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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Feb 09. 2020

1976년 ~ 1980년

1976년에서 1980년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1979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 당하고, 신군부에 의해서 쿠데타가 발생했고, 1980년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다. 그런 격동의 시기에 나 역시 존재했지만, 난 전혀 기억이 안 난다.


 그 시기에 내가 기억하는 것은 전부 부모님이 말씀해 준 내용을 기반한 것이다. 부모님은 중매로 만나서 연애도 좀 하시다가 결혼을 하셨다. 내가 듣기로 외할아버지는 우리 어머니 결혼을 엄청 반대했는데, 어머니 고집대로 해서, 아버지하고 결혼하셨고, 결혼하시는 날 외할아버지는 그렇게 우셨다고 했다.


 내가 어릴 때 두 분이 서울에 상경해서 난 서울에서 자랐다. 지금도 완전 변두리이고, 그 당시도 행정구역상 서울이었지, 거의 변두리나 다름없는 곳에서 살았다. 우이동, 북한산 아래에 있는 동네이고, 그 옆 동네가 쌍문동이다.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그 쌍문동이고, 둘리라는 만화에 나오는 고길동이 사는 그 쌍문동이다. 내가 사는 동네가 우이동과 쌍문동 사이였고, 엄밀히 따지면 우리집 주소는 쌍문동이었다.


 어머니 말에 따르면, 나는 잘 웃는 아이였다고 했다. 늘 생글 생글 웃었다고 하는데, 아마 그건 윤재가 아기일 때를 보면 알 것 같다. 윤재도 아기일 때 늘 웃었다. 보통 아기들은 낯선 사람을 보면 울거나 그러지만, 난 전혀 그런게 없었고, 윤재도 그렇지 않았다. 낯을 안 가리는 것도 성격인지, 어디 가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두려운 마음보다는 신기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새로운 곳에 가면 무섭다기 보다는 그 곳을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많이 생겼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나이차이가 좀 있었고, 아버지가 30을 넘어서 결혼하셨고, 당시 남자가 30이 넘었으면 완전 노총각 소리를 듣는 나이였다. 뭐가 급하셨는지, 나와 1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었다. 동생과 나는 13개월 차이가 나는데, 내가 모유를 먹어야 할 시기에 어머니가 동생을 임신해서, 모유를 먹지 못했고, 우유를 대신 먹게 되었는데, 어느 날 우유를 먹다가 체해서 우유도 못 먹어서, 거의 영양실조급으로 살았다고 했다.


 그런 기억때문인지 내가 20살때까지는 우유를 마시지 못했다. 특히 더 어릴 때 우유를 먹으면 속이 불편하고, 거의 토가 나오는 정도라서 우유를 거의 마시지 않았다. 난 우유 대신 죽을 먹었고, 죽도 입에 잘 안 맞아서 잘 못 먹었다고 했다. 하여튼 먹는 걸로 고생을 많이 했다. 죽에 대한 안좋은 기억 때문인지 난 어릴 때 죽도 싫어했다.


 어머니가 태몽에 호랑이 꿈을 꾸었다고 했고, 결혼 전에 스님이 집에 와서 사주를 보는데, 큰 갗을 쓴 사람을 낳을 거라고 했다. 그런 이유에서 인지 어머니는 나를 좀 특별하게 대해 주셨다. 어릴때 워낙 자주 아파서, 더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했다. 심리학에서는 자기 실현적 예언이 있다. ‘너는 무엇이 될거야’ 라고 누군가가 이야기 하면 그 무엇이 되기 위해서 본인이 노력해서 결국 그 무엇이 된다는 것이다. 나도 어릴 적에는 이런 자기실현적 예언에 사로잡혀 있었고, 힘들때 마다 어머니가 해준 이야기를 생각했었다.


 자기실현적 예언이 긍정적인 면이 있어서 나도 윤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윤재야 넌 하버드 갈 것 같다. 우리가 하버드 대학에 갔을 때 너가 존 하버드 동상의 발 부분을 만졌어. 존 하버드 발을 만진 사람은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대’라고 말을 해주었고, 윤재는 정말 자기가 하버드를 갈 수 있다고 조금씩 믿는 것 같다. 내가 자기실현적 예언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기에 윤재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해 준다.


 인생을 80까지 산다고 했을 때, 태어나서 약 5년, 죽기전에 5년을 빼면 온전한 기억으로 사는 시간은 70년이고, 태어나서 20년, 죽기 전에 10년을 빼면 자신이 주체적으로 삶을 사는 기간은 50년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지금 이 순간 순간을 최고로 값지게, 후회없이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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