추나무집손녀 Aug 12. 2022

그래서 어쩌자는 말일까.

영화 <아사코>

화가 나서 빠르게 남기는 영화 후기되겠다.

(이직이네 썸이네 연애네... 결혼이네... 브런치 발행을 하지 않은지... 300일이 넘었다니..)


정말 오래간만에 일본 영화를 보기로 작심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영화는 무조건 찾아보곤 했었는데...

요즘엔 드라마를 위주로 보다 보니...

혹은 기승전결이 강렬한 작품을 찾아보다 보니... 일본 영화에 좀 무심해졌다 싶어 찾게 된 영화.


영화 <아사코>. 봉준호 감독이 극찬했고, 이미 국내 팬들도 꽤나 생성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작품이라

더 기대를 하며 관람을 시작했다. 




강렬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그렇듯… 첫사랑 ‘바쿠’와 함께하는 모든 날이 특별했던 ‘아사코’. 설레지만 불안하고 뜨겁지만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바쿠는 어느 날, 다시 돌아온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아사코를 떠나갔다. II. 편안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우연일까? 운명일까? 첫사랑 바쿠와 똑같은 외모의 ‘료헤이’를 만나게 된 아사코. 겉모습만 같을 뿐 공통점 하나 없는 모습에 혼란스럽지만, 자상하고 따뜻한 료헤이의 사랑으로 아사코는 다시 설레는 사랑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떠나간 첫사랑 바쿠가 갑자기 나타나고 아사코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일본 특유의 후덥지근하면서도 잔잔함이 느껴지는 영화의 초반부.

아사코와 바쿠는 처음 만난다. 

전시를 보고 나와, 아무 이유도 없이 끌려버려 첫 만남에 첫 키스까지 강렬하게 해 버린 두 사람.

바쿠의 성격을 나타내주는 부슬부슬 머리
정신 안차려?! 갑자기 왜 키스를...


그렇게 두 사람의 무모하면서도 특별한 연애의 에피소드들이 쏟아진다. 

20대니까 할 수 있는, 그리고 그 시절의 청춘들이 꿈꿀법한 만남과 사랑...

하지만 내가 그들을 보며 불안했던 이유는 바쿠는 투머치 자유롭고, 아사코는 투머치 바쿠만을 보며 의존하는 매우 위험한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위에 그냥 누워 키스하는 자유로운 연인들


나쁜 남자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나쁜 남자인 데다가 매력적이고, 제멋대로인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버리는 여자는 

제아무리 강철같은 여자라도 자아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리기 쉽상이다. 

그런 남자는 여자가 자신의 스타일을 그대로 닮고 답습하고 기대게 하는 파괴적인 힘이 있는데... 

바쿠와 아사코도 다르지 않은 듯했다. 

'바쿠 바쿠 바쿠' 강아지처럼 바쿠만 찾는 아사코. 그리고 그런 그녀를 아끼지만, 결국 자기 하고 싶은 건 다하는 자유로움이 도를 지나치는 바쿠.


결국, 두 사람의 아찔한 청춘 연애는 바쿠 특유의 성격. 습관 때문에 끝이 나고.

아무런 준비 없이 이별을 맞은 아사코는 그대로 자신의 고향을 떠나 도쿄로 간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요년아..)



그리고 몇 년 후. 바쿠와 똑 닮은 남자 료헤이를 만나는 아사코.

정갈한 헤어스타일. 똑떨어지는 회사원 패션의 료헤이


이렇게나 닮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쌍둥이 같은 외모지만, 성격도 성실함도 고향도 이름도 다 바쿠와는 정반대인 료헤이는 평범함 그 자체의 남자. 

그 사람이 바쿠가 아니라는데도, 자기 이름을 말하는데도 자꾸만 '바쿠? 바쿠?' 하면서 바쿠만 찾는데...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멍청이 같은 아사코. 

(정말 나는 아사코를 싫어할 생각이 없었지만... 영화의 중반부로 갈수록 아사코는 정말.....-_-)


그때까지도 바쿠에게 벗어나지 못한 아사코는 료헤이가 바쿠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료헤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도 그를 멀리하고.

그런 아사코가 궁금하고 관심이 가는 료헤이는... 어리석게도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대지진이라는 재난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 오픈하지 못했던 뜨거운 감정을 확인하게 되고 

그렇게 5년이나 행복하고 평온한 삶과 연애를 이어가게 된다. 


뭘 하든 하고 싶은거 하라는 남자...흔치 않다..


결혼까지 약속하며, 료헤이가 발령받은 오사카에 함께 집까지 보러 가는 두 사람...


하지만 갑작스러운 바쿠의 재등장으로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를 맞는다. 

아사코가 그렇게나 바쿠를 그리워하는 동안, 바쿠는 모델로 활동하며 배우로서의 영역도 넓혔다.

모든 것이 우연에 의해, 그의 자유로운 행동으로 인해 얻어걸린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쿠는 아사코를 찾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잘 살고 있는 아사코의 앞에 나타나... '네가 날 불렀잖아. 그리고 내가 너한테 돌아온다고 했잖아'라는 

말도 안 되는 주접을 떨며.. 아사코의 삶에 깽판을 놔버리는 바쿠.

니가 왜 여길 왜 와
손 잡고 빠르게 나가버리는 두 사람


그런데 더 말도 안 되는 것은 아사코의 행동이다. 

결혼과 이사를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지인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연인과 지인들의 앞에서

바쿠의 손을 잡고 나가버린 것.

아사코의 과거의 사랑, 마음을 다 알고도 그녀를 안아주었던 료헤이를 외면하고 

도망친 택시 안에서 바쿠에게 응석을 부리며 울던 아사코의 모습을 보는데...

참... 답답하고 허탈했다. 


20대에는 그럴 수 있지. 모든 감정, 느낌, 끌림에 따라... 설사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일일지라도 '원하는 것'을 위해 어리석은 짓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리면 어릴수록. 빨리 깨달아야 하는 일은 '내가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나다운가. 편안한가'인데..

아사코는 첫사랑에 발목 잡혀.. 또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친구들의 문자, 전화도 야멸차게 거절하고 핸드폰까지 도로에 던져버리는 아사코 (이것도 바쿠가 자기 전화기를 도로에 던져버리는 것을 그대로 따라한 것)를 보면서..

바쿠가 얼마나 아사코에게 악영향을 미치는지... 를 다시 한번 유추할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있는 아사코의 짧은 순간순간이 어찌나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는지..(이 언니는 정말... 속이 터졌다)


현실자각 타임

그. 러. 나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갈 것 같던 두 사람의 도망은 단 반나절도 이어지지 못했다.

차에서 잠깐 자고 일어난 아사코는 '아차차' 싶었는지.. 료헤이에게 돌아가야겠다고 말한다. 


응??? 이럴 거면... 따라 나오질 말지..

바쿠는 그런 그녀를 너무 쿨하게 놔주고...차까지 주렸는데... 면허가 없는 아사코.... 

(바쿠는 아사코에 대한 간절함보다는 또  자기 끌리는대로 했을 뿐... 아사코를 진심으로 생각해주지는 않는 인간이라고 밖엔 생각할 수 없는 장면) 


지갑도 없고, 핸드폰도 버렸고... 아무것도 없는 아사코는 지인분의 집을 찾아가(걸어갔나봐..) 

돈을 빌려 다시 료헤이의 이사 간 집으로 찾아간다. 돈을 빌려준 아저씨가 역까지 나와 아사코에게 조언을 해준다. 아저씨도 아사코가 어이없고 한심스러운 느낌...


너 진짜 바보구나. 남자는 말야. 여자가 딴남자랑 뒹굴다오면 평생 꼴도 보기 싫은 법이야.


고개를 끄덕끄덕. 아사코는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료헤이와 함께 살아가고 싶다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은 료헤이라고 말하며 료헤이의 새집 주변에서 노숙자처럼 어슬렁거린다. 


눼!?
자꾸 동네를 어슬렁거리지 말라고...


당연히 보통사람인 료헤이는 극구 손절! 당장 돌아가라고, 같이 키웠던 고양이도 버렸다고 

차갑게 말하고 돌아선다. 이미 지인들과 자신 앞에서 딴 남자 손을 잡고 도망친 여자를 어떻게 쉽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 


료헤이가 버렸다고 말한 자신의 고양이를 찾아다니며... 료헤이 집 근처를 맴맴도는 아사코...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도망치는 료헤이와 '도망치지 말라'며 쫓아다니는 아사코...

자유로운 바쿠를 하염없이 졸졸 따라다니던 아사코의 옛날이 떠오르는 건... 왜일지..


아사코는 자신을 진짜 사랑해주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남자는 매력이 없고, 자신을 거부하는 남자에만 끌리는 여자일까. 정말... 이해할 수 없이 이기적이고 어리석고 이해해주고 싶지 않은 캐릭터가 아닌가! 


어떤 평론 혹은 후기에서는 이 영화를 동일본 대지진 이전과 이후의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수작이라고

칭하고 있다던데, (사실 그래서 나도 보기 시작한 것이지만) 그런 좋은 해석 덧붙여주기에는 캐릭터들이 과하게 무미건조할 뿐만 아니라, 너무 가볍고. 진부하고. 무매력이며 어이없다. 


결론은 료헤이는 어이없지만 아사코를 다시 집으로 들인다. 

버렸다던 그녀의 고양이도 집에서 키우고 있었고 말이다. 아직.. 아사코를 완전히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한 것일 테지... 하지만 료헤이는 예전의 그 료헤이가 아니다. 


오직 아사코만 과거의 다정한 료헤이를 떠올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  



료헤이는 다정해. 하지만 더 이상 기대지 않을게. 
난 아마도 평생 널 못 믿을 거야. 
응. 알고 있어. 



두 사람의 마지막 대화에서..

두 사람이 사랑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깨져버린 걸 알 수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있어도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사코는... 

어린 시절의 어리숙한 아사코가 어리석은 아사코로 성장했을 뿐

자기 자신의 마음만 내세우며 계속 료헤이와 함께 있고 싶다고 떼를 쓸 뿐이다.  


료헤이의 표정에 주목하자
불어난 강

그들이 보았던 아름답고 평온한 강의 모습이... 강물이 불어 흙탕 빛이 되었을 때 료헤이는 그 모습을 '더러운 강'이라고. 아사코는 '그래도 아름답다'라고 말하면서.. 

이 영화는 끝을 맺는다. 


아마 같은 풍경이 이미 달리 보이는 것만으로도 이 관계는 뒤틀려버린 것일 텐데...


어리석은 아사코는 바쿠의 모습을 료헤이에게서 찾았던 것처럼

과거의 다정했던 료헤이의 모습을 달라져버린 료헤이에게서 찾으며 또 사랑을 갈구할 것이다. 


행복했던 시절, 같은 강을 바라보던 둘의 모습


도대체 이게 뭐람.....


예술영화로써 극찬을 받았고, 일본 재난에 변화된 사람들의 심리를 그려낸 수작이라 박수받았던

작품이라지만, 이 영화를 처음 시작해서 결말까지 보기까지... 2주가 걸렸을 만큼, 보기가 너무 괴로웠을 정도라 나에게 있어서 영화 <아사코>는 어리석은 여자의 바보 같은 선택 정도의 스토리로 남을 것 같다. 


첫사랑이 한 사람의 인생에 많은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 사랑이 자신에게 끼쳤던 장단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것.

그리고 모자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편안한 사람이 나타났을 땐, 

그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도 노력하고 살아가는 것. 


이 단순하고도 심플한 진리를... 아사코는 왜 몰랐던 것일까. 


아직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반복하는 수많은 아사코들이여.

제발...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보아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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