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원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나 런던의 하이드 파크Hyde Park, 파리의 뤽상부르 공원Jardin du Luxembourg처럼. 재미있는 것은 한국어로 공원에 해당하는 park는 센트럴 파크나, 하이드 파크에서는 그냥 파크park로 쓰이는게 자연스럽고, 뤽상부르 공원에서는 한국어로 공원이라고 하는게 자연스럽다. 물론,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세한 설명은 뒤에 더 살펴보자.
공원은 영어로 park. 호텔에서 전망을 따질때도 ocean view라고 하는 것처럼 park view라는 말도 종종 들어본거 같다. 어떨때는 주차장 전망을 가진 방을 만날때도 있다. 주차장은 parking lot이라고 하니까 park view에서 parking lot view는 썩 멀지 않은 것 같다. parking은 주차하다는 뜻의 park다. park는 자동차나 자전거를 세워두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 파킹은 이제 거의 한국어처럼 사용된다.
공원이라는 park는 어쩌다 주차하다park라는 단어와 똑같이 생기게 되었을까? 사실 같은 어원에서 파생된 다른 용법이라고 보면 된다. park라는 단어의 어원은 사냥용 동물들을 가두어 두는 곳을 의미한다. 중심이 되는 의미는 자연적인 숲이나 풀밭같은 지역을 인공적으로 테두리지어 만들었다는 것이다. 동물들을 가둬두기 위해서 자연적인 녹지가 울타리쳐진 것처럼 둘러싸인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런 장소가 도시에도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파크park는 일종의 도심속 자연이 된다. 사람들은 도시를 벗어난 자연을 찾아가기 보다, 도시 안에서 공원을 찾게 된 것이다.
그럼, 자동차를 주차한다는 말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당연히 동물을 가둬두던 파크park시절엔 주차라는 개념이 없었다. 자동차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19세기 초, 전쟁을 위한 포, 말, 마차, 보급품 같은 것을 보관하기 위해 따로 정해진 구역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역시, 특정한 대상을 모아 두는 울타리 쳐진 지역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이후 자동차를 세워두는 따로 할당된 지역에 대해서도 역시 park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 동물들을 따로 모아두던 장소를 의미하던 것에서, 이제는 자동차를 따로 모아두는 장소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 동사로 주차하다라는 의미가 자동적으로 생겨났고, 자동차의 기어에도 이름이 반영되었다.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파커Parker라는 이름도 생겨났다. 파커라는 이름은 꽤 친숙하다. 파카만년필도 있고, 로버트 파커라는 와인 비평가도 있었다. 영화 감독 알란 파커도 있다.
알란 파커 감독의 영화는 스타일이 분명하다. <Pink Floyd-The Wall>에서 <미시시피 버닝Mississippi Burning>, <데이비드 게일의 일생The Life of David Gale> 같은 영화들은 아주 강력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핑크 플로이드의 서사적인 뮤직 비디어 The Wall에는 교육에 대한 아주 통렬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특히, 학생들이 거대한 육가공기에 들어가면서 소세지가 되어 나오는 장면은 비참할 정도로 정확한 메타포였다.
뤽상부르 공원은 프랑스어로 Jardin du Luxembourg라고 한다. 공원에 해당하는 프랑스어 단어는 jardin이다. 카페가 지금처럼 많아지기 전 자댕이라는 카페가 나름 꽤 유명했었다. 당시에는 자댕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관심이 없었다. Jardin은 영어의 garden과 어원이 같다. 정원이라는 뜻이다.
garden은 원래 정원, 과수원, 그리고 유럽에선 궁전의 뜰 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스펠링과 소리를 생각해보면 garden은 옛 프랑스어 gardin,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jardin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한다. 물론 프랑스에서는 jardin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어원적으로는 모두 둘러싸인 곳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결국 park나 정원garden에는 인위적으로 장소나 구역을 구분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정원은 공원과 비슷하게 자연친화적인 어감을 갖고 있는 말이다. 공원은 크고, 정원은 규모가 작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원도 정원 나름인 것 같다. 한국의 순천만국가정원은 공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정원이라는 단어를 쓰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원은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원은 있는 셈이다. 특히, 순천만 습지의 장대하게 펼쳐진 갈대숲은 정말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