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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리드하라-명리학과 점성술 그리고 W. B.예이츠

by 현현

명리학과 점성술 그리고 W. B. 예이츠


명리학은 본래 오성학이라는 일종의 동양 천문학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오성학은 인도를 거쳐 당나라 시대의 중국에 전파된 서양의 점성술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 성립되었다고 한다. 명리학의 몇몇 핵심적인 사상들은 서양의 점성술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명리학을 공부하면서, 성(星)이라는 말이 유독 많이 쓰이는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말 그대로 명리학에서의 운은 특정한 별(星)들의 배치와 조합이 결정한다는 믿음체계를 근거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12 운성(運星성)이라는 말이나, 십성(十星), 그리고 명리의 고법체계에서 사용되는 많은 용어들은 기본적으로 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성경에서도 예수의 탄생은 별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었고, 삼국지의 제갈공명도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자신의 임박한 수를 안타까워 했으며, 초한지의 영웅들이 하나둘씩 중원에서 사라져갈 때마다 빠짐없이 별의 쇠락이 있었으니, 별자리와 인간은 운명이 가지고 있는 관계는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단순한 판타지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명리에서 사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인 12지지와 12운성, 십성 그리고 실제 사주추명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활용하는 형, 충, 파, 해, 삼합과 방합 등의 이치와 원리는 모두 천문학적인 계산을 근거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밤하늘 별자리의 위치를 근거로 이루어진 원칙들이고 여기에는 매우 규칙적이고 수학적인 계산을 근거로 한 바탕이 있다 동양천문에서는 하늘을 크게 4구분으로 나누고 입춘 자정의 하늘을 보고 동쪽은 청룡7수, 북쪽은 현무7수, 서쪽은 백호7수, 남쪽은 주작 7수로 나누어 28수라고 불렀다 (김동완 사주1권). 명리학 최초의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만민영의 삼명통회에서도 밤하늘에 드리워진 천체의 모습에서 28수의 별자리에 대한 상을 말한바 있다(삼명통회 99). 7이라는 숫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동양에서 7은 음양과 오행이 합한 수, 즉, 일, 월, 목, 화, 토, 금, 수를 합한 수 7과 일치하며 서양에서도 “우주와 인간을 구성하는 일곱가지 본원적인 힘을 암시하는” 이미지와 언급들이 다양한 문화전통에서 발견되고 있다(성배와 연금술 43). 다소 길지만 상소네티가 밝히고 있는 서양 문화권의 7의 비범한 의미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자.


“유대교도들은 칠지 촛대를 밝히며, ‘요한 계시록’의 ‘타오르는 일곱등불’은 ‘하나님의 일곱 영을 뜻하고’ 하나님의 횃불인 양은 ‘하나님께서 세상에 보낸 일곱 영’을 상징하는 일곱 뿔과 일곱 눈을 가졌으며, 또 이 양은 일곱 겹이나 봉인된, ‘겉장과 안장에 글이 쓰인’ 계시록을 펴볼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는 일곱 천사를 나타내는 일곱 개의 별을 오른손에 쥔 채 사도 요한 앞에 나타난다. . . 고대 스칸디나비아에서 ‘알파디르(Alfadir, 우주의 아버지)라고 불렸던 오딘이 일곱 자매를 유혹했다고 자랑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것은 분명 오딘이 물질의 일곱가지 양태를 마음대로 제어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간세계와 신의 세계의 중간에 있는 7의 힘의 이미지가 드러나는 것은 단연 무지개를 통해서다. 무지개는 천상의 운명을 타고난 영웅이 개선하며 건너는 다리이다. 무지개는 일곱 개의 중첩된 광선과 일곱 개의 고리 혹은 일곱 개의 동심원 바퀴를 연상하게 한다”(성배와 연금술).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아서(Arthur)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아서의 이름도 7을 암시한다고 한다. 상소네티가 밝힌 바에 따르면 아서라는 이름은 원래 ‘곰’을 뜻하는 라틴어 arctus 와 근접해 있는데, 이것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별자리이면서(정북하늘에 위치) 일곱 개의 별로 구성된 큰곰자리와 작은곰 자리를 왕과 관련짓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성배와 연금술 ).


밤하늘의 별자리를 7에 4를 곱한 28수로 나누었던 서양은 천문학적인 관찰을 근거로 점성술을 발달시켰는데, 동양과 서양의 고대 천문학은 서로 비슷한 부분들이 많다. 그것은 서양의 천문학이 동양으로 유입되면서 일종의 영향관계가 형성되었다면 어느 정도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천문학에서 유래한 점성술은 점점 정교해지면서 나름대로의 예측의 기능을 갖고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측은 일종의 수리를 기반으로 한다. 모든 수의 체계가 결국은 순환과 반복의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러한 순환과 반복의 리듬을 통해 앞일을 예측했던 것이다. 고대 근동지방에서 점성술 혹은 타로와 같은 점술이 발달했던 것은 홍수나 가뭄과 같은 자연의 파괴적인 위력을 그나마 미리 예측하여 그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통설이 있는 것처럼, 옛날 사람들에겐 미래를 아는 것이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을 것이다.


점성술은 이후 여러 가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주었다. 멀리는 동양으로 점성술이 전파되었고 또 서양문화권 안에서도 신비주의 및 오컬트를 숭배주의와 같은 형태로 이어졌다. 이것은 서양과 동양의 고대 점술이 서로 비슷한 천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시사한다. 역사적으로 서양의 천문학은 동양천문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서양의 점성술은 천문학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는데, 그러한 점성술적 체계 역시 서양역법과 함께 동양으로 전해졌다고 보는 것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점성술의 사회적 지위는 동서양이 서로 달랐다. 서양의 점성술은 개인의 점성술로서 개개인의 운명을 점치는데 주로 사용되었다. 반면 동양의 점성술은 국가가 주관하였다. 일단 개인들은 천문을 관측하는데 기술적,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밤하늘의 천문을 관측하는 것은 국가가 주관하는 일이었다. 때문에, 동양에서는 점성술 역시, 국가의 운명, 국가의 중대사를 점치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동양의 점성술을 “군국점성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점성술적인 체계는 특정한 시간대에 밤하늘의 천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구성된다. 이것은 현대 점성술에서도 여전히 적용되는 원리다. 특정한 시간, 특정한 천체의 위치를 파악한다는 것, 그것은 명리학에서 사용하는 육십갑자가 갖고 있는 상징성과도 일맥상통하게 된다. 다시 말해, 육십갑자의 글자들이 서로 맺는 관계는 마치 점성술에서 별과 별 사이에 이루어지는 기하학적 구조를 바탕으로 길흉을 판단하는 것과 같은 원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별과 별 사이의 기하학적 위치가 60도, 90도, 120도, 180도 등으로 변하면서 좋은 일과 나쁜일이 구분된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명리학에서 형, 충, 회, 합 등의 상징적인 관계로 반영되었다.



아일랜드의 민족시인으로 알려진 W. B. 예이츠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서정시인이다. 모더니즘의 기수 에즈라 파운드는 노벨상을 수상했던 T. S. 엘리엇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시인이지만 그도 한때 예이츠의 비서로 일하면서 예이츠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을 만큼 예이츠는 현대시의 계보에서 그야말로 원초적 아버지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영국의 지배를 받아야 했던 아일랜드의 역사는 국토를 강탈당했던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중첩되면서 한국의 많은 영문학자들은 아일랜드 문학에 유독 강한 친연성을 보여왔다. 덕분에 일반 독자들사이에서도 아일랜드의 문학과 문화는 한국적인 정서와 비슷할거라는 생각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런 바탕에서 한국은 아일랜드 문학과의 정서적 친근성을 강조하면서 예이츠를 비롯한 아일랜드 작가들, 예를 들면, 걸리버 여행기의 조나단 스위프트, 피그말리온의 작가 죠지 버나드 쇼, 최근의 노벨상 수장시인인 세이머스 히니의 작품을 비교적 지속적으로 번역하고 읽어왔다. 하지만 아일랜드 문학이 한국 영문학계에서 많이 읽히고 가르쳐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일본 영문학자들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널리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달리, 영문학 수용 초기에 한국은 자생적으로 아일랜드 문학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 식민시대부터 예이츠를 비롯 아일랜드 문학에 많은 공감을 느꼈던 것은 일본 영문학자들이었다. 자신들이 특히 애착을 가졌던 작가와 작품을 강조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 결과 일본의 영문학자 밑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던 한국 영문학 1세대들에게 이러한 영향은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결국 예이츠와 한국의 문학적 공감대의 형성은 자연스럽다기 보다는 역사적인 과정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예이츠는 굳이 일본 영문학자들의 영향이 아니었어도 피해갈 수 없는 영문학의 역사 그 자체였으니, 한국에서 예이츠의 문학을 수용하고 높이 평가하게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정해진 일이었을 것이다.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진 예이츠는 서정적인 시인이다.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색채는 전문적인 영문학자들에겐 의미가 크지만, 일반 대중들은 예이츠의 서정적인 작품에 더 큰 공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서정적인 면과는 달리, 그의 중요 작품속에서 표현했던 세계관은 대단히 동양적이며 또한 신비주의적인 색채가 짙다. 예이츠는 신비주의 단체였던 “황금여명회”에 깊이 관여하여 상당한 지위에 오르기도 했었고, 또 그가 자신의 문학 속에 사용했던 거대한 수레바퀴 상징에는 28개의 별자리가 포함되어 있다. 예이츠의 수레바퀴가 불교에서 사용되는 다르마챠크라와 동일한 형태를 띄고 있다는 사실은 일단 차치하고, 일단 이 28개의 별자리는 14개씩 두 권역으로 구분되어 서로 상승과 하강운동을 교환하며 이루어진다. 이러한 상승과 하강운동은 마치 동양의 음양사상에서 음과 양이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변하는 것과 비슷한데, 예이츠는 그 운동이 이루어지는 궤적을 가이어(Gyre)라고 불렀다. 이것은 예이츠의 시세계에서 사용되는 기본적인 상징체계의 개념이다(우철환. 소용돌이 새로운 출발, 64). 원꼴 모양의 가이어가 서로 마주보고 중첩되어, 한쪽이 위로 가면, 다른 쪽은 내려간다. 한쪽이 주관적인 것으로 변해가면, 다른 쪽은 객관적인 것으로 변해간다 주관적인 것에서 객관적인 것으로 변해가는 것, 그리고 주관적인 것이 극에 달하면 다시 객관적인 것으로 변한다는 메카니즘은 주역에서 말하는 음양사상과 비슷하다.


양쪽에 위치한 가이어는 한쪽은 객관성을, 마주보는 다른 한쪽은 주관성을 상징하지만, 이러한 대립적인 구도는 일반적으로 이항대립적으로 묶일 수 있는 다양한 가치들을 포괄한다. 예를들어,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 사실과 진실,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 삶과 죽음처럼 이항적으로 묶일 수 있는 모든 것을 함의하는 상징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Ellmann 231). 예이츠는 이렇게 객관과 주관이 상호 영향을 주고 받는 과정 속에서 삶의 원형, 혹은 정신활동의 본질을 찾으려고 하였고, 나름대로 가이어 이론을 서구의 역사속에 적용하여 그리스도(1세기)시대에 객관성이 최대로 확장되었다가 르네상스시기에 주관성이 발달이 극에 달한 것으로 보기도 했다(“예이츠의 시에 나타난 동양사상과 상상력:창조적 과정,가이어,그리고 자아”, 24). 예이츠는 마주보는 가이어가 서로 중첩되고 회전하는 도식위에 인간성격의 네 가지 측면을 대입하여 가이어 이론을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이론으로까지 확장하는데, 여기서도 역시 4가지 중요한 특질들이 등장한다. 예이츠는 이것을 의지, 창조심, 마스크, 운명체 라는 범주로 구분하였고, 대립성향의 가이어에는 의지(Will)와 창조심(Creative Mind)이 그리고 기본성향의 가이어에는 마스크(Mask)와 운명체(Body of Fate)를 배치해 놓았다(Yeats, A Vision 73). 이것을 통해 인간의 성격은 각각의 가이어가 서로 중첩될 때 나눠지는 비율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비율은 의미심장하다. 한국어에는 “분수파악을 하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분수는 바로 이런 비율을 말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음과 양의 비율이 서로 상이하게 배분되어 있는데, 그 비율은 태어날 때 정해진 것이고, 그것에 의해서 개인의 선천적인 운명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비율로 나타난 수, 그것을 분수라고 부른다). 그리하여 한 인간의 전반적인 성격은 의지와 창조심이 어떤 가이아에 어떻게 위치하느냐에 따라서 주관적인 성격의 사람이 되기고 하고, 객관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이츠는 “가이어”라는 제목의 시를 남기기도 했다.



소용돌이


소용돌이다! 소용돌이! 늙은 바위 얼굴이여 밖을 보라;

너무 오랜 생각되던 것들은 더 이상 생각될 수 없다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으로, 가치는 가치로 죽어 없어지고,

옛 용모가 지워져버리기에.

핏물이 시내를 이루어 분별없이 세상을 더럽히고

엠페도클레스는 모든 것을 사방에 흩어 놓았다.

헥토르는 죽고 트로이에는 한 줄기 불빛

바라보는 우리는 비극적 환희 속에서 웃을 뿐.


막무가내의 악몽이 기승을 부리고

피와 진구렁이 섬세한 육체를 더럽힌들 무슨 대수인가?

무슨 대수란 말이냐? 한 숨 짓지 말고 눈물 한 방을 흘리지 말라

더 위대하고 더 우아한 시대는 갔거니

옛 무덤 속의 채색한 물건이나 화장품 상자들을

그리워 찾았지만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으리.

무슨 대수이랴? 동굴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하나

아느니 “환희하라” 는 오직 한 마디.


생실과 일이 거칠어지고 영혼도 거칠어지는구나.

무슨 대수냐? 저 바위 얼굴이 소중히 여기는 이들,

말과 여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부서진 대리석 무덤에서

또는 족제비와 부엉이 사이의 암흑에서

또는 어떤 비옥한, 암흑의 무에서 발굴한다

노동자, 귀족, 성자를, 그러면 모든 것이

그 지겨운 소용돌이 위를 또 다시 선회한다.



태극의 문양이나 가이어를 설명하는 도식은 구조가 서로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고, 태극 문양은 서양에서 달과 태양을 한데 혼합한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상징들이 의미하는 것은 서로 상반되는 기운이 서로의 대척점을 향해 진행해 나가는 운동이다. 당연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올라가는 길은 바로 내려오는 길”이 된다. 하나가 위로 올라가면 다른 하나가 내려온다는 자연의 이치는 다른 관점에서, 하나가 주관의 극을 향할 때, 다른 하나는 객관의 극을 향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음양사상에서 말하는 물극필반은 한 성질이 극에 달하면 반대의 성질이 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원전에 대한 다소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을 때, 나는 예이츠가 동양천문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동양과 서양 점성술의 관계에 대한 문헌을 찾아보면서 오히려 중국과 동양의 천문학은 서양의 점성술로부터 기원한 것이 더 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 시기적으로 서양의 점성술 혹은 고대 천문학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것은 거의 기원전 4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흥미있는 것은 예이츠가 자신의 거대한 시론에서 서양 문명의 주기가 거의 2000년을 주기로 변화한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천문학적으로 지구가 황도 12궁에서 궁 하나의 자리를 이동하는 시간과 거의 동일하다. 황도 12궁은 서양 점성술에서 사용되는 별자리에 해당하는데, 이것은 명리학의 12지지를 구성하는 동물들의 배열과 비슷하다. 황도 12궁은 양, 황소, 쌍둥이, 게, 사자, 처녀, 천칭, 전갈, 사수, 염소, 물병, 물고기 순서로 이루어졌다. 혹자는 기독교의 상징이 이러한 황동 12궁에서의 지구의 위치와 관계되어 만들어 졌다고 하는데, 특히 물고기에서 양으로 이어지는 12궁의 자리가 구약과 신약의 중요한 상징과 중첩된다는 것이다.


12궁이 거대한 천체의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었다면, 명리학에서 실제로 응용하는 인오술 삼합, 사유축 삼합, 인과 신이 충이 되고, 축과 미가 충이 되고, 인과 사가 형이 되고, 유유형, 진진형 등등의 원리는 각각의 별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각도와 관계가 있다. 여기에는 단순히 오행에서 말하는 음양의 배합과 생극제화라는 이치 이상의 천문학적인 이유가 있는데, 명리학에서 보는 길흉의 이치는 각각의 지지가 어떤 천문학적인 위치로 배합되는가를 기준으로 살피기 때문이다. 형, 충, 회, 합의 변화는 이러한 지지의 배합, 곧 지지를 상징하는 별들의 위치가 의미 있는 각도를 이루고 있을 때를 의미한다. 서양 점성술에서 이러한 각도가 가지는 길흉의 의미가 명리학에서 길흉을 따지는 원칙으로 전해졌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이론이다. 그러한 각도는 0도, 45도, 60도, 90도, 120도, 180도에 해당하며, 이때 어떠한 길흉 작용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이다(“사주명리 12신살 연구” 28). 명리학에서 말하는 삼합은 점성술에서 별들의 위치가 120도일때를 말하는 트라인(Trine)과 일치하고, 지지의 충(沖)은 180도인 어포지션(Opposition), 형(刑)과 (破)는 90도인 스퀘어(Square)에 해당하는 원리에서 파생되었다고 본다(12지지의 유래와 원리 80-81). 별자리에 관한 이론이 음양오행과 결합하여 명리학의 기본적인 체계가 구성되었다는 사실은 현대의 관점에서 본다면 일종의 학문간 통섭의 결과로 명리학이 탄생한 것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었다는 전도서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미 통섭의 인문학이 수천년전부터 이루어져 왔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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