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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기 Aug 17. 2020

서랍 속의 편지 봉투

갑자기 코 끝이 찡해져서 재채기가 난다.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책상 주변을 잠깐 정리하다가, 서랍 속 한편에 편지 봉투가 보여서 꺼낸다. 아무 글자도 적혀있지 않은 편지 봉투, 그 안에 있던 종이들을 꺼낸다. 종이들을 가지고 작은 베란다로 간다. 후덥지근한 공기들을 맞으며, 의자에 앉아 편지를 읽는다. 1부는 근황에 대한 이야기, 2부는 연극 대사가 옮겨 적혀있다. 3부는 얼마 전의 이야기. 2016년의 편지. 나는 왜 이 편지를 서랍 앞쪽에 꺼내 두었을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러고 보니 몇 개월 전에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기억력이 나빠서야.


편지 봉투 안에는 작은 편지 봉투가 하나 더 있었다. 거기엔 회사의 주소가 적혀있었다. 회사 주소라니, 참. 봉투 안에는 작은 카드가 있었다. 카드에 풀로 붙여진, 가위로 오린 색종이는 카드를 펼치자 입체가 되었다. Happy New Year!라는 글자와 함께, 심심해서..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심심해서 색종이를 가위로 잘라 입체 카드를 만들고, 새해 인사를 하는 작은 카드, 마지막에는 2013년이라고 적혀있다. 2016년의 편지 속에 2013년의 새해 카드가 들어있었다.


시간이 참 많이 지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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