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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Jan 05. 2020

이직하고 싶은 기분

 년말 년초에 심적으로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싫어졌다. 인생을 Reset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현실적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가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Suna와의 관계도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끝도 모를 우울감이 계속 올라왔고, 아무리 약을 먹어도 그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나의 마음에 회사일까지 내 속을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얌전하고 순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내 속을 자세히 보면, 동물의 왕국의 수컷들이 갖는 그러한 감정들이 꽉 들어차서 지배하고 있다. 어디서나 1등을 해야 마음이 편해지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내가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하고, 내가 옳다는 것에 대해서 누군가가 반기를 들면 화가 치밀어 오르고, 나의 영역을 누군가에게 침범당하면 견딜 수가 없을 정도로 사나워진다. 


 년말부터 년초에 위에서 말한 여러가지 일들이 생겼고,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으나, 어금니를 악 물고 참았다. 대화로 풀어 보려고 했으나, 대화로 잘 풀어지지 않았다. 내가 여기서 싸워서 쟁취하거나, 이 자리를 떠나는 것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감정적으로 생각하면 싸워서 쟁취하는 것을 생각하나, 곧 이성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싸움 후에 내가 이겨도 남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떠나기로 마음을 먹으니, 너무나 많은 이유가 나를 떠나도록 만들고 있다. 앞으로 5년 후 지금 있는 곳에서 나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지금 하는 일이 주는 만족감, 회사에 가면 같이 일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동료, 업무 외적으로 느끼는 즐거움, 만족할 만한 보상, 시간이 흐를 수록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되는 나. 지금 회사 생활은 이러한 것들에 있어서 거의 해당 사항이 없다. 


 미련없이 헤드헌터의 채용공고를 찾아 지원했다. 거의 30 군데는 넣은 것 같았다. 나이가 있고, 직급이 있어서 이직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예상외로, 바로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전부 다 괜찮은 포지션이었다. 업무만 보면 지금 있는 이 자리보다 다 괜찮은 곳이다. MBA를 마치고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유학하느라 생긴 공백으로 썩 마음에 드는 포지션들을 제안하는 곳이 별로 없었는데, 지난 3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으니, Job Market에서 나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 같다. 


 이직은 내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내가 가고 싶으면 가는 것이고, 가기 싫으면 안가는 것이다. 2020년 내 앞에 곧 큰 두 개의 갈림길이 나올 것 같은데,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 나도 모르겠다. 여기를 떠나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동시에, 나를 떠나지 못하게 내 발을 잡는 여러가지 이유도 같이 존재한다. 내가 지금까지 여러 번 이직을 했지만, 지금 만큼 이직에 대해서 갈등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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