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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Sungho Kim Feb 07. 2021

유명하지 않은게 문제이다

왜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찾지 않는가?

내가 경영자로 합류한 브랜드는 아이코닉한 제품을 가진 매우 오래된 브랜드였다

오래전, 그러니까 40년을 거슬러 올라간 오래전에 유명세를 누렸지만 서서히 침체기에 접어들어 이제는 아주 올드한 브랜드가 된 곳이었다. 내가 맡기 이전에도 꽤 많은 경영자가 이 브랜드를 다시금 부활시키고자 갖은 애를 다 썼던 브랜드로서 그것은 일종의 난제와도 같았다. 유능하고 실력이 증명된 리더들을 보냈음에도 단 한명도 그 브랜드를 다시금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로 되돌리는데 성공하지 못했던 어려운 과업이었다. 

그 브랜드를 맡고나서 직원들과 하나 하나 면담을 가졌고 고객들과 공급업체와 두루 만났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하나였다. 그동안 그 긴 기간동안 왜 이 브랜드는 피어나지 못했을까?, 유능하다는 리더들이 와서 다양한 시도들과 처방을 했음에도 왜 의미있게 성장하지 못했을까?,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많은 소비자들이 사랑하고 찾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직원과 거래처들 모두 각각 다른 원인과 해결책을 내놓았다. 

"우리는 너무 한 제품에만 치우쳐 있어요", "우리 제품이 너무 올드해요",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신규수요를 일으켜야 합니다", "우리의 가격이 너무 높아요. 경쟁업체의 제품은 우리 반값인데 누가 우리걸 사겠어요", "중국을 더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합니다", "히트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광고비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우리는 너무 모릅니다", "우리 제품의 품질이 안 좋습니다", "생산이 너무 느립니다", "직원들의 사기가 낮습니다. 일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보상을 더 해주어야 합니다",,, 등등 

이런 다채로운 말들 속에서 정확한 진단과 방향을 정하는 것이 매우 난해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는 사무실과 같은 공간에 제법 큰 창고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곳을 매일 둘러보았다. 

한층의 1/3에 해당하는 큰 공간이 지난 수십년간 만들었거나 판매해온 제품들의 샘플들이었다. 

며칠을 투자하여 지난 수십년간 만들었던 샘플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너무나 다양한 아이템, 디자인, 색상, 소재, 등이 그 안에 들어있었다. 재미있게도 그 중에는 지금 인기를 끌고 있던 소재들이나 스타일의 옷들도 있었다. 물론 오래전에 만들었기에 낡아있었지만 이 기업이 오랜 기간동안 제품면에서는 최소한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 대답중 최소한 새로운 제품에 도전하지 않았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는 명확한 증거가 있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신제품에 투자한 것은 아닐까 라는 반대방향의 질문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십여년 간 발표된 우리 브랜드관련 패션소식들을 살펴 보았다. 

판매관련 정보와 자료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하다시피할만큼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객구성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자국내의 매출이 서서히 줄어왔지만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던 반면 기타 시장에서는 들쭉날쭉이었다. 반복적으로 구매하며 성장하는 시장이 보이질 않았다. 그렇다면 정말 무엇이 문제일까? 

이 질문을 가지고 3주간을 씨름을 하며 답을 찾았다.  누구도 대답해 주지 않는 답을 찾고 또 찾았다. 

그리고 나만의 답을 찾아 결론을 내렸다. 그 결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준비했다. 

나의 결론은 단순했다. "유명하지 않은게 문제이자 원인이었다"

많은 이들이 뚱단지 같은 소리로 들었다. 당연한 얘기를 해답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결론은 유명하지 않은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올드한 제품만 보유한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던 리더는 신제품을 개발했다. 하지만 잘 안됐다

신제품의 디자인이 좋지 않았다고 진단한 다음 리더는 더 좋은 디자이너를 채용해 만들었다. 그래도 잘 안됐다

매출성장을 위해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생각한 다음 리더는 중국을 비롯한 신시장에 들어갔다. 역시 잘 안됐다

알리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느낀 다음 리더는 유럽에서 열리는 패션쇼에 나갔다. 마찬가지로 잘 안됐다

영업책임자도 바꿔보고 엠디도 바꿔보고 ,,, 등등등 끝없이 이어진 해법에도 요지부동 잘 안됐다

더 해볼게 뭐가 있을까?  더 바꿀게 뭐가 있을까?

직원들도 리더도 완전히 자신감과 확신을 잃었다. 

시장의 흐름이 용케 돌아와 유행의 파도에 타면 매출이 상승하고 그렇지 못한 해에는 하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다들 내탓이 아닌 고객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유명하지 않은게 문제였다> 이 문장으로 부터 답을 찾아갔다. 

유명하지 않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어딘가 존재할 찐고객들의 수가 보잘것 없이 작다는 것과 같았다. 고객들과 관계를 맺고 차근 차근 다지며 넓혀가는 것을 그동안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우리를 사랑하여 우리가 내놓는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을 주는 고객들의 수가 너무 작고 긴 시간이지만 확대되어 오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의 유명하지 않은 결과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직원들도 리더들도 단번에 매출을 올릴 해법만을 구했다. 하나 하나의 고객을 정공법으로 나의 찐고객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을 아예 고려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5년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도 우리것에 관심을 주고 애정을 보내고 열광하는 찐 고객이 늘지 않은 것이다.  신제품 출시를 함에도 10장이 팔린다면 우리 브랜드의 유명함은 10장 수준인 것이고 100장이 팔린다면 100장의 수준인 것이다. 


이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우린 대박상품이 없어요. 대박상품을 만들어야 해요"

내가 깨달은 것은 대박상품은 유명해져야 만들어 진다. 대박상품이 우리를 유명하게 만들어 주는 만능의 키가 아니라 우리가 유명해질 때 비로서 대박상품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박상품을 찾아 길고 긴 여행을 다닐 것이 아니라 지금 선 땅에 발을 굳게 딛고 고객을 찐으로 하나씩 만드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대박상품을 만들려고 머리를 싸매는 직원들에게, 또 그것을 요구하는 주위의 분들에게 반복적으로 대답했다. "대박상품을 찾지 말고, 지금 고객이 주신 피드백에 충실히 반응하고 그분들이 가려운 부분을 하나씩 해결해서 오늘 한명, 내일 한명,, 이렇게 매일 한명의 고객을 찐고객으로 만들면 어느새 우리는 더 유명해지는 브랜드가 될 것이고 그 때야 비로서 우리 신제품 중에 중박 대박 상품들이 하나씩 나타날 것"이라고


문제는 유명해질 무언가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유명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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