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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헌 Oct 14. 2018

GE리포트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과 경쟁한다

<미디어의 미디어 9> 출간 이야기 ② GE리포트

혁신은 모방을 부르고, 모방이 반복되면 트렌드가 된다. 트렌드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가 다시 혁신을 만든다. 모든 산업에 통용될 법한 말이지만, 미디어 산업에서는 특히 그렇다. 국내외 미디어 기업 9곳의 리더들을 인터뷰한 신간 <미디어의 미디어 9>의 출간 후기를 연재한다. 스팀잇, 쿼츠, 악시오스, 모노클, 업데이, 퍼블리, 북저널리즘, GE리포트, 카카오 루빅스의 남다른 시도를 통해 미디어의 변화를 읽는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브랜드 미디어 GE리포트를 처음 알게 된 건 GE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서였다. 올해 2월 GE의 인스타그램에는 20초 길이의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GE 엔지니어로 보이는 한 남성이 스페인 카스테욘의 LM(LM Wind Power) 공장에서 드론을 수십 미터 상공으로 띄워 거대한 구조물을 촬영한다. 길이가 볼링 레인의 네 배에 달하는 73미터 초대형 풍력터빈용 블레이드(날개)가 그 주인공이다. 소셜미디어 운영에 열심인 다른 글로벌 제조 기업 보잉, 스페이스X, 소니처럼 GE 계정에는 전속 사진가의 작품이 수시로 올라온다. 다만 GE의 사진과 영상에는 늘 스토리가 있고 사람이 있다.


GE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올라온 영상. 스페인 카스테욘의 LM윈드파워 GE 공장에서 한 엔지니어가 드론을 이용해 73미터 초대형 풍력터빈용 블레이드를 촬영했다.


GE리포트는 소셜미디어 계정 외에도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데일리 뉴스, 비디오 콘텐츠, 200~300장 분량의 연간 사업 보고서 등을 소개하고, 뉴스레터 'The GE Brief'를 발송하는 디지털 뉴스의 허브다. GE리포트는 수십만 명의 충성 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위 대박이 난 게시물은 조회 수가 100만이 넘는다. 미국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의 상위 게시물에도 수시로 이름을 올린다. 


GE가 브랜드 저널리즘의 대표 격인 코카콜라, 맥도날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데에는 토마스 켈너(Tomas Kellner) GE 디지털 총괄 편집장의 역할이 컸다. GE리포트 제작을 총괄하는 켈너 편집장은 포브스 기자 출신으로 2011년 GE에 합류했다. 그는 다양한 실험을 앞세워 GE리포트를 수준 높은 '테크 매거진'으로 만들었다. GE항공 콘텐츠 제작을 위해 미시간호 2500피트 상공을 날면서 페리스코프와 스냅챗 계정으로 비행 장면을 보여 주기도 했다.


책이 나오고 나서, 많은 분들이 본문에 소개된 인터뷰 9개 중 첫 번째로 꼽는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럴 때면 나는 주저없이 GE리포트를 톱3로 꼽는다.  


GE리포트의 강점 중 하나는 '복잡한 이야기를 쉽게' 보여 준다는 것이다. 강화 플라스틱 '렉산(Lexan)'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공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다소 생소할 것이다. GE리포트에는 GE가 자체 개발한 렉산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있다. 신소재의 높은 강도를 알리는 데 그치는 홍보물이 아니라, 야구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영상이다. 사이영상을 두 차례 수상한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투수 밥 깁스은 렉산으로 만든 창문에 공을 던진다. 공을 50개 이상 던지지만 창문은 결국 깨지지 않는다. 


강화 플라스틱 렉산의 높은 강도를 홍보하는 GE리포트 영상. 사이영상을 두 차례 수상한 투수 밥 깁슨이 공을 50개 이상 던지지만 창문은 결국 깨지지 않는다.


내가 인터뷰한 정길락 이사는 GE코리아에서 브랜딩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다. 공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미디어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GE에 합류한 그는 인터뷰 내내 브랜드 저널리즘과 뉴미디어 분야의 해박한 지식을 쏟아냈다.

 

그는 브랜드 저널리즘을 이렇게 정의한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기업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게이트 키퍼들(기성 언론)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채널에서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대량 인쇄와 배포를 통한 물리적 경쟁 우위에 영향을 받는 기존 매체 환경과 달리, 브라우징과 클릭으로 3초 만에 매체를 바꿀 수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독자들이 매체 브랜드가 아니라 콘텐츠 단위로 구분하며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밀어내기(push)적인' 요소가 강한 광고나 PR보다는, 고객이 기업의 매력적인 스토리에 스스로 '끌려오도록 하는(pull)' 체계적인 스토리텔링 활동이 필요한데, 그것이 브랜드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한다."


2시간에 가까운 대면 인터뷰와 서면 인터뷰 동안, GE의 실적 부진에 관한 질문을 많이 했다. 정길락 이사는 "실제 파워 사업부를 빼고 실적 수치는 괜찮다"고 답하며, GE는 온갖 부침을 경험한 회사라고 말했다. 기업 홍보에 머물지 않고 GE의 전문성이 사회적 맥락에 닿아 있는 것까지 설명하겠다는 그의 주장을 들으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온 GE의 실적 악화에서도 GE리포트가 앞으로도 순항할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업무를 GE의 홍보로 생각하는가, 저널리즘으로 생각하는가'에 대한 정길락 이사의 답변을 덧붙인다.


"사회 다방면의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저널리즘과 달리 브랜드 저널리즘은 본질적으로 기업이 어디에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느냐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다. 바로 그 기업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따라서 자사 제품의 기능과 특성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그 전문성이 어떤 사회적 맥락에 닿아 있는지까지 전달한다면, 브랜드 저널리즘의 목표에 충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가스터빈이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낙후된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새로운 재생 에너지 기술이 깨끗한 세상을 만드는 데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전달하는 GE리포트의 기사들은, 우리 삶의 변화라는 맥락에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 이러한 스토리들은 제품 설명을 넘어 회사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을 넘어선 브랜드 저널리즘의 존재 의의에 충분히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북저널리즘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999728


<미디어의 미디어 9> 출간 이야기 ①

모노클·쿼츠·북저널리즘… 혁신 미디어는 이렇게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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