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주름은 허용하지 않으리
버스에서 음악을 들으며 망상에 잠겨 있던 때, 무심히 창문 밖을 봤는데 비둘기와 장난을 치고 계신 경찰 아저씨를 발견했다. 귀여움이라는 단어보다 더 귀여움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단어를 사용하겠다. 비둘기가 따라가는 길을 따라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며 비둘기를 이리저리 방황하게 만든 경찰아저씨는 나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나이 지긋하신 버스기사님이 기어 옆 쪽에 ‘라부부’(고가의 인형으로 한 때 대란을 일으켰던 것) 인형 키링을 달아 놓으신 걸 본 적이 있다. 그것도 일반 라부부가 아닌 특별 에디션으로 나와 조금 더 비쌌던 라부부 인형이었다! 달랑달랑 거리는 라부부를 덕분에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뭉근한 귀여움에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상황상 기사님께서 라부부를 좋아하셔서 직접 구매 후 달아 놓으신 경우, 손주가 선물해서 달아 놓으신 경우 등 여러 경우의 수가 있지만 정답이 뭔들 기어 옆에 달린 라부부는 이유를 불문하고 귀엽다. 나는 개인적으로 라부부가 도깨비를 닮아 좋아하진 않지만 나의 선호와는 무관하게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라부부를 곁에 두신다는 자체가 굉장히 사랑스럽지 않은가.
얼마 전 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놀러 오셔서 같이 쇼핑을 하러 간 적이 있다. 구경하던 중 할머니께서 수달이 크로스백을 매고 있는 키링을 유심히 보시는 걸 목격했다. 사드리겠다고 냉큼 키링을 집었을 때 할머니께서는 괜히 돈 쓰지 말라며 내 손등을 찰싹 때리셨다.
하지만 할머니의 눈은 수달에게서 떨어지지 않았고 말씀과는 달리 수달 키링을 놓지 못하셨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다시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난 박력 넘치게 키링을 들고 나와 계산대로 향했고 할머니께 선물해 드렸다.
그 후 한 달 뒤쯤 엄마를 통해 듣게 된 소식. 할머니께서 수달 키링이 달린 가방을 들고 장 보러 가셨는데 정육점 직원부터 주변에 있던 많은 할머니들까지 이 수달 키링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시며 큰 관심을 주셨다고 한다. 그 덕분에 할머니는 어깨를 으쓱이며 손녀가 사줬다고 대답하시고 가뿐히 걸음을 옮기셨다고 한다.
과연 우리는 나이가 들면 동심을 잃을까? 노인이 되면 삶은 고구마처럼 퍽퍽하고 세상은 회색 빛으로 물든 듯 보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단언컨대 내가 위에서 언급한 세 명의 노인분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노란빛일 것이다. 여전히 그들의 삶은 샛노란 개나리가 만개한 따스한 봄에 머물러 있겠지.
우리는 결국 누구나 노인이 된다. 그들을 보며 든 생각은 나 또한 밝은 빛을 유지하며 나이가 들고 싶다는 거였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겉모습엔 세월의 고됨을 담아낸 주름들이 생기겠지만 내면만큼은 우리 의지에 달려있지 않은가!
비록 얼굴에 생기는 주름은 불가피하겠지만 내 마음엔, 내 동심엔 단 하나의 주름도 허용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