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호 Sungho Kim Oct 08. 2022

저는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였습니다.

저는 가스라이팅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입사 후 1년 정도 저에게는 유독 잘해주었죠. 

반면 같은 부서 내의 다른 선 후배들에게는 무례한 언행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곁에서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솔직히 그 화살이 저에게 날아올 줄 예감하지는 못했습니다. 늘 칭찬하고 의견을 묻고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1년이 지나자 서서히 그 행동이 제게도 나타나더군요. 

소리치는 것은 예사이고, 서류 던지는 것, 말로 교묘하게 자존감을 짖밟는 것, 등 그렇게 몇달을 지내다 보니 제 머리에 500원짜리 동전만한 원형탈모증이 생기더군요.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고 하고.  그 일이 있던 날도 그의 히스테릭한 행동이 있었고 저는 그 앞에서 격하게 대들고 나서 건물 밖으로 나가 30분을 걷다 들어왔죠. 서로 한마디 말을 섞지 않은채 퇴근을 했고 그날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새벽에 잠에서 깬 아내에게 회사 옮겨도 되냐고 물어보니 된다고 당신의 직감을 존중하라는 말을 해주더군요. 

아침 이른 시간에 회사로 갔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출근하시길 기다렸다가 오시는 것을 보고 바로 사장실로 가서 문을 두드렸죠.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냐고 놀라는 사장님 앞에 앉아서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평소 저를 좋게 보고 각종의 기회를 주시던 분이라 매우 놀라며 이유를 물어보더군요. 상사와 마찰을 설명드리니 난감해 하더군요. 그러면서 퇴사를 하지 않을 방법이 있겠냐 물어보셔서 "제 상사를 자르세요. 그리고 저를 그 자리에 세워주세요."라는 독한 답을 했습니다. 


가스라이팅을 비롯한 각종의 폭력이 곳곳에 있습니다. 좋은 분들도 많지만 반대의 사람도 많습니다. 가스라이팅은 스스로 멈추지 않습니다.  받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멈추게 하지 않으면 폭주하는 특징이 있죠. 누구라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저도 그 상황에서 그것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제 직장생활 모든 것을 걸었던 것이죠. 퇴사를 각오하고서라도 그 상황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직장보다 내가 더 중요하고 내 가족이 더 소중하니까요. 


그래서 그 후에도 동료나 후배들에게 함부러 하는 선배나 상사를 보면 전 가만두지 않습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새로온 사업부장이 직원들을 함부러 대하고 욕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장에게 저 사람 내보내지 않으면 내가 나가겠다고 해서 그를 내보낸 적이 있을 정도로 직장 내에서의 폭력이나 공포감 조성에 예민합니다. 

물론 개인마다 수용의 정도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느끼기에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면, 가스라이팅은 절대 참아서는 안됩니다.  이글을 보고계신 모든 친구분들이 선한 분들과 일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 소개드립니다. 

위에 말씀드린 사장님은 제게 다른 제안을 하셨어요. 

"그 상사와 일하는 것만 피하면 되지? 그럼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것은 어때?"

그렇게 해서 영업기획팀으로 가게 되었고 1년간 일하다가 다른 기업으로 전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1년반 뒤 그 사장님이 다시 제게 만나자는 요청을 하셨고 그날 이른 아침에 자신에게 요구했던 그 자리로 복귀해 달라는 제안을 하셨죠. 당시 일하던 기업이 잘 알려진 좋은 곳이었지만 사장님의 요청을 뿌리칠 수가 없어서 결국 전 복귀를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전 2년반 만에 가스라이팅을 일삼던 예전 상사의 자리를 빼앗았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람 선택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