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와 사주명리학: 맥베스- 별이 말해주지 않은것

by 사주영웅

사주를 보러 가면 역술가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사주는 운명이 아닙니다. 기질입니다." 맥베스를 다시 읽으면서 나는 그 말이 떠올랐다. 셰익스피어는 열두 신살(神殺)을 몰랐을 것이다. 편관(偏官)이나 재생살(財生殺)이라는 개념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무언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인간의 기질이 어떻게 운명을 조각하는지를.


첫 번째 별

맥베스 — 편관(偏官)이 폭주할 때

맥베스는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이 이 비극을 비극으로 만드는 전제다. 그는 전장에서 빛나는 장군이었고, 왕의 신임을 한 몸에 받던 충신이었다. 사주명리학의 언어로 말하자면, 그에게는 정관(正官)의 자질이 있었다. 질서를 사랑하고, 명분에 충실하며, 체계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별.

그런데 마녀들이 나타난다. "왕이 되실 분이여." 그 한 마디가 맥베스 내면 깊숙이 잠들어 있던 다른 별을 건드린다. 편관(偏官). 권력을 향한 맹목적 에너지, 목표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돌파력. 정관과 편관은 한 글자 차이지만, 그 성질은 완전히 다르다. 정관이 '체제 안의 권위'라면 편관은 '체제를 부수는 힘'이다.


"Stars, hide your fires; Let not light see my black and deep desires."

— Macbeth, Act I Scene IV

별들아, 불을 꺼라. 내 어두운 욕망을 빛이 보지 못하게. 이 독백은 편관이 깨어나는 순간이다. 명리학에서 편관이 인성(印星)의 제어 없이 폭주하면 '살(殺)'이 된다. 맥베스에게 그 인성의 역할을 해야 했던 것은 도덕심이었다. 던컨 왕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그는 그것을 스스로 꺼버리기로 선택한다.

그 이후는 알려진 대로다. 왕을 시해하고, 동료 밴쿠오를 죽이고, 맥더프의 가족을 학살한다. 명리학에서는 이것을 양인(羊刃)의 폭주라고 부른다. 겁재가 극에 달한 상태. 살을 먹고 자란 살. 일단 이 회로가 켜지면, 더 많은 피가 첫 번째 피를 덮으려 한다. 맥베스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가. "I am in blood / Stepped in so far." 나는 이미 피 속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어서, 돌아가는 것이 앞으로 가는 것만큼 힘들다고.


두 번째 별

레이디 맥베스 — 상관(傷官)이 관(官)을 만날 때

레이디 맥베스는 작품에서 가장 오해받는 인물이다. 많은 사람이 그녀를 악의 설계자로 읽지만, 명리학적으로 보면 그녀는 사실 상관(傷官)과 편재(偏財)의 화신이다. 총명하고, 현실적이며, 목표를 위해 모든 자원을 과감히 투입하는 성향. 그것이 그녀가 가진 별의 본래 얼굴이다.

상관은 아름다운 별이다. 글재주, 언변, 창의성, 기존의 틀을 깨는 독창성. 그러나 이 별이 관성(官星), 즉 권위와 질서를 만나면 문제가 생긴다. 명리학의 고전 명제, 상관견관(傷官見官). 상관이 관을 보면 흉하다. 레이디 맥베스는 왕이라는 권위를 도구로 본다. 남편이라는 존재를 조종하려 한다. 그녀의 언어적 재능은 맥베스를 설득하고 압박하는 데 사용된다. 상관이 관을 극(克)하는 구조. 이것은 상관견관이다. 여기에 재생살이 중첩되었다.


사주에서 재성이 관살을 생조(生助)할 때, 욕망이 폭력에 연료를 공급하는 회로가 완성된다. 레이디 맥베스의 야망(재성)은 맥베스의 편관(살)에 기름을 붓는다. 그러나 재성이 과도하게 소모되면, 주인부터 먼저 무너진다. 욕망의 연료가 다 타버린 자리에 남는 것은 재(灰)뿐이다.


그녀가 스스로 "unsex me here"라고 외치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나를 여자이기를 그만두게 해달라. 이것은 명리학에서 말하는 식신(食神)의 자기 소각이다. 식신은 생명력, 모성, 안정감을 상징하는 별이다. 레이디 맥베스는 자신의 가장 건강한 별을 스스로 불태운다. 그 대가는 무엇이었는가. 몽유병. 손에서 지워지지 않는 피의 환각. 그리고 무대 밖의 죽음.


그녀는 파괴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별을 잘못 사용한 사람이었다. 상관의 에너지가 창조 대신 파괴를 향했을 때, 그것은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태운다.


세 번째 별

맥더프 — 정관(正官)이 슬픔을 통과할 때

맥더프는 화려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마녀의 예언도 받지 않았고, 왕위를 노리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살아남는다. 맥베스가 자멸하고, 레이디 맥베스가 무너지는 동안, 맥더프는 끝까지 자기 자신이었다.

사주명리학에서 정관(正官)은 명분과 원칙의 별이다. 맥더프가 맥베스에게 항거하는 것은 사적 복수 이전에 공적 정의의 회복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정인(正印)도 있다. 도덕적 판단력, 감수성, 내면의 양심. 맥더프가 가족의 죽음 소식을 듣는 장면은 이 작품에서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다.


"He has no children."


그 애는 자식이 없어. 맥베스가 자식이 있었다면 자식을 잃는 고통을 알았을 텐데. 맥더프는 슬픔을 억누르지 않는다. 남자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눈물을 참지 않는다. 그는 슬픔을 정면으로 통과한다. 명리학에서 정인의 힘은 바로 이것이다.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감당함으로써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것.

맥더프에게 전쟁의 동기는 탈취가 아니라 수호였다. 이것이 그를 맥베스와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든 것이다. 사주에서 정재(正財)는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책임감이다. 맥베스의 겁재가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힘'이라면, 맥더프의 정재는 '내 것을 지키려는 힘'이다. 같은 칼을 들었지만 방향이 달랐다.


Macbeth

편관 과다 — 인성 소멸의 비극

편관 · 겁재 · 양인

충신으로 시작했으나 편관이 인성의 제어를 잃으며 살(殺)로 변한다. 권력을 탈취할수록 인성·비겁·식상이 차례로 소멸하고, 결국 편관 하나만 남은 고립된 사주로 자멸한다.

편관 폭주 재생살 양인발동 인성파괴


Lady Macbeth

상관견관 — 식신 자기 소각의 결말

상관 · 편재 · 식신

재성으로 살을 생조하는 재생살 구조. 남편의 편관에 연료를 공급하지만 재성이 완전히 소진되며 먼저 무너진다. 식신을 자발적으로 소각한 대가로 광기와 파멸을 맞는다.

상관견관 재생살 식신소각 재성소진


Macduff

정관·정인·정재 — 용신이 버티는 힘

정관 · 정인 · 정재

균형 잡힌 삼기(三奇) 구조. 슬픔을 억누르지 않고 통과하는 정인의 힘으로 흉운을 이겨낸다. 탈취가 아닌 수호의 동기가 정관·정재의 건강한 에너지를 끝까지 지켜낸다.

정관수호 정인감수성 용신생존 정재책임


《맥베스》 — 편관 과다 사주의 일생

《맥베스》 전체 서사를 명리학의 대운(大運) 흐름으로 읽으면 한 편의 완벽한 운명 해설서가 된다. 정관운에서 시작해 편관운으로 기울고, 양인이 발동하며 파국으로 치닫는 구조. 셰익스피어는 이 흐름을 5막으로 나눴지만, 명리학자라면 대운의 전환점으로 읽을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마녀들의 역할이다. 명리학에는 신살(神殺)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주 내에 내재된 에너지를 활성화하는 자극제. 마녀들은 맥베스의 운명을 만들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그의 사주 안에 잠들어 있던 편관의 씨앗에 물을 주었을 뿐이다.


이것이 이 작품이 단순한 권력욕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다. 예언은 언제나 듣고 싶은 것을 듣는 사람에게만 말을 건다. 맥베스가 마녀의 예언에 불꽃처럼 반응한 것은, 그 예언이 이미 그의 내면에 존재했던 무언가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나쁜 역술가는 흉살을 자극해 의뢰인을 파멸로 이끈다. 좋은 역술가는 그 흉살을 어떻게 제화(制化)할지 가르친다. 마녀들은 나쁜 역술가였다.



던컨 왕의 죽음이 의미하는 것

사주에서 인성(印星)은 보호막이자 도덕적 제어 장치다. 학문, 양심, 윗사람의 보호. 맥베스에게 던컨은 인성의 상징이었다. 그를 시해하는 순간, 맥베스는 자신의 인성을 스스로 파괴한다. 인성이 사라진 편관은 무차별적 살기가 된다. 더 이상 브레이크가 없는 차다. 이후 맥베스가 점점 더 잔혹해지는 것은 성격이 나빠진 것이 아니다. 제어 장치가 없어진 것이다.


고립이라는 자멸

명리학에서 비겁(比劫)은 동료와 지지 세력을 의미한다. 맥베스는 왕위를 차지한 후 모든 동료를 숙청한다. 이것이 겁재의 역설이다.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충동이 결국 자신의 지지 기반까지 소멸시킨다. 혼자 남은 맥베스. 인성도, 비겁도, 식상도 없는 사주. 편관 하나만 남아 폭주하는 상태. 흉폭하지만 살아남을 수 없다. 뿌리 없는 나무가 바람에 넘어지듯.


셰익스피어는 동양의 명리학을 당연히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인간에 대한 무언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우리가 타고나는 기질이 있고, 그 기질이 어떤 방향을 향하느냐에 따라 같은 에너지가 영웅을 만들기도 하고 폭군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맥베스의 편관은 던컨을 지키는 방패가 될 수도 있었다. 레이디 맥베스의 상관은 뛰어난 책사의 재능이 될 수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흉성(凶星)을 제화(制化)하는 대신 그것에 올라탔고, 결국 그 별에 의해 소멸됐다.


맥더프만이 자신의 가장 건강한 별, 정관과 정인을 끝까지 붙들었다. 명리학에서 이것을 용신(用神)을 지킨다고 말한다. 내 사주의 가장 건강한 에너지를 붙드는 것. 그것이 생존이고, 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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