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영어 단어들은 각기 따로 흩어진 섬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원이라는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의외로 관계 없을 것 같던 단어들의 숨겨진 관계가 나타난다. elite, election, lecture, diligent 같은 단어들은 서로 아무 관련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 섬들은 사실 하나의 대륙에 붙어 있던 조각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대륙의 이름은 "선택하다"는 의미의 라틴어 eligere 이다.
흔히 엘리트는 사회의 지도층, 상류층, 귀족층 이라는 의미와 근접하게 사용된다. 그러한 물질적이고 계층적인 의미를 떠나서, elite는 본래 “선택된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출발했다.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사회적 상층, 즉 엘리트는 단순히 특권을 누리는 집단이라기보다는, 공동체가 어떤 이유에서건 “뽑아낸 사람들”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어원에서 파생된 elect 라는 단어의 본질은 “고르다”이다. 선거를 election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투표장에서 하는 행위, election은 곧 ‘선택의 의식’이고, 그 결과를 지닌 electorate는 ‘선택하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 곧 유권자를 의미한다.
Elect는 select와 intellect와도 관계가 있다. select는 곧잘 “엄선하다”는 뉘앙스로 쓰이며, 단순한 고르기가 아니라 ‘신중한 분별’이 된다. 그 연장선에서 intellect는 ‘안에서(in-) 고른다’는 뜻에서 발전해, 인간의 정신 속에서 옳고 그름,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능력, 즉 지성(知性)을 의미하게 되었다. ‘선택’은 외부 세계의 사물만이 아니라 내면의 사유에도 적용된 것이다.
강의를 의미하는 lecture역시 또다른 관계에서 파생된 말이다. 이는 본래 “소리 내어 읽다”에서 출발했는데, ‘읽는 행위’ 또한 무수한 글자들 가운데 의미를 선택하고 엮어내는 과정이다. 강단 위 연단을 뜻하는 lectern, 옛이야기를 뜻하는 legend 역시 “읽히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책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강의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접하는 행위 또한 ‘읽고, 고르고, 전하는’ 선택의 산물이기 떄문이다.
자본주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간의 성격. 성실함. 그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의미하는 diligence역시 같은 뿌리에 닿아 있다. 라틴어 어원은 di- (완전히) + legere (고르다)로, 곧 “철저히 선택하는 사람”을 뜻했다. 부지런하다는 것은 게으름 없이 아무 일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일을 분별해 꾸준히 선택해내는 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렇듯 겉으로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elite, elect, intellect, lecture, diligent는 모두 “고르고, 선택한다”는 라틴어 뿌리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사회를 위해 인물을 뽑을 때, 책을 읽어 의미를 분별할 때, 지성을 통해 옳고 그름을 가려낼 때, 그리고 부지런히 삶의 태도를 선택할 때―우리는 모두 같은 언어적 유산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