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테틱aesthetic이라는 말은 아름다움과 관련된, 아름다운, 미적인 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화장품 광고나 성형외과 간판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와 병치되어 등장한 탓에 에스테틱이라는 단어를 몰라도 그 뜻을 헤아리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에스테틱은 미와 아름다움과 관계된 단어다. 그래서 에스테틱스aesthetics라고 하면 아름다움을 철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미학이라는 단어가 된다. aesthetic surgery는 plastic surgery, cosmetic surgery 처럼 아름다움을 위한 성형수술을 의미한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철학자, 예술가들이 이 문제를 고민해왔다. 칸트는 아름다운 것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개념없이 만족하는 것이라고 했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름다움은 보기에 즐거운 것이라고 정의한적 있다. 어쨌거나 아름다움의 가장 큰 근본이 되는 것은 감각이다. 인간의 감각기관, 특히 눈과 귀로 느끼는 대상의 특질에 대해서 우리는 아름답거나 추하다거나 하는 표현을 사용한다.
에스테틱의 그리스 어원인 aisthetikos은 지각하다, 느낀다는 뜻을 갖고 있다. 앞부분의 au-만 따로 떼어서 ‘지각하다’는 뜻을 갖고 있는 접두사처럼 사용된다. 이렇게 적용된 단어는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노래를 듣는 오디오audio라는 단어에도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극이나 영화의 관객을 의미하는 audience에도 사용된 것이 보인다. 모두 감각과 관련된 말들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각적인 이라는 뜻으로는 visible이라는 단어를 말한다. 그리고 들을 수 있는, 귀에 들리는 이라는 뜻으로는 audible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연예인이 되기위한 연습생들이 쉴새 없이 치러야 하는 많은 오디션audition에도 역시 ‘감각’을 의미하는 au-가 보인다.
영화를 의미하는 단어 movie는 움직이다는 뜻의 동사 move에서 파생되었다. 영화는 시네마cinema라고도 하는데, 시네마는 키네틱kinetic 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왔다. 역시 움직인다는 뜻을 갖고 있다. 결국 영화를 의미하는 단어 movie와 cinema는 모두 움직이는 이미지라는 핵심적인 의미를 공유한다. 그래서, kine-라는 단어는 움직임을 의미하는 접두어로 사용된다. 감각을 의미하는 aesthetic과 결합하면 운동감각과 관련된 의미가 된다. 운동감각이라는 명사형태는 kinesthesia라고 한다.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일단 감각으로 느껴야 할 것이다. 종종 감각적인 판단과는 반대되는 미적 판단이 추상적인 단계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남들에겐 멋져 보이지 않을 수 있는 아버지의 셔츠가 아들에겐 정말 멋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순수하게 눈과 귀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시 Ode on a Grecian Urn에 등장하는 구절처럼 들리지 않는 음악이 들리는 음악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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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멜로디는 감미롭지만, 들리지 않는 멜로디는
훨씬 더 감미롭다.
Heard melodies are sweet, but those unheard
Are sweeter.
들리지 않는 멜로디가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말은 일견 역설적인 진술처럼 들린다. 하지만, 꼭 그렇지 많은 않다. 들리는 멜로디는 귀의 감각으로만 수용되지만, 들리지 않는 멜로디는 감각의 수용체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침묵속에서도 소리를 듣는다. 인간의 상상력은 모든 감각을 흉내내거나 혹은 그 감각의 원형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귀로 소리를 듣지 않을 때, 역설적으로 귀의 감각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시각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눈은 보여지는 것만 볼 수 있지만, 마음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왕자에게 여우가 들려준 비밀처럼 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감각을 느낄 수 없을 때, 무감각하다고 한다. 감각이 둔화되거나 혹은 죽은 듯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는 마취상태다. 마취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생물학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마취는 anesthetic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감각을 느낀다는 aesthetic앞에 결여와 부재, 무엇이 없음을 의미하는 접두사 an-이 결합된 형태다. 단어의 형태 그대로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감각이 없다는 뜻이다. 명사형태는 anesthesia, 곧 마취라는 의미가 된다. 마취학은 anesthesiology, 그리고 anesthesiologist라고 하면 마취의사가 된다. 스펠링이 좀 복잡해지지만 원래 의미인 aestheic을 근간으로 이해하면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그래서, 미적 무감각aesthetic anesthesia이라는 표현은 재미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