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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Nov 19. 2019

부끄러운 몸둥아리

 비 오는 날에 먼지 나게 맞아본 적이 있나? 난 있다. 내가 6학년때로 기억한다. 여전히 어려운 집안 살림이라서 늘 모두 같이 한 방에서 잤다. 난 만화 영화를 너무 좋아했다. 어려서 그런지, 잠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특히 일요일 아침 일찍 만화 영화를 보는 즐거움으로 일찍 일어나서, 흑백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만화를 최대한 작은 볼륨으로 시청했다. 


 그 날은 동생들도 다 같이 일어나서 이불속에서 만화를 시청했고, 아버지는 어디 가셨는지 기억도 안 나고, 어머니만 피곤해 하셔서 옆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만화를 보다 보니, 동생들하고 장난도 치게 되었다. 어머니가 잠결에 ‘얘들아 조용히 해라’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그럴 때 마다, ‘네’하고 대답을 하고, 잠잠히 있다가 이내 곧, 이불 속에서 동생들하고 장난을 쳤다. 어머니가 몇 번을 주의를 주었고, 그럴 때마다 ‘네’라고 했다. 계속 이런 것이 반복되니, 어머니가 화가 나가, 일어나셨다. 


 그 때부터 나는 나무 빗자루로 엄청 맞았다. 등, 다리, 엉덩이, 팔 어디 가릴 것 없이 맞았다. 그날 따라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고, 이른 아침부터 나는 엉엉 울며, 두 손을 비비며 잘못했다고 했다. 어머니가 너무 화가 났는지, 매질은 그렇게 금방 안 끝났다. 내가 형이라고, 장남이라고 제일 많이 맞았다. 그 때 13살이었는데. 그렇게 일요일 아침은 매 타작으로 시작했다. 그날이 어떻게 갔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 


 다음날 학교에서 신체검사를 했다. 초등학교이니 남녀가 같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고, 그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도 있었다. 남자들은 상체를 벚고 신체 검사를 받았는데, 내 팔과 등에는 시퍼렇고, 시뻘건 멍자국이 가득했다. 종아리에도 허벅지에도 엉덩이에도 빨갛다 못해 파란색의 피멍들이 가득했다. 지금 학교 선생님이 그걸 보시면, 학대 받았다고 당장 경찰에 신고 했겠지만, 그 시절에는 부모가 아이를 체벌하는 것을 가지고 신고하는 사람도 없었고, 신고해도 신고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 시절이었다. 


 내 멍을 친구들이 보고,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봐도 좀 심했다. 만지면 아팠다. 사실 그 날, 그 멍보다 더 아픈 건,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내 멍을 본 것이고, 나는 그 여자애에게 무엇이 그렇게 부끄러운지 모르겠는데, 너무 부끄러웠다. 멍이 든 내 모습을 전부 감추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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