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남기기

by 디에디트랩

일을 하다 보면 기록을 남긴다는 게 참 중요하게 된다. 나의 기억을 돕기 위해서도,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도 뭐가 언제 이루어졌는지 기록을 남기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VFX 회사에서 우리가 준 노트를 바탕으로 어떤 샷을 업데이트하여 지난주 금요일에 보냈다고 하자. 이걸 이쪽에서 시퀀스에 넣어서 확인 후 다시 노트를 보냈다. 그리고 VFX 회사에서는 그걸 다시 업데이트하여 두 가지 버전 v3, v4를 보냈다. 프로듀서 A는 v3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A보다 더 책임자인 B가 추가로 몇 가지 더 노트를 보냈고, 그렇게 일주일 동안 여러 버전이 오간 후 v10을 리뷰하게 된다. 그때 A가 "응? 내가 저번에 마음에 들어했던 부분이 빠져버렸네? 내가 좋다고 했던 게 버전 뭐였지?"라고 묻는다면? 만일, 이때 A가 좋아했던 버전이 뭔지 기록을 해놓지 않았다면, 우리와 VFX 회사 간에 오간 기록들을 남겨놓지 않았다면? 물론, 예전의 버전들을 다시 하나하나 보며 A가 좋아했던 버전이 뭔지 찾을 수는 있다. 하지만, 기록을 남겼다면, 그런 수고 없이 금세 v3를 꺼내어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영화 <킹스맨> 팀의 VFX 트랙킹 다큐먼트

올해 새로 나온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의 편집자인 Mick Audsley는 그가 작업하는 작품마다 별도의 노트북을 마련하여 매일매일 자신이 한 일을 기록한다고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감독과 작업 시 필요한 부분을 쉽게 기억할 수 있음은 물론 스스로의 기억을 돕는데도 좋다. 그는 이 노트북을 "일기장"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일기장이란 표현이 결코 틀린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어차피 매년 다이어리를 사서 쓰는 내 입장에서도 이렇게 "Editor's Notebook"이라고 할만한 방식으로 써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어 얼마 전부터 시도해보는 중이다. 내 경우엔 별로의 노트북을 사진 않고, 개인적인 부분과 일적인 부분을 섞어서 쓴다는 게 좀 다른 정도이다.

IMG_4405.jpg 에디터 Mick Audsley의 Diary

이렇게 편집 프로그램 외적인 부분에서는 물론이고 편집 프로그램 내부에서도 기록을 남긴다는 건 중요하다. 언제 어떤 컷이 누구에게 갔는지, 이 컷과 저 컷은 무엇이 어떻게 바뀐 건지 등도 기록할 수 있다면 좋다. 물론, 노트북에 쓰는 것처럼 자세하게 기록을 남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짧게라도 알 수 있게 표시를 하는 건 중요하다.

Avid의 The Originals S5 에피소드 6 Final Cut. Description과 Comment 컬럼을 이용하여 바뀐 내용을 짧게나마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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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남기는 일은 중요하다. 그것을 좀 더 잘하기 위해서 좋은 부분들을 하나씩 보강하고, 또 원래의 방법을 이리저리 조금씩 고쳐가는 것은 사실 좀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니, 오늘도 좀 더 좋은 방법이 없나 고민해 본다. 즐거운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