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ble과 주역 지산겸
humble 겸손하다.
영어의 humus는 흙이라는 어원을 갖고 있다. 인간을 흙에서 만들었으니,
human 이라는 말이 humus와 비슷한 형태를 갖고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인간의 본질은 겸손과도 닿아 있다. humble은 어원적으로 땅이라는 humus에서 왔다. 땅은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일이다. 땅이라는 말이 겸손과 관계가 있는 것은 그럴듯하다. 여기에 인간의 의미도 함께 결부되어, 겸손함은 땅, 그리고 인간을 모두 관통하는 공통된 어원을 갖고 있는 셈이다.
겸손함이 땅과 관련있는 것은 동양사상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주역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주역의 64괘에는 각각 이름이 붙어있다. 그중 지산겸(地山謙)은 겸손함을 의미하는 괘다. 이 괘의 이름에는 땅地과 산山이 포함되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겸손함의 직관적인 이미지는 낮은 것, 그래서 땅과 관련된 것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왜 산일까? 직관적으로 본다면 산은 높은 것을 의미하는데, 낮다는 뜻의 겸손함과는 거리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예전 읽었던 어느 한시의 구절을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정확한 구절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내는 아무리 깊어도 모래 위로 흐르고, 산은 아무리 높아도 소나무 아래 있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되면, 땅과 산 모두 자연스럽게 겸손함의 의미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