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비자 vs O 비자

by 디에디트랩

"무슨 비자세요?"

"O 비자요."
"네?"

"O 비잔데요."

"네? 아.. 잠시만요."
"네."

"아, 이건 여기서 안되고요, 카운터로 가셔야겠네요."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공항의 무인 체크인 기계에서 발권을 받으려고 하니 직원이 내 비자는 무인 발권이 안된다며 카운터에 줄을 서라고 한다. 줄을 서서 차례가 되어 카운터로 간다.


"자동 발권 쪽에서 안된다고 하네요."

"네. 무슨 비자시죠?"

"O 비자요."

"네?"


또 이렇다. 무슨 비자냐고 물어봐서 대답만 하면 잠시간의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을 매일 만나는 공항 직원들조차 O비자를 생소해하는 것을 보고, O비자가 그리 많이 알려진 비자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나와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현실상 (외국인을 채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 구조상 모두 프리랜서로 일하는 형태) full-time으로 미국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O비자를 받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걸 잘 모르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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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비자의 대표주자 H-1B


'취업비자'라고 우리가 일컬을 때, 이는 사실상 대부분의 경우 H-1B 비자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미국 취업비자'라고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거의 90% 이상이 H-1B 비자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진다. 미국 관련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이 비자에 대한 정의를 보면 이렇다.


Person in Specialty Occupation: To work in a specialty occupation. Requires a higher education degree or its equivalent. Includes fashion models of distinguished merit and ability and government-to-government research and development, or co-production projects administered by the Department of Defense.


물론, 더 자세히 들어가면 더 복잡해지겠지만, H-1B비자는 쉽게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미국 회사에 정직원으로 취업 허가를 받은 경우 받게 되는 비자라고 보면 된다. 당연히 한국에서 바로 취직이 되어 갈 수도, 미국에서 학교를 마치고 취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정직원'으로 취업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보면 된다. 유학생들이 많이 지나는 코스가 미국에서 학교 졸업, OPT를 통해 취업하여 F-1 신분으로 일을 하다가, 회사의 동의와 도움을 받아 H-1B 비자를 발급받는 코스라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 외국 회사에 바로 취업이 되어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참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를 위한 O-1


프리랜서를 위한 비자라고 말을 했지만, 이 또한 깊이 들어가면 복잡해진다. 하지만, 일단 대략적으로 프리랜서를 위한 비자라고 이해하고 시작하면 쉽다. 이 역시 미국의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보면 이렇게 소개된다.


Individual with Extraordinary Ability or Achievement: For persons with extraordinary ability or achievement in the sciences, arts, education, business, athletics, or extraordinary recognized achievements in the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fields, demonstrated by sustained national or international acclaim, to work in their field of expertise. Includes persons providing essential services in support of the above individual.


내가 일하는 분야가 바로 여기에서 언급된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fields"에 해당하게 된다. 미국의 영화/드라마 편집 분야는 우리나라와 조금 그 구조가 달라서 모두 프리랜서로 일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미국에서 편집을 하고자 한다면 바로 이 O-1 비자를 받아야 한다(다만, 예고편과 같은 홍보 영상 쪽이라면 이쪽은 업체 중심으로 돌아가므로 H-1B 비자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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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와 맞는 비자


밝혔다시피 H-1B 비자는 회사에 정직원으로 취직된 경우로서, 비자에 명시된 그 회사 외에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돈을 받을 수 없다. 오로지 그 회사에서만 일을 할 수 있고,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되는 경우엔 옮기는 회사와 함께 비자를 다시 받아야 한다. 그에 반해, O-1 비자는 그러한 제약이 없다(다시 말하지만, 더 자세히 들어가면 다른 경우도 있다). 오히려, 이 비자의 경우엔 full-time 정직원 취업이 안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만일 내가 예고편 편집 회사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지금의 O-1 비자를 포기하고, 그 회사를 통해서 H-1B 비자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가 시작되면서 비자를 받는 일이 전체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적으로 바로 며칠 전 H-1B 비자의 프리미엄 프로세싱을 당분간 멈춘다는 결정이 전해지면서 시장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미국과 한국 양 쪽에서 모두 일을 해 본 경험으로는, 반드시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하기 어렵다. 양 쪽 모두 그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한국보다 일 환경이 훨씬 나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만을 가지고 미국에 취업을 했다가는 낭패가 된다는 얘기이다.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은 사람을 무척 지치게 한다. 서류 준비부터 인터뷰까지 쉬운 시간이 없다. 그 시간에 뛰어들 결심이 되었다면, 자기와 맞는 비자가 어떤 것인지 조금 더 깊이 조사를 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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