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없는 행복을 누릴 권리

그들도 나처럼 행복하기를

by 이룰성 바랄희


“청각장애 플로리스트와 함께합니다”


누워서 릴스를 보던 나에게 이 문구가 포함된 꽃 사진 하나가 떴다. 꽃 정기배송 서비스를 구독하면 청각장애 플로리스트를 양성하는데 후원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퇴근길에 소박하게 꽃 몇 송이를 사 와 방에 두는 걸 좋아했던 나로서는 클릭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 오랫동안 기부했던 단체가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후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의구심이 들었고 전화를 통해 여쭤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세세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매달 자동이체 시켜놨던 3만 원이 공중분해 된 것 같은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일을 계기로 그 단체에 후원하기를 멈추기로 했다.

그 후, 다른 후원단체를 알아보던 중, 이곳 또한 큰 기업이었는데 후원방식이 굉장히 이색적이었다. 늘 선택받기만을 기다리고, 선택의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직접 후원자를 고를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었다. 즉, 후원자들의 사진을 인화해서 쭉- 걸어 놓으면 아이들이 한 명씩 나와 어떤 분에게서 사랑을 받고 싶은지 직접 걸어가 선택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긍정적 역발상이다.

나를 선택해 준 아이는 ‘티쑤라’라는 이름의 아주 귀여운 모습을 한 초등학생 여자아이였다. 정기적으로 그 아이에게 편지가 오기도 하고 내 후원금이 어떤 방향으로 정직하게 쓰이는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후원한 지 벌써 4년이 되어가고 있고 아이는 더욱 건강하고 예쁜 소녀로 자라고 있다.

이처럼 내가 하는 기부가 어떤 적확한 모양으로 쓰이고 있는지 알고 하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나의 후원으로 인해 청각장애를 가진 분들이 플로리스트라는 멋진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취지는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꽃을 좋아하는 내가 매달 다른 콘셉트의 꽃을 받을 수 있다니 신청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꽃다발이 도착했다. 연보랏빛을 다정하게 발산하는 장미는 내가 좋아하는 거베라와 함께 하고 있었고 2만 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었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는데 이런 행복을 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오히려 감사해지는 순간이었다.


살아보니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니 삶은 늘 열정으로 가득했고 만족감으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늘 하는 얘기지만 본인이 사랑하는 일을 해야 평생이 행복하다는 것. 장애에 쉬이 굴하지 않고 보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좋아하는 방향을 찾아 걸어가는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후원하는 베트남 꼬마도 풍요롭진 않아도 청결한 위생 속에서 깨끗한 음식을 먹고 따뜻한 곳에서 자고 편안한 옷을 입으며 인간으로서 영위할 수 있는 단정한 안정을 맘껏 누리길 바란다.

제약 없는 행복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다. 내가 행복하기에 타인도 나만큼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마음은 세상을 뒤집듯이 뒤바꿀 순 없더라도 미세하게 온도 정도는 높여줄 수 있지 않을까? 혹은 각진 세상을 마모시켜 살짝 둥글게 만든다던지.

결코 내가 큰 부를 누려서 기꺼이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들도 나처럼 행복하기를, 삶의 찬미를 마음껏 누리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