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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모먼트와 편향오류의 관계

by 현현

고대 그리스어 heuriskein(εὑρίσκειν)이라는 단 하나의 동사에서 오늘날 우리는 두 개의 전혀 다른 인간의 지적능력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아르키메데스의 "Eureka!" 순간. 이것은 깨달음의 환희가 충만한 외침이다. 다른 하나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heuristic"이라는 불완전한 사고 도구를 말한다. 두 단어 모두 "찾다, 발견하다"는 뿌리에서 나왔지만, 이 두 단어는 인간 지성의 서로 다른 면을 보여준다.

Eureka는 발견의 결과를, heuristic은 발견을 향한 과정을 담고 있다. 하나는 완성된 진리의 에피파니라고 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진리를 향해 더듬거리는 불완전하면서 느린 손길이다.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 몸을 담그며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부력의 원리를 깨달았다. 깨달음의 환희에 몰입한 그는 벌거벗은 채 거리로 뛰쳐나가며 "Eureka! Eureka!"를 외쳤다. 이 한 단어 안에는 발견의 모든 감정이 압축되어 있다. 놀라움, 기쁨, 확신이 하나로 어우러진 순간이다.


Eureka는 과학적 발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술가가 완벽한 표현을 찾아낸 순간, 철학자가 오랜 사유 끝에 통찰에 이른 순간, 혹은 평범한 사람이 인생의 중요한 깨달음을 얻은 순간까지 모두 포괄한다. 이는 인간이 갈망하는 완전한 이해, 절대적 명료함의 상징이 되었다.


같은 어원에서 나왔지만 heuristic이라는 단어는 전혀 다른 철학을 담고 있다. 이 단어는 완벽한 발견보다는 "충분히 좋은" 판단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제한된 시간과 정보 속에서 살아가기에, 완벽한 분석보다는 직관적 규칙이나 경험의 법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휴리스틱의 본질이다.


컴퓨터 과학에서도 휴리스틱은 중요한 개념이다. 완벽한 해답을 찾기 위해 무한정 기다리기보다는, 합리적 시간 내에 "충분히 좋은" 해결책을 찾는 알고리즘이 더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은 대표적인 저서 "생각의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인간의 사고를 두 체계로 구분했다. 시스템 1은 빠르고 직관적이며 자동적인 사고로, 바로 휴리스틱에 크게 의존한다. 시스템 2는 느리고 논리적이며 의식적인 사고로, 복잡한 문제를 단계별로 분석한다.


시스템 1의 휴리스틱 덕분에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체계적인 편향이 나타난다.

우리는 어떤 사례가 범주의 전형적 특징을 더 많이 가질수록 그 범주에 속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수줍고 책을 좋아하며 조용한 성격"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그 사람이 도서관 사서일 확률을 농부일 확률보다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농부의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통계적으로는 농부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카너먼의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인간 사고의 아이러니다. 우리는 아르키메데스의 Eureka 같은 완벽한 깨달음을 꿈꾸지만, 실제로는 heuristic이라는 불완전한 도구에 의존해 살아간다. 그리고 이 불완전함이 때로는 편향을 낳지만, 동시에 우리가 복잡한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능력이기도 하다.

편견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만, 휴리스틱 없이 우리는 단순한 선택 하나도 내리지 못할 것이다. 아침에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길로 출근할지,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등 모든 것을 완벽하게 분석한다면 하루도 살아갈 수 없다. 휴리스틱은 불완전하지만 필수적인 생존 도구다.


heuriskein이라는 고대 그리스어 하나에서 파생된 두 단어는, 인간 지성의 양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Eureka는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적 인식을 상징한다. 완전한 이해, 절대적 명료함, 의심의 여지없는 확신의 순간이다. Heuristic은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는 현실적 인식을 나타낸다. 불완전하지만 실용적이고, 빠르지만 오류 가능성을 내포한 판단 방식이다. 우리는 Eureka를 향해 나아가지만, 그 여정은 온통 heuristic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불완전한 과정이야말로 인간다운 사고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카너먼이 밝혀낸 휴리스틱 편향들은 인간 사고의 약점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 한계를 인식함으로써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Eureka의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며 살 수는 없지만, heuristic의 함정을 인식하고 때로는 시스템 2의 신중한 사고로 전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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