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다 부르지 못한 노래
얼마전 절에서 강의요청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조금 일찍 오셔서 식사도 같이 하자고 여러번 권하셔서
절에 일찍 도착해서 이곳 저곳 둘러보며
산속의 기운을 받으며
힐링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절 담벼락아래에서 발견한 저것!
무엇인지 혹시 아실까요?
네~
꽈리 였습니다.
정말 얼마만에 보는 것인지,
저는 보자마자 너무나 반가워
바로 냉큼 사진을 먼저 찍었다지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하하..
어렸을 때
제가 다듬은 적이 없어서, 다듬는 방법은 몰라도
엄마가 다듬어 주시면
그것을 입안에 넣고
이리저기 굴려가며
삑삑~
소리를 내려고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 소리는
그냥 혀로 누룬다고 나지 않아요.
나름 세밀한 각도와 압력이
제대로 딱 맞아야
멋진 소리가 나지요~
아주 오래전 일이라
소리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열심히 입안에서
꽈리를 굴리던 기억이 나면서
엄청 반가웠어요.
꽈리의 꽃말을 수줍음. 조용한 미, 약함이고 ,
꽈리와 관련된 조선시대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옛날에 꽈리라는 이름의 소녀가 살고 있었는데,
노래를 아주 잘 불러서 온 마을에 소문이 퍼졌다고 해요.
이에 소녀는 늘 노래를 마치고서
아주 수줍어하여 칭찬하는 말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곤 했답니다.
그렇지만 그 소문은
고을 원님의 귀에까지 들어갈 정도였으며,
어느 부잣집 규수가 이 소문을 듣고
소녀를 크게 질투했습니다.
어느 날, 꽈리가 마을의 커다란 잔치에 초대 받아
원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부잣집 규수는 질투심에 부들부들 떨면서
고을의 불량배들을 모아
노래 부르길 방해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녀가 잔치에서 노래를 부르려는 찰나,
불량배 몇몇이 끼어들어 큰 목소리로
"어휴, 저 얼굴 좀 봐라!
노래도 못 부르는 것이 낯짝도 저 모양이라니, 쯧쯧쯧..."
이라며 무안을 주었다.
꽈리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땅만 쳐다보다가 도망을 쳤고,
그날 이후로 알 수 없는 병을 앓다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꽈리가 세상을 떠난지 얼마 안 가서
소녀의 무덤가에 빨간 주머니가 달린 풀이 자라났습니다.
열매 껍질의 모양이 점점 빨개지는 것이,
수줍어하던 꽈리를 닮았다고 해서 그것을 꽈리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마을에는 이것을 불면 노래를 잘 부르게 된다는 소문이 돌아,
그때부터 마을 아낙네들과 아이들이
이것을 입에 물고 소리를 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꽈리가 참 측은하네요.
꽈리가 다 부르지 못한 노래를
우리들이 대신 불러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시절 우리집 마당도 생각나고..
엄마도 생각나고..
친구들도 생각나고..
꽈리가
추억을 줄줄이 소환합니다.
다음에는 하나 따와서
진짜로 한번
꽈리를 불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꽈리 불어보신적 있으세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