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찬가(平穩讚歌)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다

by 이룰성 바랄희

보름달이 크게 뜬 밤, 무조건 행해지는 의식은 ‘소원 빌기’다. 그렇게 동그랗고 크게 뜬 보름달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될 거라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이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인데 난 10년 정도 전부터 소원을 빌 때 꼭 ‘평온’을 논했다. 늘 행운도 행복도 아닌, 평온을 원했다. 일단 행운은 쉽게 오지 않을 것 같고 행복은 마치 갈증이 날 때 사이다를 마시면 더욱 갈증이 심해지듯이 쫓다 보면 더 큰 행복을 바라게 될 것 같았다.


때문에 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무료할 정도의 평온을 원하게 된 것이다.


친구들 생일에 생일축하 메시지를 전할 때에도 꼭 평온을 언급한다. “우리 굳이 행운이나 행복보단 평온한 나날들을 보내자.” 라며 메시지를 마무리한다. 20대 때에는 “우리 행복만 하자!” 라며 행복을 추구했던 날들을 보냈다면 지금은 친구들 또한 “그래 맞아. 행복보단 평온이더라.”라고 덤덤히 답한다.


우리가 시간에 맞게 잘 익어갔는지, 세상살이를 좀 더 경험해서인지 ‘특별한 행복함’ 보다는 ‘소소한 평온’ 이 삶을 나아가게 하는 비결이라는 걸 알게 된 듯하다.


“평온, 평온, 평온” 노래를 부르게 된 이후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가끔 쳇바퀴 도는 햄스터처럼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다가도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이처럼 번뜩 드는 생각은 평온한 일상에 감사함을 더해준다. 모두 건강히 내 옆에 있어줘서, 오늘 하루 눈물샘을 개방하지 않아서, 큰 걱정 없이 발 뻗고 잠에 들 수 있어서 감사한 하루다. 아무 일이 없어서 참 다행이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 늘어지는 하루가 참 감사하다. 큰 행복으로 인해 요동치는 감정은 어쩌다 한 번이면 된다. 그걸로 만족한다.


평온이 함께 하는 삶이라면 난 기꺼이 더 살아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