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도 보험도 아닙니다

밀도 높은 진심은 전달되어도 그대로의 밀도를 간직한다

by 이룰성 바랄희

얼마 전 대학생 때 꽤 친하게 지냈던 오빠의 딸내미 영상을 sns를 통해 접했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이라 수많은 아이들을 봐와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은근히 아이들 보는 눈이 깐깐하다. 한 마디로 귀여운 아이들을 워낙 많이 봐와서 쉽게 귀여움을 느끼지 못한다. 귀여움을 느끼는 장벽이 높아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선배의 딸이 디즈니 영화 속 꼬마처럼 너무나도 귀여운 게 아니겠는가! 나는 심지어 내 친구들의 아이들 사진이나 영상도 끝까지는 안 보는 편인데 이 꼬마의 사진과 영상은 몇 번이고 다시 되돌려 본다.


때문에 나는 선물요정으로서 이 꼬마아가씨에게 선물을 전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마땅한 명분이 안 생겼다. 한 때 많이 친했던 사이였어도 연락 안 하고 지낸 지 7년이 다 되어가는데 무슨 핑계로 선물을 전할 수 있을지 숙고하던 날들이었다. 그러다 연말을 맞이하게 되었고 드디어 나에게 ‘연말’이라는 좋은 명분이 생긴 것이다! 선물을 전하기에 이보다 더 확실하고 명쾌한 명분이 있을까?


나이대를 고려해 ‘티니핑’이 가장 완벽한 선물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중 엄마와 아빠의 손길이 덜 필요한 ‘마그네틱 옷 입히기’ 세트로 골랐다. 혼자서 찹찹 붙였다 떼었다 하면 되기에 엄마, 아빠에게도 만족스러운 선물이 될 것 같았다.


자, 이제 메시지만 보내면 된다. 7년 만에 보내는 메시지는 누가 봐도 수상하다. 분명 불순한 목적이 다분하다. 오랫동안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연락 한 번 하지 않은 긴 시간의 묵은 떼를 벗겨줄 만한 메시지여야 할 텐데.


난 대뜸 첫 문장에 “다단계 X, 보험 X, 돈 빌리기 X, 사기 X, 그 무엇도 아닙니다!”를 적었다. ‘얘가 갑자기 무슨 일이지..?’라는 생각은 저 멀리 날려 보내고 내 메시지를, 내 선물을 순수하게 받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첫 시작을 그렇게 맺었다.


저 첫 문장을 시작으로 오빠의 딸내미가 너무 귀여워서 멀리서 나마 사랑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작은 선물 하나를 주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답장을 기다리니 이게 무슨 일이냐며 너무 고맙다는 진심을 전해왔다. 이상하게 생각할까 걱정했다고 하니 너처럼 생각 깊은 애가 이렇게 연락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지 느껴진다며 오히려 나를 토닥여주는 게 아니겠는가.


선물을 전해도 될지 주변 지인에게 물어보며 고민한 한 달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좋은 마음으로 전하는 진심은 상대도 여실히 느끼는구나 싶다.


밀도 높은 진심은 전달되어도 그대로의 밀도를 간직한다.


며칠 후 침대에 누워 쉬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영상 속엔 선물을 받은 꼬마가 내 이름을 불러주며 감사하다고 하는 거 아니겠는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내 이름을 불러줄 때 이런 감정일까..? 벅차다는 표현으로도 모자라는 소중하고 귀여운 기분. 마지막에 윙크를 하며 날려주는 손하트에 압도당해 영상을 반복해서 돌려봤다.


결국 나의 마음 전하기 프로젝트는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또 하나 배웠다.


마음을 전하는 일에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된다는 것. 더 부지런하게 나의 마음을 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