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헤어져도> 해바라기

사랑은 이렇게나 애틋하다

by 이룰성 바랄희


“우리가 지금은 헤어져도 모든 것 그대로 간직해요.”

애틋함은 부모, 자식, 친구, 연인 등 다양한 관계에서 느낄 수 있다. 특히 연인관계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나는 부모님에게서 유독 이 감정을 자주 느끼곤 한다.


이제 서른셋이 되니 부모님께서 확연히 나이가 들어가는 중이신 게 느껴진다. 조금 더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주름들, 살짝 느려진 반사신경, 예전만큼 활기차 보이지 않으신 모습들. 나를 무거운 애틋함으로 몰아넣는 것들.

물론 자연의 법칙에 따라 당연한 것들이지만 유난히 현실적이게 다가오는 날에는 괜히 더 씁쓸하고 허우룩하다. 내 부모님은 친구들 부모님에 비해 다소 젊으신 편이다. 때문에 초등학생 때에는 학교에 엄마가 참관수업 하러 오시면 “우와~ 성희네 엄마 진짜 젊으시다!”라는 소리를 매번 듣곤 했다. 얼마나 어깨를 으쓱이던 날들이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또한 지금까지도 꽤 젊어 보이셔서 셋이 같이 다니면 셋이 무슨 관계냐며 많이들 물어온다.

그런 부모님에게도 반갑지 않은 손님인 세월이 찾아왔나 보다. 이제는 어디를 놀러 가면 내가 앞장서서 길을 찾고 예약을 하고 알뜰살뜰 챙긴다. 춥진 않은지, 덥진 않은지, 다리가 아프지는 않은지. 힘들어하거나 피곤해 보이시는 순간 그렇게 속상하다. 코 끝에 눈물이 꽉 맺혀 코가 묵직해진다. 늘 그랬듯 우리가 영원한 친구였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그저 엄마와 아빠를 부모로서 바라봤다면 이제는 애틋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봐도 봐도 보고 싶고, 나한테는 늘 귀엽고 소중한 그들에게 애틋함은 이제 나와 평생 함께 가야 할 감정이다.

누군가를 온 마음 다해 사랑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꽤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섞여 우릴 어지러이 만든다는 것을. 그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는 감정은 단연 ‘애틋함’이 아닐까 싶다.

사랑이 이렇게나 애틋하다. 더 이상 늙지 않으셨으면 좋겠는 섭섭하고 안타까운 마음과 더불어 그들이 지나온 세월을 존경하는 마음.


난 그들에게 내 애틋함을 보이고 싶지 않다. 그들 스스로는 세월을 자각하지 않았으면 하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채 영원한 현재에 머물렀음 하기에.

(+ 참고로 이 노래는 아빠가 좋아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줄곧 들어왔던 노래다. 아빠가 이 노래를 트시면 너무 슬퍼 듣고 싶지 않지만 또 좋기도 한 그런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한 마디로 나에겐 애증의 곡이다.

먼 훗날 부모님과 이별을 맞이하게 되면 이 노래가 떠오를 것 같다. 결국 언젠가는 맞닥뜨리게 될 이별이겠지만 그 또한 영원한 이별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알지 않을까. 비록 그렇게 헤어져도 이번 생에서 함께한 모든 추억을 그대로 가지고 갈 것을 알기에. 난 다음 생에서도 이 둘의 딸로 태어나길 간절히 바라본다.)


https://youtu.be/HzUa98kfRVU?si=PJOUZV2ykP0DEo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