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

정말 몰랐단 말야?

by 디에디트랩

'이선생'은 마약 조직의 보스이다.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체가 드러난 적이 없다. 형사는 그를 사력을 다해 쫓는다.


폭발로 인한 화재로 불탄 마약 공장. 잿더미 속에서 단 한 명의 생존자가 발견된다. 류준열의 배우(로서)의 비중은 물론,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 '서영락'의 분위기로 볼 때 그가 '이선생'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아니, 어쩌면 그를 눈으로 보기 전, 생존자가 발견되었다고 형사가 말하는 순간, 그 '생존자'가 '이선생'일 것임은 너무나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끌고가는 '이선생은 도대체 누구지?'라는 질문은 실제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아무런 동력을 주지 못한다. 형사 '원호'의 뒤늦은 깨달음을 보며 그가 그저 미련해 보이게 만들 뿐이다. 영화가 시작하자 마자, 질문은 '누가 이선생이지?'에서 '언제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될까?'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그 질문을 바탕으로 구성이 된 것이 아니기에 늘 덜컥거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게다가, 마지막 씬. 원호는 기어이 락을 찾아온다. 정말 네가 이선생이었단 말야? 난 그에게 '그걸 몰랐던 건 너뿐이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독전>의 영문 제목은 <Believer>이다. 과연, 이 '믿는 자'는 누구일까? '락'이 '이선생'이 아니라고 믿는 형사 '원호'? 만일 그렇길 바라고 만든 제목이고, 그만큼 그 믿음이라는 문제가 이야기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아, 다만, 혹시 락이 이선생인 사실이 비밀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국내 마케팅에서도 그 부분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면, 그땐 내가 영화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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