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과 순환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잘 가라 나를 떠나가는 것들. 그것은 젊음 자유 사랑 같은 것들. 잘 가라 나를 지켜주던 것들. 그것은 열정 방황 순수 같은 것들.”
흩날리는 눈송이를 손에 올려본 기억이 있는가. 단 몇 초도 버티지 못하고 녹아버리는 걸 봤을 것이다. 그때 녹아버린 눈송이를 탓하는 이가 있을까. 차가운 콘크리트 위에 올랐으면 쌓이기라도 했을 텐데 내 손 위에 올라와 금세 녹아버렸다. 이처럼 사라져도 탓할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인생에 꽤 많이 포진되어 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며 그 비통함에 무릎이 닳아 보기도 하고, 분명 초록이 만연하던 젊음이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젊음이 도망쳤나 싶기도 하고, 세상의 저항을 온몸으로 막아낼 듯 큰 기개와 열정 그리고 순수함이 나를 감싸고 있었던 시절들.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눈 깜짝할 새 스치듯 사라져 버린 것들. 어느덧 이젠 나를 떠나버린 것들. 조금 더 머물러 있어 주기를 바랐지만 내 욕심이었을까. 야속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탓하기엔 세상이치가 다 그렇지 않은가.
과연 내가 잃어버린 것들은 무엇일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데 나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살았나.
사랑은 늘 아프고, 불안하고, 미완성인 것. 사랑은 그럼에도 다시 한번 믿어 보기로 하는 어리석음과 순수함이 뒤섞인 혼합물. 눈물샘이 말라버릴 정도의 거한 이별식을 행하고도 몇 개월 뒤면 모든 감정을 미화시켜 이별의 고통은 무뎌진다. 인간이 그렇다. 그렇게 라도 미화시키지 않으면 지옥 속에서 발버둥 치는 삶 밖에 되지 않을 테니.
나와 함께 해줬던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 눈을 지그시 감아본다. 떠날 때가 되어 떠나버린 그 모든 것들에 애써 이해한다는 마음으로 두 눈을 더욱 지그시 감아본다.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달래며 애먼 눈물을 참아본다. 가야 할 때가 되어 갔을 뿐이니 우리의 역할은 그저 가벼이 한 손을 흔들어주는 것.
그리고 새롭게 마주할 것들에 환영하는 마음. 젊음이 떠나면 지혜가 다가오고 차가운 사랑이 떠나면 따뜻한 사랑이 다가오듯이. 그게 바로 세상의 이치일 테니 그저 모든 것을 몸소 받아들여야겠다.
재생과 순환 그 사이 어딘가에서 허우적거리던 삶은 이제 종식해 본다. 이젠 온전히 내 발걸음을 내딛으며 적확한 발자취를 남겨볼 것이다. 배웅은 또 다른 마중일 테니.
https://youtu.be/swNM6gqV31M?si=eQbte6FldG6m-1F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